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재 겹친 코스피… 장중 3050선도 깨졌다

미국發 테이퍼링·디폴트·금리인상 삼각파고
중국發 헝다 위기 급한불 껐지만 리스크 여전
메모리반도체 컨센서스 하향 전망까지 겹쳐
외국인·기관 쌍끌이 매도에 공포심리 확산

▲ 사진=연합뉴스
한국증시가 짙은 불확실성을 마주했다. 헝다 리스크로 외줄타기를 하고 있던 증시가 긴축 불확실성과 반도체 실적 우려감, 미국의 정치 불안 등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코스피는 장 중 한때 지난 3월 수준으로 추락하며 위기감을 키우는 중이다. 

29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이날 코스피는 전일 대비 37.65포인트(1.22%) 내린 3060.27포인트로 마감했다. 장 중 한때에는 3030.60포인트로 떨어지기도 했다. 코스피가 3030선에 근접한 것은 지난 3월 29일 기록한 장 중 최저가 3025.39포인트 이후 처음이다. 외국인의 한국증시 매도세가 정점에 달했던 지난달 20일에도 코스피 저가는 3049.03포인트에 그쳤다.

코스피 하락은 외국인과 기관이 주도했다. 이날 외국인은 6293억원, 기관은 3266억원어치를 각각 순매도했다. 코스닥은 기관이 1283억원어치를 순매도하면서 하락세를 유발했다.

이날 증시 하락의 가장 큰 원인으로는 미국 연방준비제도의 테이퍼링(자산매입 축소) 우려와 중국발 글로벌 공급망 차질 지속이라는 최악의 조합이 지목된다. 세계경제 회복세가 둔화되는 상황에서 연준이 긴축의 출발점인 테이퍼링 기조를 유지하면서 글로벌 증시가 동반 하락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 증언에서 "테이퍼링 조건은 충족됐다"며 "최근 인플레이션 상승은 공급 병목현상이 악화된 영향"이라고 강조했다.

그가 완전고용이 충족되는 것은 아직 멀었다고 덧붙였지만 근시일 내로 테이퍼링을 시행하겠다는 입장을 유지한 셈이다.

문제는 긴축이 임박한 상황에서 세계의 공장인 중국이 제 역할을 다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점이다. 신동준 KB증권 연구원은 "중국의 전력난이 심해지면서 글로벌 공급망 차질이 예상보다 길어질 가능성이 높아졌다"며 "당국의 에너지 소비 규제와 탄소배출 억제 정책이 내년 2월 베이징올림픽과 맞물리면서 생산억제와 원자재가격 급등이 지속되고 있다"고 경고했다.

미국의 메모리반도체업체 마이크론이 가이던스를 하향 조정한 점은 코스피를 대표하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악재로 작용했다. 마이크론은 28일(현지시간) 9~11월 매출이 컨센서스를 하향할 것이라고 밝혔다. 컨센서스는 84억9000만 달러였으나 이날 마이크론이 제시한 가이던스는 74억5000만~78억5000만 달러에 그쳤다. 컨센서스 하회의 근거로는 부품 부족과 IC칩 부족을 지목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마이크론이 촉발한 메모리반도체업계에 대한 부정적인 전망의 직격탄을 맞았다. 외국인들이 전기전자업종을 6125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이날 삼성전자는 전일 대비 2.88%, SK하이닉스는 3.38% 급감했기 때문이다. 기관도 전기전자업종을 3303억원어치 순매도하면서 이들 업종에 대한 부정적인 입장을 시사했다.

미국을 덮친 채무불이행(디폴트) 우려감도 한국증시의 발목을 잡았다. 미국 의회가 부채한도 상향을 두고 이견을 빚고 있는데, 합의안이 도출되지 않을 경우 연방정부가 부채를 제때 상환하지 못하는 디폴트 사태가 발생할 것이라는 우려다.

재닛 옐런 미국 재무장관은 28일(현지시간) 미국 상원 은행위원회에 출석해 "의회가 부채한도 상향에 실패할 경우 미국은 역사상 첫 디폴트를 맞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는 부채한도 상향의 마지노선으로 내달 18일을 지목하면서 부채한도를 상향하거나 유예하지 않으면 비상조치가 소진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헝다 리스크도 현재진행형이다. 2조 위안(약 355조원)에 달하는 부채를 보유한 중국 2위 부동산 개발업체 헝다그룹의 파산 위험성이 여전한 상황이기 때문이다. 헝다그룹은 이날 보유 중인 1조8000억원 규모의 성징은행 지분을 처분해 유동성을 확보했다. 하지만 전체 부채 규모에 비하면 미미한 수준인 만큼 헝다 리스크는 당분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이경민 대신증권 연구원은 "단기적으로는 불안감이 증폭되는 구간으로 공포심리가 자극될 수 있다. 하지만 실제 펀더멘털이 꺼지는 구간이 아니라면 비중 확대 기회로 여겨야 한다"며 "경기가 꺾일 가능성은 극히 낮다. 헝다 디폴트 리스크가 글로벌 유동성을 위축시키거나 금융불안을 야기한다는 증거는 없는 상황인 만큼 심리, 수급에 의한 변동성 확대는 비중 확대 기회"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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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민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