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사들 "정부 때문에 이제 수면내시경·무통주사 못 맞아"... 진실은?

"맨정신에 내시경 받을 수 있는 사람?"



A의대 학생들이 정부의 의료개혁 정책을 비판하며 꾸린 '의료정책 대응 태스크포스(TF)'가 지난 21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린 게시물 속 문구(사진)다. '필수의료 정책패키지'에 포함된 '혼합진료 금지' 방침을 지목하면서, 이들은 앞으로 내시경 검사를 받을 때 비급여 항목인 수면마취를 하면 비용이 10만 원에서 30만 원으로 오를 것이라고 주장했다. 수술 후 무통주사를 맞으면 수술비를 100% 환자가 부담해야 한다고도 했다. 최근 의대생과 일부 의사들이 SNS상에서 정부 정책의 문제점으로 자주 제기하는 내용이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사실과 다르다. 정부가 금지를 추진하는 혼합진료는 비급여 항목과 급여 항목을 함께 진료하는 것을 의미한다. 현재 의료체계상 건강보험이 적용되는 급여 항목은 치료비의 10%를, 비급여 항목은 전액을 환자가 부담한다. 하지만 혼합진료가 금지되면 급여와 비급여 항목을 섞어 진료를 받았을 때 급여 항목 치료비까지 전액 환자가 내야 한다.

A의대 학생들이 언급한 내시경 수면마취, 분만·수술 후 무통주사가 비급여 항목에 해당하는 건 맞다. 하지만 복지부는 혼합진료 규제의 경우 과잉진료가 문제 되는 일부 비급여 항목에 한해 의료개혁특위의 논의를 거쳐 시행할 예정이라고 선을 그었다. 예시로 든 것이 도수치료와 백내장 수술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27일 본보와의 통화에서 "도수치료를 할 때 꼭 필요하지 않은 물리치료(급여 항목)를 끼워 파는 식의 행태가 건보 재정에 부담을 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수면마취나 무통주사 등 치료에 필요한 비급여 항목은 금지하지 않을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그런데도 의사계 일부에서 무리한 해석까지 동원해 혼합진료 비판에 나선 것은 비급여 진료 수입이 개원가의 주요 수익원이기 때문이다. 대한의사협회는 최근 한 일간지에 실은 정부 비판 광고에서도 "혼합진료를 금지해 개원가의 씨를 말리겠다고 한다"며 "그래서 전공의들이 하루빨리 자리 잡으려 수련을 그만두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혼합진료 금지로 인한 의사 기대수익 감소가 전공의 집단사직 원인이라는 논리다. 대한전공의협의회 역시 이달 20일 낸 성명문에서 혼합진료 금지 정책을 철회하라고 정부에 요구했다.

정부 역시 과잉 비급여 진료에 따른 불공정한 의료생태계가 필수의료 위기의 원인이라고 판단하고 있어 물러서지 않을 전망이다. 비급여 항목 진료가 많은 비(非)필수의료 분야에 수익이 집중되고 건보 재정마저 흘러들면서 필수의료에 상대적으로 적은 자원이 배분되고 있다는 것이다. 복지부는 "비급여 관리 강화를 통해 필수과 기피·이탈 현상 해결을 기대하고 있다"며 "중증치료 목적도 아니면서 의료 남용을 유발하는 과잉 비급여는 환자 건강에도 좋지 않고 건보 재정 누수의 원인이 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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