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간 북한군, 첫 교전서 사실상 전멸"…'인공기' 빼앗은 우크라 병사
한·미 정보 당국이 북한군이 우크라이나 전선에 배치됐다고 확인한 가운데 북한군 장병들이 러시아 측과 기본적인 언어 소통조차 되지 않은 상태로 전선에 내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가정보원은 북·러 군 당국이 전장에서의 소통을 위해 ‘언어 속성 과외’까지 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하고 있지만, 북한 장병들은 기초 군사 용어 소화에도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평가했다. 이들이 러시아 무기를 들고 러시아 지휘관의 지시를 받아 최전선에 투입될 경우 북한군이 대량으로 사망하거나 다칠 수 있다는 우려가 현실화할 조짐이 보인다.
30일 정부 관계자와 탈북자들의 증언을 종합하면, 우크라이나 전장에 배치된 북한 장병 대다수는 초보적인 명령어 외에 러시아어 교육을 거의 받지 못 한 상태로 전선에 투입되고 있다.
현재 전장에 투입되는 북한군 병사는 10대 후반에서 20대 초반이 대부분이다. 북한 정규 교육 과정에서 '노어(러시아어)'를 거의 배우지 않은 세대란 뜻이다. 북한에서 러시아어는 한 때 제1외국어로 각광 받았지만 1990년대 소련 붕괴 이후 수업이 거의 사라졌다.
통일부에 따르면 현재 북한의 소학교와 초급·고급 중학교(한국의 중·고등학교) 과정에서 정규 외국어 교과목은 영어가 유일하다. 통일부 관계자는 "소학교는 4학년부터 외국어 과목으로 영어를 가르치지만, 러시아어는 포함되지 않은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고위 탈북자는 중앙일보에 “기존에는 중·고등학교에서 러시아어 교육을 실시했는데 동구권이 붕괴하고 고난의 행군이 이어지면서 많이 사라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1990년대 후반 이미 평양외국어학원(외국어 분야 인재 양성을 위한 북한의 중등교육 기관), 평양외국어대학에서 노어 전공자가 기존 30~40명에서 12~13명 규모로 줄어들었다”고도 했다.
1986년생인 박충권 국민의힘 의원도 “내가 중학교를 다녔던 90년대 중후반부터 북한의 외국어 교육은 이미 영어가 대세였다”면서 “노어를 배우던 인원은 10%도 안 됐던 걸로 기억한다”고 설명했다.
이는 러시아 군 당국이 러시아어를 알아 듣는 북한군은 물론 통역 자원조차 구하기 쉽지 않다는 의미가 될 수 있다. 국정원은 앞서 29일 국회 정보위원회 브리핑에서 “러시아군이 한국어 통역 자원을 대규모로 선발하는 정황이 있다”고 설명했다. 러시아 측은 반대로 북한군에 러시아어로 된 군사 용어 100여개를 교육하고 있지만, 북한군이 이를 소화하는 데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국정원은 판단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 북한군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첫 전투에 투입됐으며 대다수는 첫 교전에서 사망했다는 주장이 나와 관심이 쏠린다.
2014년부터 우크라이나군을 지원해온 리투아니아 소재 비정부기구(NGO)인 '블루옐로' 소속 조나스 오만 대표는 지난 28일(현지시간) 현지 공영방송 'LRT'와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오만 대표는 이 자리에서 북한군이 이미 전투에 투입됐으며, 첫 교전에선 우크라이나군에 사실상 전멸했다고 주장했다.
오만 대표는 첫 교전에서 북한군 대다수가 전멸했지만 이는 '미끼'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경고했다. 그는 "우크라이나 특수부대가 (북한군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진) 쿠르스크로 이동했으며, 북한군에 '항복하면 좋은 조건으로 대우하겠다'라고 설득할 것"이라며 "쿠르스크는 단지 실험일 가능성이 높으며, 북한군은 미끼로 사용됐다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러시아군 입장에서) 성과가 있다고 판단되면 (북한군은) 중대, 또는 대대 수준에서 러시아군과 별개의 편제를 받게 될 수도 있다"며 "러시아는 더는 세계 대전을 두려워하지 않기에 북한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매우 불길한 말도 있다"고 경고했다.
북한군은 전쟁에서 사실상 러시아의 총알받이로 쓰이고 있지만, 병사를 파견한 북한 측은 이로써 핵무장에 필요한 고급 기술을 이전받게 될 가능성도 있다. 오만 대표는 "(북한에) 최고의 시나리오는 핵기술을 대가로 받는 것"이라며 "북한에 이번 전쟁은 금광이다. 포탄을 제공하고 자원과 돈을 받는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에 파견된 북한군은 독자적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러시아군과 함께 전장에 투입될 것으로 정보 당국은 내다보고 있다. 국방정보본부는 30일 국회 정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러시아와 혼합된 편제 가능성이 큰데, 언어와 지역 문제로 북한군 독자적으로는 전투 수행에 어려움이 있기 때문”이라고 보고했다고 여야 간사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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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