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km 늘어섰다, 러軍 돈바스행.."2차대전 방불 최대전투 될 것"

우크라이나와 러시아가 각각 동부 돈바스(도네츠크·루한스크)에 병력을 결집하며, 일대 격전을 예고했다. 10일(현지시간) AP 통신은 수일 내에 격전이 벌어질 수 있다며, 전쟁의 다음 단계는 전면적으로 시작될 수 있다고 관측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도 이날 향후 러시아의 주요 목표는 돈바스 지역 장악이라며, 지난 6주간의 전쟁 양상과 달리 양측이 중화기를 앞세운 대규모 전투를 앞두고 있다고 전했다. 임박한 전투를 앞두고 우크라이나는 서방에 무기 지원을 서둘러 달라고 요청했다.


▲미국 위성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8일 우크라이나 동부 하르키우로 향하는 러시아군 이동 행렬이라며 공개한 위성사진.

수도 키이우 등 북쪽에서 병력을 뺀 러시아군은 동부 전선에 속속 도착 중이라고 외신이 전했다. CNN 등은 위성업체 막사 테크놀로지가 지난 8일 촬영한 사진을 통해 러시아군의 호송대 행렬이 우크라이나 동쪽 벨리키 부를루크 마을에서 남쪽으로 이동 중이라고 이날 보도했다. 13㎞에 달하는 러시아군 호송대엔 장갑차와 포대, 이들을 지원하기 위한 군용 트럭 등이 섞여 있었다.


또 러시아군은 하리키우 남쪽 이지움 공세를 강화할 목적으로 새로운 탱크와 포병 부대, 키이우 인근에서 철수한 병력이 최근 며칠 동안 이곳으로 이동했다고 러시아군 TV를 인용해 WSJ가 보도했다. 이지움은 지난 8일 러시아군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크라마토르스크 기차역에서 북쪽으로 약 70㎞ 떨어져 있다.


미국 싱크탱크인 전쟁연구소(ISW)은 이날 "러시아군이 우크라이나의 산업 중심지인 돈바스를 정복하기 위해 하르키우 남동쪽 이지움에서 향후 공세 작전을 재개할 것"이라고 전했다.

영국 싱크탱크 왕립합동군사연구소(RUSI)의 잭 와틀링 연구원도 지난 9일 옵서버에 기고한 글에서 "러시아군은 (동부) 도네츠크로 향하는 우크라이나의 보급선을 차단하기 위해 공격을 준비 중"이라며 "새로 편성한 병력과 재배치된 부대가 우크라이나군을 포위하기 위해 하르키우에서 (남동쪽) 루한스크 방면으로 공세를 강화 중"이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군 역시 이동하는 러시아군을 방어하기 위해 북부 전선에서 돈바스로 전투 부대를 이동하기 시작했다고 외신은 전했다.

이렇게 되면 전선은 하르키우에서 동쪽 돈바스를 거쳐 남서쪽 헤르손까지 연결된다. 초승달처럼 굽어진 '낫' 모양 형세다. AP 통신은 서방 전문가를 인용해 이렇듯 좁게 펼쳐진 전선은 초기 러시아군이 범한 실수를 피해가며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고 했다.

돈바스에서 대규모 전투는 여러 면에서 러시아군에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관측된다. 와틀링 연구원은 "개전 초기 러시아군은 준비가 미흡했지만, 이젠 자신들이 맞서고 있는 상대의 진가를 알아보기 시작했다"며 "러시아군의 방공망과 공군력, 그리고 포병의 이점을 살릴 수 있는 평지에서의 대규모 전투 양상은 러시아군에 이점이 될 것"이라고 했다. 국경에서 가까운 동부 전선은 초기 러시아의 주요한 전략 실패였던 물류와 병참 문제를 피해 갈 수 있을 것이란 시각이다.

반면 도심지가 아닌 개활지에서 맞붙는 재래식 전투 양상은 우크라이나군에 불리할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우크라이나가 서방에 탱크와 장갑차, 대공포 지원 등을 계속해서 요청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또 서방이 우크라이나에 얼마나 효과적인 무기를 지원하느냐가 변수가 될 전망이다.

앞서 지난 8일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장관은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장관들을 만나 "돈바스 전투는 대규모 작전과 기동, 수천 대의 탱크·장갑차, 항공기, 포병이 동원돼 2차 세계대전을 떠올리게 할 것"이라며 "지금 당장, 몇주 아니라 며칠 이내에 (중화기를) 지원해달라"고 말했다.

우크라이나는 구 소련제가 아닌 나토 기반의 무기를 요청했다. 이는 돈바스 전투가 단기가 아니라 장기전이 될 수 있다는 예측에서다. 올렉시 레즈니코프 우크라이나 국방부 장관은 지난 8일 "소련제 무기는 짧은 기간에만 우크라이나를 방어할 수 있다"며 "자원을 놓고 경쟁하는 국면에 들어섰다. 이 전쟁에서 이기려면 이전에 받았던 것과는 다른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앞서 지난 9일 영국 총리실은 보리스 존슨 총리의 키이우 방문에 발맞춰 120대의 장갑차와 새로운 대함 미사일을 지원하기로 했다. 미국은 우크라이나에 대한 무기 지원을 서두르고 있지만, 아직 재블린 등 휴대용 미사일로 제한하고 있다. 이에 대해 워싱턴포스트는 "미국은 직접 군비를 공급하는 방식에 있어 신중한 입장을 취하고 있다"고 10일 보도했다. 러시아는 우크라이나에 대한 서방의 무기 지원이 확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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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