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명, 타협 대상 아냐"…단호한 尹


윤석열 대통령이 '의대 증원 2000명'에 반발하는 의사들의 집단행동에 "지금 의대 증원을 해도 10년 뒤에나 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언제까지 어떻게 미루라는 것이냐"고 말했다. 전국 시도지사와 주요 부처 장관들이 모두 참석한 자리에서 의대 증원의 절박함을 상세히 설명하면서 "양비론이 있을 수 없다"고 선언했다.

윤 대통령은 27일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전국 17개 시·도지사와 시·도 교육감이 참석한 가운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를 주재하고 '의료 개혁'과 '2024년 늘봄학교 준비' 안건을 논의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강한 어조로 의료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의료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의료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인 약자복지와도 직결돼있다. 그래서 이는 협상이나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고 돼서도 안 된다"고 했다.

'2000명 증원'이 후퇴할 수 없는 최소한의 숫자라는 점도 재차 분명히 했다. 윤 대통령은 "인구 1000명당 의사 수가 OECD(경제협력개발기구) 평균 3.7명인데 우리나라는 2.1명이다. 의사 수로 환산하면 1.6명에 그 5만배(우리나라 인구)를 곱하면 약 8만명 이상이 부족한 상황"이라며 "현재 기준으로만 하더라도 연 2000명씩 증원할 때 OECD 평균에 도달하는 시점은 앞으로 27년 후가 된다, 2051년이 된다"고 했다. 우리나라의 급속한 고령화를 고려하면 의사 수는 더욱 부족해지기 때문에 시간이 없다는 얘기다.


윤석열 대통령은 의대 2000명 증원 관철의 근거를 헌법에서 찾았다. 국민 보건에 대한 국가의 보호 책무를 규정한 헌법 조항이다. 헌법 수호는 대통령의 첫번째 책무인 만큼 물러설 수 없다는 것이다.

전공의(인턴·레지던트) 집단 사직으로 본격화된 의사들의 집단행동이 확산 여부를 놓고 고비를 맞은 가운데 윤 대통령은 27일 전국의 시도지사 등과 함께 한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대 증원 등 의료 개혁의 당위성을 또 한번 강조했다.


당초 정부는 의사 파업 등과 관련해 윤 대통령이 직접 나서는 모양새는 가급적 피해왔다. 국가적 과제를 추진하는데 대통령이 특정 직업군과 마치 대결을 벌이는 듯한 구도는 바람직하지 않기 때문이다. '2000명'이란 의대 증원 숫자도 대통령의 입으로 발표하지 않은 이유이기도 하다.


하지만 사태의 장기화가 우려되자 대통령이 나섰다. 앞서 국무회의 등을 통해 의료개혁의 필수성을 거론한 것보다 한층 발언 수위를 높였다. 향후 일주일 이내에 의사 집단행동의 향방이 갈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는 전공의들에게 29일까지 업무복귀 최후통첩을 보내면서 사법처리를 예고했다. 의사협회 등은 휴일인 3월3일 대규모 장외집회를 계획하고 있다.

정부 고위관계자는 "연휴가 끝나는 3월4일에는 많은 의사들이 현장에 복귀할 것으로 기대한다"며 "전국 의대의 증원 신청서도 3월4일까지 제출받기로 해 다음 주초가 중요한 분수령이 될 것"이라고 했다.

의료 개혁 관철을 위한 정부의 의지와 논리는 확고하다. 윤 대통령은 이날 국민 보건에 대한 국가의 보호 책무를 규정한 헌법 제36조 3항을 꺼냈다. 윤 대통령은 "국가가 모든 국민이 필수의료 서비스를 받을 수 있도록 보장하고 지역 어디에서나 공정한 의료서비스 기회를 누릴 수 있게 할 책무가 있다는 것"이라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은 이러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고 했다.

의대 증원 문제가 '타협의 대상'이 될 수 없는 이유가 바로 헌법 이행, 즉 국가의 근간에 관한 문제라는 뜻이다. 윤 대통령은 이날 의사 집단행동 이유와 관련해 "직역의 이해관계"라고 표현했다. 헌법의 책무와 의사들의 이익(혹은 권리)이 충돌하는 상황으로 보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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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