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동 위기·환율 급등에 금융시장 '휘청'…충격 커지나
이란의 이스라엘 공습으로 격화된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지속되는 가운데 16일 원/달러 환율이 급등하면서 국내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렸다.
중동 위기로 위험회피 심리가 확산한 상황에서 예상보다 강한 미국 소비지표에 금리인하 기대가 후퇴하고 미국 국채금리가 급등한 것도 투자심리를 위축시켰다.
금융시장에선 이란과 이스라엘의 충돌이 전면전으로 확대될 가능성은 낮게 보면서도 유가와 환율 흐름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분위기다.
16일 서울 외환시장에서 미국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일보다 10.5원 오른 1,394.5원에 거래를 마쳤다.
환율은 이날 전장보다 5.9원 오른 1,389.9원에 개장해 오전 11시 31분께 1,400.0원까지 올랐다. 장 중 1,400원대에 들어선 것은 2022년 11월 7일(1,413.5원) 이후 약 17개월 만이다.
최근 환율이 오른 것은 기본적으로 미국 달러가 강세를 나타냈기 때문이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이 더디게 둔화하고, 미국 경제 성장세가 견조하게 나타나면서 연준의 정책금리 인하 시점이 시장 예상보다 지연될 가능성이 커졌다.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에 따르면 연방기금금리(FFR) 선물 시장에서는 연준이 6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인하할 가능성을 21.4% 정도로 보고 있다.
서정훈 하나은행 연구위원은 "미국의 금리 인하 지연, 특히 인하 횟수도 연내 세 번은 물 건너갔다는 인식이 강달러 심리를 크게 불러일으켰다"고 말했다.
중동 정세 불안에 따른 위험회피 심리 확산도 환율을 끌어올렸다. 달러는 대표적인 안전자산이다.
이란은 지난 13일(현지시간) 이스라엘 본토에 무인기(드론)와 순항미사일을 발사하는 등 보복 공격을 감행했다.
이후 이스라엘이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겠다고 공언하면서 중동의 확전 우려가 커졌다.
이란과 이스라엘 양측 모두 확전은 원치 않는다는 메시지를 내놨다.
그러나 이스라엘 전시 내각이 역내 전쟁을 촉발하지 않으면서도 이란에 '고통스러운 보복'을 하는 다수의 보복 방식을 논의하고 있다는 보도가 나오면서 중동의 긴장과 불확실성은 쉽게 수그러들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안전자산인 달러가 강세를 보이면서 원/달러 환율 급등을 유발했으며, 이는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의 대규모 자금 이탈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예상보다 강한 미국 소비지표에 금리 인하 기대감이 후퇴한 것도 시장 전반의 투자심리를 위축시키는 요인으로 작용했다.
미 상무부가 15일(현지시간) 발표한 미국의 3월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0.7% 증가한 7천96억달러로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집계한 전문가 전망치(0.3% 증가)를 크게 웃돌았다.
중동의 지정학적 긴장이 심화할 경우 유가 상승으로 금리 인하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시장 충격이 재차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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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