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현직 대통령 아들 최초 '유죄' 평결… 바이든도 ‘사법 리스크’ 시작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차남이 불법 총기 소유 혐의 관련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았다. 미국의 현직 대통령 자녀가 중범죄 혐의로 유죄를 받은 건 처음이다.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에 이어 바이든 대통령의 자녀까지 유죄 평결을 받으며 미국 대선이 유례없는 사법리스크 암초에 부딪혔다는 분석이 나온다.
11일(현지시간) 델라웨어주(州) 윌밍턴 연방지방법원 배심원단은 이날 헌터의 총기 불법 소지 관련 3개 혐의 모두를 유죄로 평결했다. 지난 2018년 헌터는 자신이 마약(코카인) 중독자라는 사실을 숨기고 권총을 사 갖고 있었다. 총기 구입시 작성하는 서류에 ‘불법 약물에 중독되거나 사용하지 않았다’고 적었다.
이런 사실은 지난 2021년 헌터가 쓴 자서전을 통해 대중에 공개됐고, 지난해 9월 데이비드 웨이스 특별검사는 중범죄에 해당하는 허위진술 및 불법 총기 구매·소지 혐의 등을 적용해 헌터를 기소했다. 미 역사상 현직 대통령 자녀에 대한 첫 형사 기소였다.
재판부는 향후 120일 이내에 당사자들과 다시 연락해 (형량) 선고 날짜를 잡을 것이라 밝혔다. 헌터가 기소된 혐의는 최고 25년의 징역형과 75만달러(약 10억3500만원)의 벌금이 내려질 수 있다.
하지만 초범인데다 범죄에 총기를 사용하지 않은 만큼 징역형을 선고받을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미 언론들의 분석이다. 뉴욕타임스(NYT)는 “미 양형위원회에 따르면 2019~2023년 헌터와 비슷한 범죄로 형을 선고받은 52명 중 92%는 평균 징역 15개월을 선고받았고, 8%가 집행 유예 또는 벌금형을 받았다”며 “(헌터가) 유죄를 인정하고 재판에 잘 출석한다면 집행 유예 비율은 30%로 높아질 것”이라고 전했다. 헌터의 변호를 맡은 아베 로웰 변호사는 “헌터에게 가능한 모든 법적 조치를 추구할 것”이라며 항소 의사를 밝혔다.
이틀째였던 이날 심리는 3시간5분만에 끝났다. 헌터 바이든은 배심원단이 평결을 읽을 때 정면을 응시한 채 감정을 거의 드러내지 않았고, 평결 직후 변호사와 포옹한 뒤 아내와 함께 법정을 떠났다. 당초 법정에 참석하기로 했던 질 바이든 여사는 유죄 평결 때 법정에 도착하지 못했다. NYT에 따르면 바이든 여사는 아들이 법정을 떠날 때 만나 손을 잡았다. 헌터 바이든은 이날 성명을 발표하고 “결과에 실망하기보다는 가족과 친구들이 보여준 사랑과 지지에 대해 더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재선하더라도 아들을 사면하지 않겠다 밝혀 온 바이든은 이날 성명을 통해 “나는 대통령이면서 아버지이기도 하다”며 “이 사건의 결과를 받아들이고 헌터가 항소를 고려하는데 그 사법 절차도 계속 존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오후 마린원 헬기를 타고 도착한 윌밍턴 근처 델라웨어 주방위군 비행장에서 바이든은 헌터를 포옹하며 부정을 과시했다. 헌터와 함께 온 며느리, 손자와도 몇 분간 얘기한 뒤 사저로 향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사저가 있는 윌밍턴은 주말에 자주 방문하지만 주 중에 찾은 것은 이례적이다.
바이든 대통령의 정치적 타격도 불가피할 전망이다. 그동안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성추문 입막음 돈 관련 재판에서 유죄 평결을 받은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공정한 재판을 받은 것”이라며 비판해왔다. 실제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일부 경합주에서 바이든 대통령이 트럼프 전 대통령을 1%포인트씩 앞서기도 했다. 하지만 차남의 사법 리스크가 계속해서 커지며 여론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과거 헌터 바이든의 각종 의혹을 바이든 대통령의 부패 문제로 공격했던 공화당은 불법 총기 소유 혐의 재판에 대해서는 특별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트럼프 대통령 캠프는 대신 이날 “이번 재판은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천만달러를 긁어모은 바이든 범죄 일가의 진짜 범죄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성명을 냈다. 이어 “부패한 바이든의 통치는 11월 5일 모두 끝날 것”이라며 “다시는 어떤 바이든도 사익을 위해 정부 접근 권한을 팔지 못하게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바이든이 실제로 긴장해야 하는 사안은 9월 로스앤젤레스(LA)에서 시작되는 헌터의 탈세 혐의 재판이란 분석도 나온다. 이는 바이든이 부통령으로 재임하던 시절 헌터가 우크라이나 에너지기업 부리스마 홀딩스 임원으로 영입돼 거액을 받았다는 의혹과 연관돼있다. 공화당은 이 의혹 해소 등을 이유로 하원에서 탄핵 조사도 진행 중이다. 트럼프 캠프는 이날 “(헌터의 유죄 평결) 재판은 중국, 러시아, 우크라이나로부터 수천만 달러를 긁어모은 바이든 범죄 일가의 진짜 범죄에서 주의를 분산시키기 위한 것일 뿐”이라는 성명을 냈다.
11월 대선이 역대 최악의 ‘비호감 선거’가 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 가운데 바이든 대통령과 민주당의 근심은 깊어지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최근 방송 인터뷰에서 헌터 바이든이 유죄를 받더라도 사면하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날 “나는 대통령이지만 동시에 아버지이기도 하다”며 “부인과 나는 아들을 사랑하며 오늘날의 그를 자랑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이번 재판의 결과를 수용하며 헌터가 항소를 고려하는 동안 사법적 절차를 계속해서 존중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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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