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밥통 의사면허'에 메스…"다시 따면 그만? 앞으론 힘들 것"

정부가 병원을 떠나 집단행동에 가담한 의사들에 대해 면허 취소 후에 재취득이 어렵게 관련 규정을 손보고 있다. 의사 신분 회복을 돕는 현 규정을 고쳐 집단행동을 주도한 전공의들의 ‘퇴로’를 차단하겠다는 포석이다. 경찰은 1일 의료법 위반 등의 혐의로 고발당한 대한의사협회 전·현직 간부 다섯 명의 자택과 사무실을 압수수색하는 등 첫 강제수사에 착수했다.


▲ 전공의 이탈 11일째인 1일 오전 서울 둔촌동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에서 환자들이 진료를 기다리며 누워 있다.

이날 의료계에 따르면 보건복지부는 최근 의료인 면허 취소 후 재교부에 관한 운영 기준을 마련하기 위해 관련 연구 용역을 마무리했다. 정부 관계자는 “재교부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없어 만들고 있는 단계”라며 “이번 집단행동으로 국가 보건시스템과 환자에게 피해를 준 의사들은 향후 면허 취소 시 재취득이 어렵게 심사를 엄격히 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관련 위원회 의결을 거쳐 40시간 교육을 받으면 재교부가 가능하다. 복지부에 따르면 2014년부터 지난해 6월까지 약 10년간 면허 취소 의료인 300명 가운데 42%인 126명이 면허를 재취득했다. 2000년 의약분업 파동 당시 집단휴업을 주도한 김재정 전 의협 회장은 업무방해 등의 혐의로 징역 1년, 집행유예 2년 확정 판결을 받고 2006년 면허가 취소됐지만 2009년 재취득했다. 당시 김 전 회장을 재판에 넘긴 검사가 윤석열 대통령이다.

복지부는 면허 재교부 기준 마련과 함께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정부는 미복귀한 전공의에게 업무개시명령을 내린 뒤 불이행확인서를 받아 3개월의 면허정지 처분을 내리는 수순을 밟을 것으로 예상된다. 현행 의료법상 의사가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을 위반한 경우 최소 3개월에서 1년 이하의 면허정지 처분과 3년 이하의 징역,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질 수 있으며 기소돼 금고 이상의 형을 받으면 면허가 취소될 수 있다. 문제는 면허가 취소되더라도 ‘다시 따면 그만’이라는 인식이 팽배할 정도로 재취득이 용이하다는 것이다. 면허 재취득의 경우 현재까지는 별도의 운영 기준 없이 위원회가 심의를 통해 결정하는 구조였다. 위원의 성향이나 주관적 판단에 따라 좌우될 수 있는 부분도 문제다. 위원회의 결정이 난 뒤 40시간 교육을 받으면 재취득이 가능하다. 의료법 제65조에 따르면 복지부 장관은 △면허 취소의 원인이 된 사유가 없어지거나 △개전의 정(반성의 태도)이 뚜렷하다고 인정되고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교육프로그램을 이수한 경우 면허를 재교부할 수 있다.

복지부는 이번에 면허 재교부 기준을 마련하고 집단행동을 주도한 전공의 등 국민 피해가 컸던 의료진에 이를 엄격하게 적용하기로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면허가 취소됐다는 것은 의료인으로 활동할 수 없다는 판단이 내려진 것으로 재취득은 매우 예외적으로 허용해야 하고 이는 복지부 장관의 재량”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집단행동으로 인해 환자가 피해를 받았다면 이는 아주 엄격하게 봐야 할 사안”이라고 했다. 복지부에 따르면 최근 면허 재교부율은 5~6%에 불과하다. 아직 재교부 기준을 세우기 전 단계지만 면허 재취득을 최대한 엄격하게 허용하고 있다는 의미다.

복지부는 면허 재교부 기준 마련과 함께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따른 국민 피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의료법 개정도 추진하고 있다. 복지부 관계자는 “이번 의료대란 사태 때 업무개시명령을 내렸지만 상당한 인력과 비용, 시간이 소요됐고 현장 혼란도 많아 부족한 점을 보완하고자 한다”며 “의료법 개정안을 조속히 마련해 국회에 제출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지방대학병원 교수는 “이전 정부와 달리 치밀한 법적 조치가 없다면 전공의 움직임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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