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인상에 가까워진 한은 금통위원 "기준금리, 0.75%까지 올려야"

▲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 지난달 15일 오전 서울 중구 한국은행에서 열린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고 있다. 이날 금통위는 기준금리를 현행 연 0.50%로 동결했다./사진=한국은행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금통위)가 기준금리를 1년2개월 동안 0.50%로 이어가는 가운데 기준금리를 0.75%로 올릴 필요가 있다는 내부 의견이 나왔다. 이주열 총재를 포함한 금통위원 총 7명 가운데 6명은 기준금리 인상 필요성에 공감대를 형성했고 나머지 1명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충분히 이뤄진 뒤 인상을 논의하자며 보류 의견을 내놨다.


4일 한국은행이 전날 홈페이지에 공개한 '2021년 14차 금통위 의사록'(7월15일 개최)에 따르면 고승범 위원은 "코로나19 확진자가 연일 폭증하고 관련 불확실성이 언제까지 이어질지 정확한 예측도 어려운 상황에서 마음이 무거우나 금융안정에 보다 가중치를 둬 기준금리를 0.50%에서 0.75%로 0.25%포인트 상향 조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을 냈다.

고 위원은 "지난해 초 코로나19 대유행 이후 지속했던 완화적 통화정책이 급격한 실물경제의 위축을 방지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했지만 자산시장 가격 상승도 동시에 초래했다"며 "실제로 현재의 금융상황은 여러 가지 지표상으로 볼 때 크게 완화적인 것으로 판단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고 위원은 "실물경제를 우선 고려하는 것이 거시경제정책인 통화정책의 기본 책무이지만 지금은 금융안정에 보다 유의해 정책을 수립해야만 한다"며 "최근과 같은 부채 증가세가 지속되면 과도한 부채부담으로 금리 정상화가 불가능해지는 소위 부채함정에 빠질 위험이 커지게 된다"고 설명했다.

다른 금통위원도 가까운 시일 안에 금리를 올릴 필요가 있다는 데 공감했다. 한 금통위원은 "시중의 풍부한 유동성과 위험선호 성향 강화에 따라 투자자금이 자산시장으로 유입되는 가운데 가계와 기업의 레버리지를 통한 자금조달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며 금융불균형 누적이 지속되고 있다"며 "아파트 매매와 전세 가격도 높은 상승세를 지속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물가의 흐름이 지금과 같은 예측 수준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면 지난 5월 통화정책방향 결정회의에서 논의됐던 바와 같이 수개월 내 완화 정도의 조정을 고려해야 할 것"이라며 "이는 중장기적으로 우리 경제의 안정적이며 지속적 성장기반을 다지는 데에 필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른 금통위원 역시 "금융시장 전반의 불균형 확대는 금융시스템의 복원력을 약화시켜 대내외 충격에 우리 경제를 취약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며 "국내경제의 견실한 회복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고 금융안정 측면의 리스크도 계속 확대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가까운 시일 내에 일부 조정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금통위원도 "국내경제는 기조적인 회복흐름이 지속되는 가운데 소비자물가의 오름폭이 지난 5월 전망을 상회할 가능성이 높고 민간부문 레버리지의 확대와 자산시장으로의 쏠림 현상 등 금융불균형 위험도 점진적으로 심화되고 있다"며 "이에 통화정책의 완화 정도를 조정해 변화된 금융경제 상황에 맞게 정책기조를 조율할 필요가 있다"고 진단했다.

반면 코로나19 4차 대유행 등 불확실성이 큰 만큼 기준금리를 현 수준에서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 금통위원은 "백신 접종이 속도를 내고는 있지만 코로나19의 여파가 당초 예상보다 오래 지속되고 수출 주도의 경기회복이 가계소득, 임금, 고용, 소비의 안정적 확장세로 이어지는 데에도 적지 않은 시간이 소요될 것"이라며 "재정의 적극적인 역할이 여전히 중요하며 위기 극복이 가시화될 때까지 완화적 통화정책으로 보조를 맞추는 정책조합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해당 위원은 집값 상승을 기준금리 인상으로 대응해야 한다는 것과 관련해 "주택가격 상승이 고수익을 추구하는 다주택자의 투자 행위에 의해 주도되는 것은 아니어서 금리인상이 주택시장에 미칠 파급효과를 가늠하기 매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가계부채 누증과 같은 금융불안 문제를 도외시할 수는 없지만 대출규제책 등을 반영해 가계의 주택담보대출금리가 이미 코로나19 이전 수준을 넘어선 상태고 차주별 DSR 규제 등 저금리의 부작용을 상쇄하기 위한 정책도 가동되고 있어 가계부채의 안정은 통화정책이 아니라 금융건전성 정책으로 대응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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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영주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