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범죄 변호' 조수진 공천 논란…野 단톡방선 이미 경고했다
조수진 서울 강북을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과거 성범죄 가해자 변호 이력을 두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여성단체에 이어 야권에서도 공천 취소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나왔다.
사법연수원 35기 출신인 조 변호사를 둘러싼 논란은 자신이 운영하던 블로그에서 촉발됐다. 그가 가해자에게 ‘강간통념’(여성이 거절 의사를 표해도 실제 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념) 개념을 활용하라고 조언한 사실을 스스로 블로그에 올린 것이다. 해당 블로그에는 10세 아동의 성 착취물을 제작한 사건의 변호를 맡으며 집행유예 판결을 끌어냈다는 홍보를 포함해, 가해자에게 처벌을 감경하는 방법을 소개하는 글이 다수 발견됐다.
실제 조 변호사가 법정에서 성범죄 사건을 다수 맡은 사실도 알려지며 논란이 됐다. 조 변호사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여야를 성폭행해 징역 10년을 받은 체육관 관장을 변호했다. 당시 조 변호사는 재판에서 “다른 성관계를 통해 성병에 감염될 수 있다”며 피해 아동의 아버지가 가해자일 가능성까지 언급했다고 한다.
2022년 30대 여성 환자를 성폭행한 한의사를 변호한 사건에서는 피해자가 진료실 내 간호사 등에게 알리지 않는 등 ‘피해자다움’이 부족하다는 논리를 내세워 변호했다. 이 밖에도 술에 취한 19세 여성을 성폭행한 남성, 여성 208명의 몰카를 찍고 음란물 사이트에서 촬영물을 다운로드 받은 남성 등 적지 않은 성범죄 가해자를 변호하는 역할을 맡았다. 조 변호사는 지난 20일 입장문을 내고 사과했다..
하지만 정치권 안팎에선 비판이 끊이지 않고 있다. 박지현 전 민주당 비상대책위원장은 21일 페이스북에 “성범죄가 민주당을 나락으로 가게 했는데, 이번 공천에서도 그 나락의 길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고 했다. 박 전 위원장은 N번방 사건을 고발한 ‘추적단 불꽃’ 출신이다. 그는 “조 변호사 공천을 취소하는 것이 우리 당을 위하는 길”이라고 했다. 장혜영 녹색정의당 의원도 “성범죄자 감형이 더불어민주당 여성인권정책의 방향이냐”고 따져 물었다.
앞서 민주당 의원들 사이에서 갑론을박이 벌어진 사실도 뒤늦게 공개됐다. 21일 복수의 민주당 의원에 따르면, 한 여성 초선 의원은 서울 강북을 결선이 진행 중이던 지난 17일 의원단 전체 텔레그램 대화방에 과거 조 변호사가 성범죄 가해자를 다수 변호했다는 기사를 공유하며 “이력이 우려스럽다”는 문제를 제기했다고 한다. 이에 다른 의원이 “좋은 일도 많이 했다”며 옹호하기도 했다.
법원 판결문에 따르면 조 후보는 지난해 초등학교 4학년 여아를 성폭행한 혐의로 1심에서 징역 10년을 선고받은 태권도 학원 원장을 변호했다. 이 과정에서 “피해자가 아버지 등 다른 성인으로부터 피해를 당했음에도 위와 같이 진술했을 가능성이 있다”는 취지로 변론했다. 과거 자신의 블로그에 올린 성범죄 재판 노하우 글에서는 “강간죄와 강제추행죄 모두 상대가 불특정 혹은 다수이거나 상해가 있는 상황이라면 되도록 일반 형사재판을 진행하라”고 조언하기도 했다. 여성이 거절의사를 표현했더라도 실제로는 성관계를 원하는 경우가 많다는 통념인 ‘강간 통념’을 소개하면서 “(국민참여재판 시) 성범죄에 한해서는 무죄 평결이 나오는 경우가 많았다”고도 했다.
국민의힘 중앙여성위원회와 국민의힘·국민의미래 총선 여성 후보자들은 공동 입장문을 내고 “조 후보자는 공직 후보자로서의 자격이 전혀 없고 감히 ‘국민의 공복’이라는 단어를 입에 올릴 자격조차 없다”고 했다. 녹색정의당 장혜영 의원도 “성범죄자 감형이 더불어민주당 여성인권정책의 방향인가”라며 사퇴를 촉구했다.
당내에서도 비판이 나왔다. 박지현 전 민주당 공동비상대책위원장은 “지금이라도 조 변호사가 스스로 사퇴해야 마땅하다”며 “그것이 당에 끼치는 피해를 최소화하는 일이자 우리당을 사랑하는 일”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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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