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증원 앞장 尹 "DJ도 사법시험 합격 2배 늘려 법치주의 발전"

윤석열 대통령은 27일 의대 증원의 필요성을 부각하면서 김대중(DJ) 전 대통령 시절 사법시험 합격자 증원 사례를 꺼냈다.


▲ 윤석열 대통령이 27일 청와대 영빈관에서 열린 제6차 중앙지방협력회의에 참석해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주재한 제6회 중앙지방협력회의에서 "의사 증원은 우리 의료 위기를 극복해나가는 의료 개혁의 필수 조건"이라며 "일단 수를 늘리지 않고는 해결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김대중 대통령이 사법시험 합격자 수를 2배로 늘렸다. 그때도 '(증원 규모가) 많다'고 했다"며 "과거에 100명 이하로 뽑다가, 300명, 500명 이렇게 늘렸다가, 김 대통령 때 1천명을 뽑았다"고 언급했다.

이어 "이렇게 해서 변호사 숫자가 늘어나니까 법률 전문가들이 사회 모든 분야에 자리를 잡아서 법치주의 발전이 급속도로 진행됐다"며 "우리나라 민주화에도 굉장히 많은 기여를 했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러한 상황을 현재 의료 환경에 빗대면서 "필수의료체계가 완전히 무너졌다. 의사 수를 묶고, 의사 수를 줄였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의사가 줄면 수입이 높은 비급여에만 전부 몰린다"며 대표적인 비급여 항목으로는 미용성형을 지목했다. 이어 "치열한 경쟁이 될 수 있게 시장 원리가 작동하게 만들어야 하는데, (의사가) 1년에 350명씩 20년간 줄여서 지금 한창 활동해야 할 의사가 7천명이 줄었다"고 말했다.

가뜩이나 의사 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미용 분야에 의사들이 몰려 수입을 보장받으니 필수 진료가 망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윤 대통령의 인식이다.

그러면서 "지금 의대 증원을 해도 10년 뒤에나 의사들이 늘어나기 시작하는데, 도대체 어떻게 미루라는 것이냐"고 지적했다.

윤 대통령은 "지금 정부는 국민과 지역을 살릴 마지막 기회라는 절박함으로 의료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면서 "국민이 아플 때 제때, 제대로 된 치료를 받지 못한다면 국가가 헌법적 책무를 다하지 못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 근거로는 모든 국민은 국민 보건에 관하여 국가의 보호를 받는다고 규정한 헌법 36조 3항을 제시했다.

이어 "어린이와 노인, 장애인을 비롯한 의료 약자를 보호하는 것은 정부의 핵심 국정 기조인 약자 복지와도 직결됐다"며 "국민의 생명과 건강 보호는 모든 기본권의 전제가 되고, 자유의 전제 조건"이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의대 정원 2천명 증원은 이러한 국가의 헌법적 책무를 이행하기 위한 최소한의 필수적 조치"라며 "우리나라는 현재 의사 수가 매우 부족하다. 가까운 미래는 더 심각한 상황이 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현재 상황을 기준으로만 보더라도 의료 취약 지역에 전국 평균 수준 의사를 확보해 공정한 의료 서비스 접근권을 보장하는 데에 약 5천명의 의사가 더 증원돼야 한다"며 2035년까지 급속하게 진행될 고령화에 대응하기 위해 1만여명의 의사가 더 필요하다는 게 여러 전문 연구의 공통적 결론이라고 언급했다.


윤 대통령은 "27년간 정체된 의대 정원을 더 늦기 전에 정상화해야 지역과 필수의료를 살릴 수 있다"며 첨단바이오산업 육성, 양질의 고소득 일자리 보장을 위해서라도 증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정부는 이미 의사들의 사법리스크 완화, 필수의료 보상체계 강화 등 의료계 요구를 전폭 수용했다"며 "그럼에도 의사들이 집단행동을 벌이고 의료현장에 혼란을 발생시키고 있어 매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금 이 순간에도 현장을 지키며 환자를 위해 헌신하는 의사·간호사를 비롯한 의료진께 국민을 대표해 깊이 감사드린다"며 "헌신이 헛되지 않도록 정부는 국민을 위한 의료개혁을 흔들림 없이 완수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날 회의에는 회의에는 한덕수 국무총리, 이주호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 이상민 행정안전부·보건복지부 장관 등을 비롯해 전국 시도지사, 교육감이 자리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전공의 이탈이 장기화할 경우 의료진의 피로도 누적으로 진료 기능 차질이 예상된다"며 시민들의 피해가 현실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치과의사 출신인 김영환 충북지사는 "저도 의사이지만 의대 증원은 더 늦출 수도 없고 미룰 수도 없는 문제"라며 "이번 기회에 의과학자를 늘리는 문제에도 정부가 전향적으로 나서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민주당 소속인 강기정 광주시장은 "전남대병원 소아과 정원이 6∼7명인데 1명 빼고는 안 간다. 소아과 정원을 백날 늘려봤자 응하지를 않는다"며 "(증원할) 2천명 중 공공 의사가 몇 명인지를 정확하게 토막을 쳐줘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그러한 문제를 4대 의료개혁 패키지에서 종합적으로 다루고 있다"며 "의대 정원만 늘리는 것은 있을 수 없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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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