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복궁 낙서 배후 '이팀장'은 전과 8범…"체포됐다" 소문 혼선 유도

경복궁 낙서의 배후인 '이 팀장' 강 모 씨(30·남)가 사기 등 전과 8범으로 확인됐다. 강 씨는 불법 영상 사이트 바이럴(입소문) 마케팅을 위해 누범 기간 중 범행한 것으로 조사됐다. 강 씨는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자신이 긴급 체포됐다고 헛소문을 내기도 했다.


▲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범죄수사2대장이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경찰청 자하문로별관에서 경복궁 담장 낙서훼손 사건 중간수사결과를 발표하고 있다.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과는 31일 서울 종로구 서울청 자하문로별관에서 '경복궁 담장 낙서 훼손 사건 중간 수사 결과'를 브리핑하면서 강 씨를 문화재보호법 등 위반 혐의로 구속 송치했다고 밝혔다. 강 씨는 문화재보호법 위반을 비롯해 저작권법 및 정보통신망법 위반(음란물 유포), 아동 청소년성보호법 위반(성 착취물 배포) 등 혐의를 받는다. 경찰은 강 씨를 5개월간 추적해 22일 검거한 뒤 25일 구속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강 씨는 사기 등 전과 8범의 전력이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강 씨는 출소 이후 누범 기간에 불법 사이트를 구축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 따르면 강 씨는 지난해 10월부터 검거될 때까지 불법 영상 공유 사이트 5개와 불법 음란물 공유 사이트 3개를 운영하면서 영화 등 저작물 2368개, 아동·청소년 성착취물 3개, 불법촬영물 9개, 음란물 930개를 배포해 유통한 것으로 확인됐다.

강 씨는 수사기관의 추적을 피하기 위해 슬로베니아 등 해외 클라우드 기반의 사이트를 구축하고 텔레그램으로 공범을 섭외해 사이트를 운영해 온 것으로 조사됐다. 수익금은 가상자산으로 환전해 관리했다.

강 씨는 여권을 발급받아 일본, 태국 등 출국을 준비했으며 5월부터 전남 여수의 숙박업소에서 여자친구와 도피생활을 하다 검거됐다.

강 씨는 경찰 수사에 혼선을 주기 위해 지난 2월 텔레그램 공개대화방 등에 '사이트 운영으로 긴급 체포됐다'는 허위 소문을 유포했다.

경찰에 따르면 강 씨는 불법 사이트를 운영하며 건당 500만~1000만 원의 도박 배너 광고를 실어 7개월간 2억 5000만 원 정도를 벌어들인 것으로 집계됐다.


강 씨는 28일 구속 상태에서 조사를 받던 중 도주를 시도했지만 약 1시간 50분 만에 다시 검거됐다.

오규식 서울경찰청 사이버수사2대장은 이날 브리핑에서 "강 씨의 양손에서 찰과상과 베인 상처가 나왔다"며 "키 180㎝에 몸무게 59㎏의 마른 체형인데다 손목도 가늘어 강하게 힘을 주고 (손을) 뺄 수 있었다"고 말했다.

강 씨는 높은 형량을 예감해 도주를 시도한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조사에서 강 씨는 "증거가 명백해 혐의를 부인해도 유죄가 나올 것이 뻔했다"며 "최소 12년을 선고받을 수 있을 것 같아 도주를 생각했다"고 진술했다.

경찰은 경복궁 담장에 낙서한 임 모 군(17)과 김 모 양(17), 대가를 송금하며 강 씨의 불법 사이트 운영을 도운 D 씨(19·남)를 함께 송치하고 숭례문 등의 낙서를 예비음모한 H 군(15)과 불법사이트를 함께 운영하거나 도움을 준 공범 3명을 추가로 검거해 수사 중이다. 이렇게 검거된 피의자는 총 8명인데 경찰은 또 다른 공범도 추적하고 있다.

강 씨는 지난해 12월 10일부터 자신이 운영하는 불법 사이트를 입소문 내기 위해 임 군에게 500만 원 지급을 약속하며 범행을 공모했고 D 씨를 통해 범행 도구 비용과 교통비 명목으로 10만 원을 송금해 라카 스프레이 2통을 구매하게 한 후 지난해 12월 16일 오전 1시 42분부터 2시 44분 사이 경복궁 영추문 담장, 국립고궁박물관 쪽문, 서울경찰청 동문 등에 낙서하게 한 혐의를 받는다.

경찰 수사에서 강 씨는 경복궁 낙서에 앞서 지난해 12월 14일 H 군을 시켜 숭례문, 경복궁 담장 등 3곳에 낙서를 시도한 것으로 밝혀졌다. 당시 H 군은 현장에 경찰이 많아 실제 낙서를 하지 못했다.

오규식 사이버수사2대장은 "강 씨를 검거하면서 확보한 증거로 추가 공범과 여죄를 살피고 범죄 수익을 추적하겠다"며 "국가 문화유산 훼손 등에 엄정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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