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동훈 건의 받아들인 尹..당정, 국민 눈높이 맞췄다
윤석열 대통령이 29일 이종섭 주호주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하면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요구를 모두 받아들였다.
황상무 전 대통령실 시민사회수석 거취 정리 이후 이종섭 대사의 사의도 수용한 것으로, 여당에서의 강력한 요청을 윤 대통령이 받아들여 상황은 약 12일만에 정리됐다.
황 전 수석 발언이 공개된 경위나 이 대사 임명 과정에서 문제가 될 것은 없었지만, 윤 대통령이 여당의 요청을 이같이 모두 받아들인 것은 총선을 앞두고 국민 눈높이에 맞추겠다는 의지를 보인 것으로 풀이된다.
대통령실은 이날 "윤 대통령은 오늘(29일) 오후 외교부 장관이 제청한 이종섭 주 호주대사의 면직안을 재가했다"고 밝혔다.
방산 회의 참석차 귀국했던 이 대사의 사의표명은 이날 전격적으로 이뤄졌고, 외교부 장관도 신속히 수용해 윤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특임전권대사였던 이 대사의 사의표명은 윤 대통령의 결단이 큰 배경으로 작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사가 스스로 거취를 결정하기 보다 윤 대통령의 재가가 우선적으로 필요하다는 점에서, 윤 대통령은 한동훈 위원장의 건의를 수용하면서 총선을 앞두고 당정이 함께 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로써 해병대 채모 상병 순직 사건 수사 외압 의혹으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 수사를 받아온 이종섭 대사는 주호주대사로 임명된 지 25일 만에 물러나게 됐다.
지난 17일 한 위원장이 이 대사의 조속한 국내 복귀와 황 수석의 거취 결정을 요청할 때만 해도 윤 대통령은 이를 거부했다.
이 대사 임명은 한·미·일·호주와의 안보협력과 호주에 대한 대규모 방산수출 차원에서 '정당한 인사'였고, 특히 공수처가 수사도 제대로 준비하지 않은 상황에서 의도 된 언론플레이를 펼친다고 대통령실은 반발했었다.
그러나 황 수석 거취 정리 이후에도 이 대사 논란 여진이 이어지자, 이 대사는 결국 방산 회의 참석으로 귀국해 공수처를 향해 정면돌파에 나섰다. 이 대사는 이제 사의표명으로 공수처에 대한 강력 대응을 예고하고 있다.
이 대사는 이날 변호인을 통해 사의 표명을 알리며 "저는 그동안 공수처에 빨리 조사해줄 것을 요구해왔으나 공수처는 아직도 수사기일을 잡지 않고 있다"며 "저는 서울에 남아 모든 절차에 끝까지 강력히 대응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위원장은 이날 경기 지원유세에서 이종섭 대사와 황상무 수석 사퇴를 자신이 직접 건의했음을 밝히면서 "정부에 대한 불만을 여당과 자신이 해결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한 위원장은 "국민의힘은 국민의 눈치만 본다"며 "무엇인가 불편하고 이상하다 느끼면 우리는 한다. 저는 다른 사람 눈치를 보지 않는다. 그냥 한다. 여러분 눈치만 본다"고 말했다.
대통령실에 할 말은 하는 모습을 부각시킨 한 위원장을 윤 대통령이 수용한 것으로, 낮은 자세로 국민의 의견을 수렴하는 당정의 모습을 구현했다는 점에서 총선을 앞두고 당정 원팀 가동에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또한 윤석열 대통령은 의료 현장을 이탈한 전공의들의 면허정지 처분과 관련해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24일 한덕수 국무총리에 지시했다. 당초 26일부터 정부 원칙대로 전공의들의 면허를 정지하겠다던 대통령실은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요청에 입장을 선회했다.
대통령실 대변인실은 이날 오후 공지를 통해 한 위원장이 윤 대통령에 '의료현장 이탈 전공의들에 대한 면허정지 행정처분을 유연하게 처리해 달라'고 요청했다고 알렸다.
이에 윤 대통령은 한 총리에 "당과 협의해 유연한 처리 방안을 모색해 달라"고 당부했다. 또 "의료인과 건설적 협의체를 구성해 대화를 추진해 달라"고 지시했다.
이는 한 위원장이 의료계와 면담 직후 정부와 의료계 사이의 중재역할을 하겠다고 밝힌 직후 나온 지시로 윤 대통령이 한 위원장에 힘을 실어주기 위한 차원으로 읽힌다. 의료계와 정부의 강대강 대치가 대통령실로서도 부담인 상황 역시 고려했을 것으로 보인다.
이날 오전까지만 해도 '원칙 대응' '26일부터 면허정지' 등 강경 기조를 확인했던 대통령실은 한 위원장의 이같은 중재에 대응 방향을 바꾼 것으로 보인다. 의료계가 한 위원장에 면담을 먼저 제안한 것으로 미뤄, 의료계도 대화 의지가 있다 판단했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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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