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주당 텃밭 마포구는 옛말, 노웅래·정청래의 운명은?
서울 마포구. 민주계열 정당이 전통적으로 우세한 곳이었지만 최근 선거를 통해 변화가 확인된 곳이다.
20대 대선,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의 득표율은 49.03%,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의 득표율은 46.50%였다. 특히 마포갑(공덕동·아현동·도화동·용강동·대흥동·염리동·신수동)에서는 54.23% 대 41.96%로 윤 후보가 두 자릿수 격차로 이겼다. 마포을(서강동·서교동·합정동·망원1동·망원2동·연남동·성산1동·성산2동·상암동)은 마포갑에 비해 민주당 우세 성향이 보다 강하지만 그 차이가 압도적이지 않다. 지난 대선 당시 마포을에서 이재명 후보는 윤 후보에게 2.58%p 앞서는 데 그쳤다.
2022년 지방선거 때도 마찬가지였다. 민주당은 구의원 10명을 배출했다. 국민의힘(9명)보다 간신히 1석 앞선 숫자였다. 서울시장 선거에선 국민의힘 오세훈 후보(56.57%)가 민주당 송영길 후보(40.83%)을 크게 앞섰고, 마포구청장 선거에선 국민의힘이 12년 만에 마포구청장을 탈환했다.
이는 신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면서 마포구의 주민 구성이 바뀌고, 집값 폭등·보유세 인상 등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대한 이른바 '분노 투표'가 이어진 것으로 해석됐다. 현재 민주당 다선의원이 지역구 현역으로 있는 마포 갑·을 유권자들이 22대 총선 땐 어떤 선택을 할지 주목되는 이유다.
[마포갑] 터줏대감 노웅래에게 닥친 악재... 도전자가 넘친다
마포갑 현역의원인 노웅래 민주당 의원은 22대 총선에서 당선될 경우 '5선'이 된다. 부친 노승환 전 국회부의장이 마포에서 8대, 9대, 10대, 12대, 13대 국회의원을 지내고 마포구청장까지 2번 역임한 것을 감안하면 아버지와 아들이 합쳐서 마포구에서 9선을 지냈다. 대를 이어 한 지역구에서 터전을 다져온 만큼, 노 의원이 지역의 터줏대감이란 데는 이견이 없다. 본인 역시 내년 총선 출마 의사가 매우 강한 편이다.
하지만 최근 마포갑이 '무주공산'이 될 것이란 기대가 높아졌다. 검찰이 노 의원을 뇌물수수 혐의로 기소했기 때문이다. 노 의원에 대한 1심 재판 결과가 내년 총선 전 나올 가능성은 높지 않지만, '검찰의 기소' 자체가 향후 공천 및 선거과정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다. 이 때문에 '포스트 노웅래'를 노리는 당내 경쟁자들도 늘고 있다. 현재 염리동에 거주 중인 현역 신현영 의원(비례대표. 초선)이 출마예정자로 거론되고 있고 김빈 전 청와대 행정관 등 원외 인사들도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바뀐 선거지형과 노 의원의 상황을 감안한 여권 내 도전자 수도 많다. 최근 국민의힘과 합당의사를 밝힌 조정훈 시대전환 의원(비례대표. 초선)은 마포갑에서 주민들과 인사를 나누고 있다. 국민의힘 최승재 의원(비례대표. 초선)과 이용호 의원(전북 남원임실순창. 재선)도 이곳에 현수막을 내걸고 있다.
이로 인해 당내 갈등도 돌출되고 있어 여당은 '교통정리' 필요성도 대두된 상황. 당장, 조정훈 의원의 합당 기자회견이 최승재 의원의 선거사무소 개소식 바로 전날 열려 당 안팎의 구설에 오르기도 했다. 당에서 최승재·이용호 의원에게 수도권 내 다른 지역구 도전을 권유했지만 당사자들이 이를 거절했다는 후문이다. 국민의힘은 마포갑을 아직 사고당협으로 둔 채 위원장직을 공석으로 두고 있다.
이처럼 여야 합쳐 현역 의원 5명이 마포갑 총선에 나서는 상황이 됐지만 노웅래 의원실 관계자는 "마포갑이 호락호락한 지역구가 아니다"며 당의 공천 등에 자신감을 보였다. 마포구 내 여권 지지세가 오르는 상황에서 야권의 아무나 온다고 지지해주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이 관계자는 "오랫동안 지역활동을 해오면서 이곳 사정을 잘 아는, 중량감 있는 후보여야 마포갑을 지킬 수 있다"고 강조했다.
[마포을] 정청래와 김성동의 3번째 승부... '소각장 이슈' 부각
마포갑에 비해 마포을은 아직 민주당 우위 지역으로 분류된다. 무엇보다 신규 소각장(광역자원회수시설) 입지가 마포구 상암동으로 선정되면서 오세훈 서울시장과 박강수 마포구청장에게 표를 줬던 지역 민심이 급속도로 악화되고 있다. 실제 지역구 곳곳에는 소각장 설치를 반대하는 주민들의 현수막이 걸려 있다.
