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하위 10%' 벽 못 넘은 박용진…총선 출마 '불발'
조수진 노무현재단 이사가 19일 더불어민주당 서울 강북을 전략 경선에서 현역 박용진 의원을 꺾고 총선 후보로 결정됐다. 박 의원은 현역 의원 하위 10% 평가에 따른 ‘경선 득표 30% 감산’ 페널티를 받았고, 조 이사는 여성·신인으로 25% 가산점을 받았다. 애초부터 승리 확률이 희박했지만 당의 경선 방식을 수용한 박 의원의 최종 탈락이 확정되자 당 안팎에선 ‘비명(비이재명) 횡사’ 공천의 화룡점정을 찍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박범계 민주당 중앙당 선거관리위원장은 이날 오후 서울 여의도 민주당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서울 강북구을 경선에서 1등 후보자로 조수진 이사가 선발됐다”고 말했다. 앞서 민주당은 지난 18일 오후 6시부터 이날 오후 6시까지 조 이사와 박 의원의 양자 경선을 위한 온라인 투표를 진행했다. 경선은 전국 권리당원 70%, 강북을 권리당원 30%를 대상으로 진행됐다.
박 의원은 결국 감산 규정의 벽을 넘지 못했다. 박 의원이 경선에서 조 이사를 이기기 위해선 최소 64.2%의 득표율을 받았어야 했다. 박 의원은 국회의원 의정활동 평가에서 하위 10%로 분류돼 경선에서 30%의 감점을 받았다. 반면 조 이사는 여성·신인으로 25% 가산점이 부여됐다. 변호사 출신인 조 이사는 유시민 전 노무현재단 이사장과 유튜브 채널인 ‘알리레오북스’를 진행하며 이름을 알린 인사다.
박 의원은 앞서 정봉주 전 의원과 붙은 서울 강북을 공천 결선에서 권리당원 51.79%, 일반국민 51.62%의 과반 득표를 얻었지만, 감산 규정으로 패배했다. 민주당은 이후 ‘막말 논란’이 불거진 정 전 의원의 강북을 공천을 취소하면서도, 차점자인 박 의원에게 승계하는 방식 대신 전략 선거구로 지정해 재차 경선을 치르기로 결정했다. 박 의원은 “경선 절차에 하자가 생긴 만큼 전략 경선을 진행하면 안 된다”고 주장했지만, 당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지난 2월 20일 하위 10% 통보 사실을 공개한 후 19일 최종 결론에 이르기까지, 박 의원의 공천 과정은 그야말로 롤러코스터나 다름 없었다. 정 전 후보 공천 취소에 이어진 차점자 승계 여부 논란, 결국 전략 경선으로 치러진 상황에서 다시 적용된 하위 10%의 30% 삭감, 여성이자 정치 신인인 상대 후보의 최대 25% 가산까지. 박 의원은 이날 결과 직후 낸 입장에서 "영화같은 반전이 없는 결과"라고 했다.
박 의원은 일련의 경선 과정을 상기하면서 영화 <트루먼쇼> 이야기를 했다. 그는 "당심, 민심 모두 과반 득표자임에도 공천 승계에서 왜 강북을은 예외여야 하는지, 세 번째 경선에는 왜 전국의 당원들이 강북을 투표에 참여해야 하는지, 왜 여전히 박용진은 30% 감산도 모자라 55% 차이를 안고 뛰어야 하는지, 전국적인 투표지연 사태에도 왜 당은 아무 문제도 없는 것처럼 문제제기를 묵살하는지 아무 설명도 듣지 못했다"면서 "그래서 혹시 (<트루먼쇼>) 영화의 시나리오처럼 모두가 나를 상대로 몰래카메라를 찍고 있는 것은 아닐까 생각한 적도 있다"고 토로했다.
다만 '예상했던 결과'인 만큼, 결정을 수용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비명 배제 공천' 논란 이후 계파 갈등의 마지막 도화선으로 점쳐졌던 강북을의 결론은 박 의원이 강조한 '단합'으로 매듭짓게 됐다. 박 의원은 "윤석열 정부 심판을 위해 힘을 모으자"면서 "분열과 갈등은 저를 마지막으로 정리하고 승리를 향한 에너지를 한 데 모으자"고 했다. 그는 이어 "저부터 작은 역할이라도 찾아 나서고 앞장 서겠다"고 밝혔다.
당을 향한 쓴 소리도 이어졌다. 박 의원은 "대한민국 정치사에, 민주당의 앞날에 다시는 이런 일들이 벌어지지 않기를 기대한다"면서 "우리 정치와 민주당이 더 민주적이고 합리적이기 위해서 이번 과정이 중요한 시금석이 되길 바란다"고 강조했다.
최종 경쟁 상대였던 조수진 후보를 향해선 응원과 당부를 전했다. 박 의원은 "우리 국민들을 위해 당선 되셔서 좋은 정치 해주십시오"라면서 "여전히 할 일 많은 대한민국에서 의미있는 국회의원이 되어주시길 응원한다"고 전했다. 경선 논란 내내 강조해 온 "1%의 희망"도 다시 언급했다. 박 의원은 "여러분들에게 약속드린 1%의 희망을 현실로 만들기 위해 앞으로도 뚜벅뚜벅 걸어가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의 공천 탈락으로 당내에선 적잖은 반발 예상된다. 앞서 정봉주 전 의원의 공천 취소 이후 강북을이 전략 선거구로 지정되자 당 중진 우상호 의원과 김상희 의원 등이 경선 방식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전해졌다. 김부겸 상임 공동선대위원장도 이날 라디오에서 “이번 경선은 박용진을 사실상 배제하는 결정”이라며 “이해하기 어렵다, 서울과 수도권 전체에 미칠 영향이 심히 염려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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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