한쪽은 식량난, 그 옆엔 썩어가는 채소..中 '제로 코로나' 민낯

상하이 농부, 동영상서 "지역 봉쇄로 재배 못해, 갈아엎어야"

기약 없이 진행되는 집단 봉쇄에 상하이 주민들이 식량난을 호소하는 가운데 도시 외곽 농촌에서는 채소가 썩어가고 있다. 농민 몇 명이 코로나19에 감염됐다는 이유로 격리되는 바람에 재배 인력이 부족해 벌어진 현상으로, '제로 코로나' 방역의 민낯이다.


▲코로나19 전면 봉쇄령이 내려진 중국 상하이의 주거 지역 입구에서 주민들이 야채가 든 봉투를 가져 가고 있다.

19일 상하이 지역 언론 상관신문에 따르면 최근 더우인(틱톡)에 자신을 상하이시 서쪽 칭푸구 농부라고 소개하는 이가 밭에 있는 채소를 모두 갈아엎어야 한다고 말하는 동영상이 올라왔다.

이 농부는 동영상에서 "동네 밖으로 채소를 팔 수 없어 모조리 없애야 한다"고 말했다.

상하이시와 칭푸구 관계자들은 동영상 속 농민은 마을 공판장 직원으로 이 마을에서 실제 채소가 재배되지 않고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 마을에는 이달 11일부터 18일까지 모두 13건 감염사례가 나왔다.

칭푸구 관리들은 12일부로 동네를 폐쇄했다. 주민들이 집에 갇히는 바람에 배송은커녕 수확도 제대로 하지 못했다. 동영상이 퍼지자 관리들이 일사불란하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핵산검사와 환경검사를 거쳐 생산과 판매 재개 계획을 세웠다. 농민은 그제서야 동영상을 내렸다.

반대편, 도시 주민들은 식량난을 호소한다. 온난성 기후로 냉장고를 갖추지 않은 채 주로 외식에 의존하던 주민들이 기습 봉쇄에 식량을 비축해놓지 않은 데다 물류 마비로 배달마저 여의치 않아서다. 식재료 배급이 이뤄지고는 있지만 경우에 따라 말라비틀어진 야채와 생선이 도착하기도 한다.

성난 주민들이 집 밖으로 뛰쳐나가 시위를 벌이는가 하면 지역을 순회하던 25인 정치국원 중 한 명인 리창 당서기에게 주민들이 화를 내는 일까지 벌어졌다. 방역 요원과 몸싸움을 벌이는 주민도 있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상하이 부유층들의 이민 문의가 급격히 늘었다. 이달 위챗(중국판 카카오톡) 검색지수에서 '이민' 검색이 전달보다 7배 급증했다. 봉쇄 과정에서 인권 유린에 환멸을 느낀 중국인들이 그만큼 많다는 방증이라고 FT는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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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