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협 비대위원장 "비대위 흔들려는 시도 심히 우려…소명 다할 것"
대한의사협회(의협)가 전임 회장 당시 꾸려진 비상대책위원회와 내달 취임을 앞둔 차기회장 당선인 사이 엇박자를 보이며 미묘하게 갈라서는 양상이다.
8일 의료계에 따르면, 임현택 제42대 의협 회장 당선인은 내달 1일 정식 취임해 3년간의 임기를 시작한다. 당선인을 보좌하는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이날 의협 비대위와 대의원회에 '임 당선인의 비대위원장 수행 협조 요청의 건'이란 제목의 공문을 발송했다.
정부가 의대 2천 증원을 발표한 직후 이필수 전 회장이 자진사퇴하며 지난 2월 7일 구성된 '의대 증원 저지를 위한 비대위'의 위원장직을 임 당선인이 맡게 해달라는 게 골자다. 현재 비대위원장직은 김택우 강원도의사회장이 수행하고 있다.
앞서 임 당선인은 지난달 26일 의협 회장 선거 이후 김 위원장과 공동 비대위원장을 맡겠다는 의사를 전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이 사실을 공문에 적시하며 "당선인의 뜻에 크게 벗어나지 않는 범위로 한정해 단독위원장 체제를 유지하겠다는 김 위원장의 의견을 존중해 당선인이 수용한 바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원래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뤄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사실상 현 비대위의 노선을 비판했다.
인수위는 "현재 시국은 더욱 엄중해져만 가고 있다"며 "이에 혼선을 정리하고 다원화된 창구를 의협으로 단일화해 조직을 재정비하라는 14만 의사회원과 의대생들의 요구에 따라, (비대위원장 이임을) 요청드린다"고 밝혔다.
인수위가 언급한 '혼선'은 최근 김성근 의협 비대위 언론홍보위원장이 언론 인터뷰에서 의대 증원을 1년 미루고 관련 정당성 등을 정확히 검토할 수 있는 위원회를 구성하자며, 의료계와 정부 모두 해당 위원회에서 도출된 결론을 따르자고 제안한 부분 등을 이른 것으로 보인다.
임 당선인은 시기나 방식은 재논의하되, 증원 자체는 충분히 논의대상이 될 수 있다고 보는 비대위의 시각에 동의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의협 안에서도 '강경파'로 분류되는 그는 저출생 등에 따라, 되레 의대 정원을 500명에서 1천 명 가량 줄여야 한다고 주장해 왔다.
지난 4일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대전협) 비대위원장이 윤석열 대통령과 전격 회동하면서, 의료계 내부에서도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데 대한 불만을 표한 것으로도 해석된다.
임 당선인은 박 위원장과 윤 대통령의 면담 당일, 본인의 페이스북에 '내부의 적'(A few enemies inside) 운운하며 박 위원장을 에둘러 저격하는 듯한 글을 올리기도 했다.
그러자 대한의사협회(의협) 비상대책위원회가 최근 의협 비대위와 임현택 의협 회장 당선인 사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내홍과 관련한 입장을 밝혔다.
김택우 의협 비대위원장은 9일 오후 긴급 브리핑을 열고 "의협 회장 선거를 마치면서 대내외적으로 비대위를 흔들려는 시도가 있어 심각하게 우려하고 있다"며 "비대위는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김 위원장의 이 같은 발언은 지난달 26일 차기 의협 회장으로 당선된 임현택 당선인이 최근 의협 비대위에 "비대위원장 자리를 내달라"는 내용을 담은 공문을 보낸 데서 비롯됐다.
임 당선인은 당선 직후 곧바로 의협 비대위원장을 맡길 원했지만 비대위는 기존의 김 위원장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이에 임 당선인은 8일 의협 대의원회 의장과 비대위원장에게 공문을 보내 "원래 의도와는 달리 비대위 운영과정에서 당선인의 뜻과 배치되는 의사 결정과 대외 의견 표명이 여러 차례 이루어졌고 이로 인한 극심한 내외의 혼선이 발생했다"며 "제42대 대한의사협회 회장직 인수위원회는 원래의 대의원회 운영위원회 결의대로 임 당선인이 비대위원장의 책임을 맡으려 한다"고 주장했다.
이에 따라 의협 비대위는 이날 긴급 브리핑을 통해 공식적으로 임 당선인을 향한 경고 메시지를 보낸 것으로 풀이된다.
김 위원장은 브리핑에서 "비대위는 정부의 독단적인 정책 추진을 저지하기 위해 회원들의 총의를 받들어 대한의사협회 대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만들어진 조직이다. 의대 증원 저지에 대한 투쟁과 협상의 전권을 위임받아 의료계의 구심점 역할을 하는 데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비대위는 비대위원장이나 특정인의 의지에 의해 운영되는 조직이 아니다. 안건이 상정되고 이에 대한 비대위원 전체의 뜻을 물어 결정된 사안을 반영하는 기구로 비대위의 결정은 곧 의사회원 모두의 뜻"이라며 "민주주의는 행위의 절차적 정당성이 확보될 때 그 의미를 갖는다"고 강조했다.
이어 "규정에 따르면 비대위의 구성은 의협 대의원회의 권한이며 대의원회의 위임을 받아 운영위원회가 현 비대위원장을 선출했다. 운영 규정의 내용상 비대위의 해산 또한 전적으로 대의원회의 권한"이라며 "이런 규정을 벗어난 주장을 하는 것은 바로 지금 정부가 밀어붙이는 정책과 같이 절차를 무시한 무리한 주장과 다를 바 없다"고 일축했다.
그러면서 김 위원장은 "임 당선인은 현재 비대위원으로 참여하고 있어 비대위 회의 석상에서 발언을 한다면 충분히 반영될 수 있으나 보도자료를 통해 의사를 밝히고 있는 점은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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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