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작 기대 '킹메이커' '해적'.. 개봉 한달 만에 OTT행

두 영화 손익분기점 넘기지 못하고 OTT행
명분은 플랫폼 다각화… 울며 겨자먹기 시각도
2년 전에 비해 반토막 난 영화산업에 우려

새해 들어 충무로에서 '대작'으로 평가받았던 작품들이 개봉 한 달여 만에 OTT(Over the top·온라인 동영상 서비스) 시장행을 선택했다. '킹메이커'와 '해적 : 도깨비 깃발' 이야기다.

영화계에서는 이들 제작사와 배급사들이 '울며 겨자 먹기' 심정으로 이 같은 결정에 나섰을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코로나19 파급력이 올해까지 이어지면서 흥행이 기대되던 작품도 사실상 OTT에 백기 투항하는 모습이 연출된 것이다.


킹메이커와 해적 : 도깨비 깃발은 지난달 26일 동시 개봉했다. 기대치는 높았다. 킹메이커는 과거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와 그의 참모로 일했던 고 엄창록씨 간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영화다. 대선 시즌과 맞물리며 높은 관심을 받았다.


▲ 개봉한지 한달만에  OTT로 가는 영화 / 킹메이커, 해적

해적은 전작에 이어 시즌2에서도 유쾌한 재미로 관객 이목을 끌 것이라고 기대됐다. 시즌1 성격의 '해적 : 바다로 간 산적'이 지난 2014년 866만명의 관객 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제작비도 만만치 않게 투입됐다. 킹메이커에는 제작비 120억 원이 투입됐다. 코로나19 팬데믹 이전에 촬영을 마쳤으나 지난해 연말 개봉을 한 달 연기하는 등 손익분기점을 맞추기 위해 공을 들였다. 해적 : 도깨비 깃발에는 제작비 230억 원이 들었다.

그러나 모두 흥행에는 실패했다. 기대작이어도 코로나19 국면에서 살아남기란 쉽지 않았다. 킹메이커는 당초 300만명이 손익분기점으로 관측됐다. 25일 기준 75만명의 관중만 킹메이커를 보기 위해 영화관을 찾았다. 해적 : 도깨비 깃발의 손익분기점은 450만명. 그러나 이날까지 누적 관객 수는 129만명에 그치고 있다.

결국 킹메이커와 해적 : 도깨비 깃발의 행선지는 OTT 시장이 됐다. 킹메이커는 지난 24일부터 IPTV, 홈초이스, 구글 플레이, TVING, wavve, 네이버 시리즈on, 카카오페이지, KT skylife 등을 통해 동시 상영되고 있다. 해적 : 도깨비 깃발은 내달 2일부터 넷플릭스를 통해 동시 상영된다.

다양한 플랫폼을 통한 콘텐츠 공개, 글로벌 시장을 노린 전략이라는 평가도 있지만 영화계에서는 수익 보장을 위한 차선책으로 이런 선택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김헌식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날 미디어오늘과 통화에서 “코로나19 팬데믹 이전부터 있었던 우려가 현실이 되고 있다”며 “영화계는 많이 버텨왔는데 코로나19 장기화로 어쩔 수 없이 OTT로 넘기는 상황이 벌어졌다”고 말했다.

이어 “말 그대로 어쩔 수 없는 상황이다. 그런 만큼 수익 배분이나 권리 측면에서 영화 콘텐츠에 대한 저작권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며 “그런 것들이 제대로 보장이 되고 여러 채널이 있다고 한다면, 오히려 이를 활용하는 쪽으로 접근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영화계 우려는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 영화인 503명이 모인 '영화인비상정책포럼'은 23일 '영화인 비상 정책 제안문'을 내고 2년 연속 반토막 난 한국 영화산업 매출에 우려를 표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22일 발표한 '2021년 한국 영화산업 결산'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영화산업 시장 규모는 1조239억 원으로 2년째 감소세를 보였다. 2조5093억 원 규모였던 2019년과 비교하면 40.8% 수준으로 줄었다.

이들은 제안문을 통해 “현재 정부와 멀티플렉스 체인 계열사들이 시도 중인 대작 영화 개봉 유도 및 할인권 지원 등의 방안 만으로는 결코 지금의 위기를 돌파할 수 없다. 긴급 예산을 편성하고 생태계 복원에 나서야 한다”며 “정부 지원이 필요했던 창작자와 중소 제작·배급사, 상영관은 최악의 시간을 보내고 있다”고 호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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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