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간 양육비 9천만원 미지급…'나쁜 아빠' 첫 실형에 법정구속
이혼 뒤 양육비를 부담하지 않은 40대 남성이 법정 구속됐다. 양육비 채무 불이행자에게 실형이 선고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인천지법 형사8단독 성인혜 판사는 27일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기소된 ㄱ(44)씨에게 징역 3개월을 선고하고 법정구속했다. ㄱ씨는 지난 2014년 4월부터 최근까지 이혼한 전 아내 김아무개(44)씨에게 두 아이의 양육비 9600만원을 지급하지 않은 혐의로 기소됐다.
양육비 미지급 사건 중 실형이 선고된 사례는 A씨가 처음인 것으로 전해졌다. 최근까지 기소된 양육비 미지급자들은 실형이 아닌 징역형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2021년 7월 개정된 양육비이행법에 따라 법원으로부터 감치명령 결정을 받은 후 1년 안에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하는 형사 처벌이 가능해졌다.
A씨는 2014년 4월부터 최근까지 전 아내 B씨(44)에게 두 자녀의 양육비 9600만원을 주지 않은 혐의로 불구속 기소됐다. 그는 2022년 법원의 감치명령을 받고도 1년 안에 밀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
감치명령은 재판부가 직권으로 구속하는 제재조치를 말한다. 해당 법은 양육비의 일시금 지급명령을 받은 사람이 30일 이내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경우 30일의 범위 내에서 의무 이행을 할 때까지 의무자를 감치에 처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다.
A씨는 심장 수술을 받는 등 건강이 좋지 않아 경제적으로 어려웠다고 주장한 것으로 전해졌다.
성 판사는 “이혼 뒤 당연히 부담해야 할 미성년자 부양 의무를 10년간 이행하지 않고 양육비 약 1억원을 지급하지 않았다”면서 “전 배우자는 양육비를 받기 위해 이행청구명령, 강제집행 등 모든 사법적 방법을 강구했지만 법원의 감치 이후에도 2년 넘도록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어 “피고인은 굴착기 기사로 일하며 급여를 모두 현금으로 수령했는데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아 비난 가능성이 크다”고 실형 선고 이유를 설명했다. 앞서 검찰은 지난 11일 결심공판에서 징역 10개월을 구형했다.
정기적으로 양육비를 지급하라고 명령받은 사람이 3번 이상 지급하지 않거나 일시적으로 지급 명령을 받은 사람이 30일 이내 지급하지 않으면 가정법원은 양육비이행법에 따라 감치 결정을 내릴 수 있다. 감치 결정 뒤에도 정당한 이유 없이 양육비를 지급하지 않으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
법조계에서는 실형 선고 자체는 의미 있지만 형량이 너무 가볍다는 평가가 나온다. 항소심 법원이 지정되고 공판 기일이 정해지는데 약 1∼2달이 걸리는 것을 고려하면 징역 3개월은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지급할 동기 부여를 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법률사무소 리엘파트너스의 이승기 변호사는 “사기, 횡령, 배임 등 1억원대 재산범죄의 경우 대부분 징역 1년이 선고돼 보석 신청 또는 항소심 과정에서 피해자의 재산 회복이 이뤄지는 경우가 있다. 징역 3개월은 양육비 미지급자가 양육비를 줘야겠다는 생각보다 징역을 살고 양육비는 주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들 것”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이와 관련 구본창 양육비를 해결하는 사람들 대표는 “이번 판결은 양육비 미지급이 아이의 생존권을 침해하는 아동 학대임을 판결문에 밝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며 “다만 이러한 시각이 양육비 미지급에 대한 양형 기준에 반영돼있지 않아 매우 낮은 형량이 선고됐다고 생각한다. 양형 기준을 더욱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여성가족부는 2021년 7월 '양육비 이행확보 및 지원에 관한 법률' 시행령 개정안이 시행됨에 따라 양육비 미지급자의 얼굴 사진을 제외한 이름·생년월일·직업·근무지 등 6가지 신상 정보를 공개하고 있다.
또 양육비 지급 이행 명령에 따르지 않으면 출국금지, 운전면허 정지 처분, 감치명령도 한다.
이 같은 명령을 받고도 1년 안에 정당한 이유 없이 양육비를 계속 주지 않으면 최대 1년 이하의 징역형이나 1천만원 이하의 벌금형을 선고받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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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