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는 헌재의 시간…박근혜는 92일 걸렸다, 변수는 6인 헌재

14일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탄핵소추안이 국회에서 ‘가 204, 부 85표’로 가결됨에 따라 헌법재판소에서 헌정사상 세 번째 대통령 탄핵심판 절차가 시작됐다. 헌법 제65조 3항에 따라 탄핵소추 의결과 동시에 헌재가 결론을 내릴 때까지 대통령의 권한 행사는 정지된다. 헌재는 앞서 2004년 3월 12일 가결된 노무현 전 대통령 탄핵안을 같은 해 5월 14일 기각했다. 반면 2016년 12월 9일 가결된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해선 이듬해 2017년 3월 10일 재판관 8명 만장일치로 파면을 결정했다.


▲ 윤석열 대통령이 14일 자신의 탄핵소추안이 국회 본회의에서 가결된 뒤 관저에서 대국민담화를 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탄핵심판사건 번호는 ‘2024헌나8’ 올해 8번째 탄핵 사건이다. 지금 헌재는 재판관 3인이 공석 상태라 6명 재판관으로 구성된 전원재판부가 탄핵심판을 심리하게 된다. 헌재 소장 역시 공석이어서 권한대행인 문형배 재판관이 재판장을 맡게 된다. 탄핵심판 변론은 공개되고 당사자 출석 의무가 있지만 앞서 박근혜‧노무현 전 대통령은 사유서를 내고 불출석해 대리인만 출석한 채 진행됐다.

헌법재판소법 제38조는 ‘사건을 접수한 날로부터 180일 이내에 선고’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14일 즉시 헌재에 사건이 접수될 경우 내년 6월 12일이 시한이다. 강행규정은 아니지만 대통령 탄핵심판의 경우 사안의 시급성을 고려해 노무현 전 대통령의 탄핵 사건은 7번 변론만 한 뒤 64일, 박 전 대통령 사건은 17번 변론 끝에 92일 만에 각각 선고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헌재법 51조가 ‘탄핵과 같은 사유로 형사소송이 진행되는 경우 심판절차를 정지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어 윤 대통령이 내란죄 혐의로 기소되면 헌재 심판이 일단 멈출 수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고발사주’ 의혹으로 탄핵안이 가결된 손준성 검사장의 경우도 이 조항에 따라 1년 가까이 심판절차가 멈춰 있다.

반면 헌재 심판이 중단될 가능성은 적다는 게 법조계의 시각이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재법 51조는 강제조항이 아닌 데다 대통령의 권한이 정지되는 것은 비정상적인 헌법 상황이라 헌법질서를 수호할 의무가 있는 헌재로서는 최대한 신속하게 이를 해결하려고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비상계엄 사태 관련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윤 대통령에 대한 강제수사 가능성이 거론되고 있는 가운데, 만약 윤 대통령이 구속 수감되면 헌재의 탄핵심판에 영향을 미칠지도 관심이다. 다만 헌재법에 따르면 당사자가 출석하지 않아도 재판을 진행할 수 있어 윤 대통령이 구속되더라도 탄핵심판에 미칠 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많다. 헌법재판소 연구관을 지낸 노희범 변호사는 “내란 혐의에 대한 사실관계가 상당 부분 드러난 만큼 구속 수감 상태에서 탄핵 재판을 받을 수 있다”고 봤다.

현실적으로 현직 대통령이 구속되긴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헌법 제84조에 따르면 내란·외환죄의 경우에는 대통령의 형사 불소추 특권의 예외를 인정하고 있어 법리적으로는 가능하다”면서 “그러나 증거 인멸의 우려가 있다고 주장하기엔 이미 시간이 지나버렸고 도주 우려의 정황도 없는 상황에서 대통령을 구속하는 것은 부담이 따를 것”이라고 말했다.

헌법재판관 임기 종료 시점도 변수다. 현재 헌법재판관 6인 중 문형배 헌재소장 권한대행과 이미선 재판관의 임기는 내년 4월 18일 종료된다. 국회가 추천하는 헌법재판관 3인에 대한 임명 절차가 마무리돼 이달 말 ‘9인 체제’의 헌재가 곧바로 심리에 들어간다 해도 두 재판관의 임기 종료 전까지는 시간이 많지 않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윤 대통령이 지난 12일 담화에서 탄핵 사유에 대한 법적 공방 의지를 강력하게 피력한 만큼 재판이 4월 이후까지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고 진단했다.

만약 두 재판관 임기 전까지 탄핵심판이 마무리되지 않을 경우 후임 선임을 두고 추가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대통령 권한대행의 직무 범위는 현상 유지에 국한된다’는 법 해석이 많아 권한대행이 후임 선임까지 할 수 있냐를 놓고 의견이 분분하다. 차 교수는 “박근혜 전 대통령 때 ‘8인 체제’로 선고를 한 전례가 있는 만큼 논란을 피하기 위해 후임 재판관을 선임하지 않고 선고를 내릴 수 있다”면서 “다만 2명만 반대해도 탄핵이 기각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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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