지역구 현역 정청래 의원 입장에선 불리하지 않은 구도가 만들어진 셈. 특히 그는 17대 총선을 통해 마포을에 자리잡은 뒤 한 차례 낙선과 당의 공천배제(컷오프)에도 재차 지역구를 탈환하는 저력을 보여 준 인물이다. 또 현재 당의 최고위원으로서 대여 공세의 최전선에 서 있고 방송 출연도 잦은 편이라 인지도도 월등하다.
다만, 지역주민들의 반응은 엇갈렸다. 30대 여성 직장인 김아무개씨는 "투표에 있어서 정당보다는 의원 개인의 공익적, 정치적 성과를 살펴보는데, 정청래 의원에게 별다른 문제가 있다고 보지 않는다"라고 말했다. 반면, 30대 남성 A씨는 정청래 의원의 '센' 입에 대한 피로감을 호소했다. 그는 "민주당을 지지하기는 하는데, 국회의원은 바뀌었으면 좋겠다"라며 "정 의원의 발언이 굉장히 극단적이고 민심과 동떨어졌다고 느낀다"고 말했다.
여당의 추격세도 만만치 않다. 국민의힘 마포을 당협위원장인 김성동 전 의원은 이번에 '4수'를 준비하고 있다. 이번에 맞붙는다면 정청래 의원과 세 번째 승부다. 민주당이 압승했던 21대 총선(36.78%)에서 20대 총선(31.95%) 때보다 1만 표 가량 더 득표하는 등 꾸준한 도전과 지역 활동에 따른 성과가 있다는 평가다.
김 전 의원은 여당 소속 구의원들과 민심 청취에 나서는 등 현장 행보를 진행 중이었다. 홍대 거리의 자영업자들과 망원월드컵시장의 상인들을 만나 추석인사를 하고, 망원동 쌈지경로당 방문 및 망원2동 생활상권추진위 면담 등을 진행했다. 상인들 대다수는 그와 안면이 있는 듯 반갑게 악수하면서 "또 와줘서 고맙다", "감사하다"고 말했다.
패션 브랜드 지점을 운영 중인 30대 남성 B씨는 "민주당에서 우리에게 인사하러 오는 것은 한 번도 못봤다. 상인들 이야기를 들으러 와주는 국민의힘을 지지한다"라고 밝혔다. 경로당 노인회 일을 돕고 있는 50대 여성 C씨는 "여기 계신 분들 모두 '민주당 되면 안 된다. 국민의힘이 되어야 한다'라고 이야기한다"라며 "소각장 이슈에 덜 민감한 곳이기도 하고"라고 말했다. 노인회 부회장을 맡고 있는 D씨는 "국민의힘 사람들이 올 때마다 기분이 좋다"라고 인사했다.
김 전 의원은 "늘 미진하고 부족한 점을 많이 느끼지만, 언제나 최선을 다하려고 한다, 흘려듣지 않고 경청하려고 한다"라며 "시장에 갈 때마다 오히려 저를 늘 격려해주시면서 '이번에는 꼭 되어야 하는데' 응원해주는 분들 덕분에 힘을 얻는다"라고 말했다. 또 "지금의 판세 분석이 무슨 소용이 있겠느냐"라면서도 "험지라고 하지만, 항상 기도하는 마음으로 도전하고 있다. 국민과 지역과 나라를 위해 국회의원이 어떤 역할을 하는지 보여드리고 싶은 마음"이라고도 이야기했다.
다만 '소각장 문제'는 그에게 악재다. 김 전 의원 측 관계자는 "소각장만 아니었어도 이번에 정말 해볼만했을 텐데, 우리 입장에서는 핵폭탄이 터진 셈"이라면서 "소각장을 추진하더라도 주민들에 대한 확실한 보상안을 마련해오는 게 우리의 과제"라고 말했다. 서울시와의 소통에서는 여당이 낫다라는 점을 호소하겠다는 전략이다.
변수는 하나 더 있다. 바로 정의당이다. 정의당은 이전부터 서울 마포구에 공을 들이며 착실히 조직 표를 다지고 있다. 지난 총선 비례대표 선거에서 마포구 주민들 이 정의당에 준 표는 2만 6700표였다. 득표율은 12.23%로, 국민의당이나 열린민주당보다 높은 득표였다. 당시 마포을 지역구에 출마한 오현주 정의당 후보도 8.87%(1만4453표)를 모으며 선전했다. 현재는 장혜영 의원(초선, 비례대표)이 마포구 지역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다음 선거를 준비하고 있다. 당선 가능성은 낮은 편이지만, 성적표에 따라 당의 분위기는 물론 마포을 선거 구도에도 분명한 영향을 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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