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다, 빚보증으로 2.6조원 날리고 "이제야 알았다"

작년 사업보고서 기한 내 제출 못해..부실 규모 커질 듯

공식 채무불이행(디폴트) 상태인 중국 부동산 업체 헝다의 핵심 계열사가 빚보증을 잘못 서 2조6천억원을 날렸는데 헝다 측은 "이제야 알았다"면서 뒤늦게 진상 조사에 나섰다.


▲중국 선전시의 헝다 본사

헝다는 또 기한인 이달까지 작년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하지 못한다고 밝혔는데 기존에 발표된 재무제표상 부채가 370조원대에 달했던 헝다의 실제 부실이 더 심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헝다는 22일 홍콩 증권거래소 공시에서 자회사인 헝다물업(恒大物業)이 작년도 사업보고서 작성 과정에서 제삼자에게 담보로 제공된 134억 위안(약 2조6천억원)의 예금이 채권 금융기관에 강제로 넘어간 사실을 발견했다면서 이 '중대 사건'이 회사 전반에 끼칠 영향을 분석하는 한편 독립 조사위원회를 꾸렸다고 밝혔다.

헝다물업은 부동산 관리 전문 업체로 그간 헝다가 가진 '알짜 자산' 중 하나로 여겨진 곳인데 이곳에서 예기치 못한 부실이 돌출한 것이다.

앞서 헝다는 헝다물업 지분을 전량 매각해 3조원대 현금을 확보해 유동성 위기를 넘기는 방안을 추진하기도 했지만 인수 측과 거래 조건을 둘러싼 이견이 생겨 거래가 성사 직전 단계에서 무산된 바 있다.

아울러 헝다는 별도 공시를 통해 작년 부채 문제 등 경영상의 중대 변화가 있어 회계 감사 업무 분량이 급증한 바람에 홍콩 증권거래소가 규정한 이달 말일까지 작년도 사업보고서를 제출할 수 없다고 밝혔다.

헝다는 전날 개장 직전 아무런 이유를 달지 않은 채 당일부터 무기한 자사 주식 거래를 중단한다고 공시했다.

중국 부동산 업계의 위기를 상징하는 헝다는 작년 12월 공식 디폴트에 빠졌다.

이후 중국 당국은 헝다에 들여보낸 광둥성 정부 관계자들과 국유기업 관계자들이 참여한 리스크해소위원회를 통해 사실상 이 회사를 직접 통제하고 있는 상태다.

업계에서는 당국이 간접적으로 영향력을 끼치는 리스크해소위가 현장 지휘부 격인 광둥성 파견 업무팀의 감독하에 향후 진행될 헝다의 채무·구조조정 실무를 맡을 것이며 본격 처리 방향을 정하기 전에 헝다 대차대조표를 새로 작성하는 등 정밀 실사 작업을 진행 중일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된 바 있다.

지난 6월 말 기준으로 헝다의 총부채는 1조9천665억 위안(약 377조원)에 달하며 이 중 역외에서 발행된 달러 채권 규모는 192억 달러(약 22조4천억원)가량인데 업계에서는 실사 이후 헝다의 자산은 줄어들고 부채는 늘어나며 부실이 더욱 심해질 것이라는 관측이 많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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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