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힘 혼란할 때면 두더지처럼 쑥쑥 튀어나와…분란 부채질하는 사람들
진시황 사후 간신 조고는 자기편인 사람들을 가려내기 위해 한 가지 테스트를 한다. 황제 호해에게 사슴을 한 마리 바치면서 말(馬)을 바친다고 한 것이다. 당시 옆에서 ‘말이 아니라 사슴’이라고 입바른 말을 한 신하들은 조고의 눈 밖에 나 숙청을 당했다. 조고는 자신의 얼토당토않은 말에 동조한 신하들만을 살려뒀다. 권세를 마음대로 주무르던 조고는 후세에 진나라 멸망의 원흉으로 기록된다.
지난 주말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갈등이 수면 위로 떠오르며 국민의힘이 한차례 격랑에 휩싸였다. 당시 대통령실과 친윤(친윤석열계) 의원들이 한 위원장의 사퇴를 요구했다는 보도가 나왔고 이후 실제로 현재 권력과 미래 권력이 정면으로 치고받는 충격적인 사태가 발생했다.
이후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이 23일 서천시장 화재현장에서 전격 회동하면서 갈등은 일단 봉합된 모양새다. 하지만 김건희 특검 등 해소되지 않은 뇌관이 남아있어 혼란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여당이 ‘카오스’에 휩싸일 때마다 두더지처럼 쑥쑥 고개를 내미는 주역은 따로 있다. 바로 ‘지록위마’를 좇고 있는 친윤계 초선들이다. 이들 지록위마를 따른 이력은 화려하다. 지난 3·8 전당대회 때 불거졌던 ‘나경원 연판장 사태’가 대표적이다. 50명의 초선 의원들은 나경원 전 자유한국당 원내대표의 당대표 불출마를 요구하는 연판장을 돌렸다. 용산과 갈등을 겪던 나 전 원내대표를 자연스럽게 밀어내고 ‘윤심’이 지목한 김기현 전 대표를 밀어주기 위해서였다.
메신저를 자청하면서 윤심을 오독해 헛발질을 하기도 한다. 이들은 과거 윤심이 당시 김기현 대표에게 있다고 믿고 김 대표의 사퇴를 촉구한 중진 의원들을 집단 저격했다. 하지만 김 전 대표 역시 용산의 외면 속에 당대표직에서 물러났다.
자신들이 앞장서 옹립한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이 물러나야 한다고 처음 목소리를 낸 것도 이들이다. 당연히 이번 총선 승리 전략을 고민한 흔적도 보이지 않는다. 그저 윤심이 지목한대로, 사슴을 보고 말이라고도 할 수 있는 맹목적 충심에 따른 것이다. 앞으로도 친윤 의원들의 지록위마 행보가 계속된다면 여당의 총선 패배는 예정된 미래가 될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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