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 공천 반발 탈당 잇따라…비명계 집단행동 주목

더불어민주당 총선 후보 공천에서 배제된 비명(비이재명)계 인사들의 탈당이 잇따르고 비명계 최고위원이 사퇴하는 등 공천 내홍이 점입가경으로 치닫고 있다.


▲ 이재명(왼쪽 세번째)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23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중앙당사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발언을 하고 있다.

이미 탈당한 인사들에 더해 앞으로 경선을 포기할 가능성이 있는 비명계 인사들이 대거 이탈해 무소속 출마를 하거나 이낙연 전 대표가 만든 '새로운미래'에 합류하면 민주당의 총선 전략에도 적신호가 켜질 전망이다.

현역 평가 하위 10% 통보를 받은 비명·이낙연계 박영순 의원은 27일 국회 소통관 기자회견에서 탈당을 선언하고 이낙연 전 대표가 이끄는 새로운미래에 합류하겠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회견 후 기자들과 만나 "개판이고 엉망인, 엿장수 마음대로 하는 공천"이라면서 "제가 탈당하고 나서 여러 의원들이 탈당을 결행할 것"이라고 했다.

현재까지 민주당을 탈당한 의원은 박 의원을 비롯해 현역 평가 하위 20%를 통보받은 김영주 국회부의장, 서울 동작을 경선에서 배제된 이수진 의원 등 3명이다.

후보자 검증 단계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은 김윤식 전 시흥시장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탈당과 함께 국민의힘 입당을 선언했다.


역시 하위 10% 통보를 받은 설 의원도 28일 탈당을 예고했고, 친문(친문재인) 핵심 홍영표 의원 등의 탈당 가능성도 거론된다.

민주당으로서는 여전히 탈당을 고민하는 비명계가 더 많다는 점이 부담스럽다.

김한정·박용진·윤영찬 의원 등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통보를 받고도 경선에 임하는 의원들이 있지만, 아예 경선 기회조차 얻지 못하는 의원들은 얼마든지 탈당할 가능성이 있다.

실제로 아직 경선 여부를 통보받지 못한 친문계를 비롯한 비명계 의원들은 수시로 소통하며 집단행동에 나설지 등을 논의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부 비명계 의원들은 가칭 '민주연대'를 만들어 탈당 등 공동 대응 방안을 논의할 방침이다.

이와 관련해 박 의원은 "(비명계 의원들이) 징검다리, 블록 형태로 힘을 모아서 움직이려고 하고 있다"고 전했다.

친문계의 상징성을 지닌 임종석 전 대통령비서실장은 이날 자신의 옛 지역구이자 출마를 고수한 서울 중·성동갑 공천에서 배제되면서 친문계의 반발이 최고조에 달할 수 있는 상황이다.

여기에 유일한 친문 및 비명계 선출직 최고위원인 고민정 최고위원이 이날 공천 갈등 상황에 항의하며 최고위원직에서 사퇴, 당내 긴장감은 더욱 고조되고 있다.

고 최고위원은 "(공천이) 불공정하지 않으냐는 문제 제기가 이어지는 상황"이라며 "이런 불신을 종식하지 않고서는 총선에서 단일대오를 이뤄서 승리를 끌어나가기 어렵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과 진보당이 울산 북구 총선 후보를 진보당으로 단일화한 것에 반발하고 있는 이 지역 현역 이상헌 의원도 이날 거듭 경선을 요구하며 탈당 및 출마 강행 의지를 피력했다.

이들이 실제로 탈당 등의 행동을 결행하면 당은 심리적인 분당 사태에 이를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민주당을 떠난 비명계 의원들은 무소속으로 출마하거나, 이날 탈당한 박 의원 처럼 새로운미래로 옮겨 총선에 출마할 공산이 크다.

새로운미래 이낙연 공동대표도 이날 SBS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나와 '민주당 공천 파동 후 추가로 합류할 현역 의원이 있는가'라는 물음에 "저희 욕심만큼은 아니어도 계시기는 할 것"이라고 대답했다.

그러나 당 일각에서는 신당의 존재감이 미미한 만큼 경선 기회만 주면 지역구 조직력을 바탕으로 당내에서 승부를 보려는 의원들이 더 많을 것이라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비명계 의원은 통화에서 "하위 20%에 들더라도 경쟁 상대가 가산점을 받는 신인 또는 여성 등이 아니라면 경선을 치르지 않겠나"라며 "새로운미래의 존재감도 없어서 탈당할 사람이 얼마 안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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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