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만난 푸틴 “위성 개발 돕겠다”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13일 러시아 아무르주(州) 보스토치니 우주기지에서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했다. 2019년 4월 이후 4년 5개월 만의 재회다. 푸틴 대통령은 북한에 위성·미사일 기술 제공을 시사했고 김정은은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에 대해 “제국주의에 맞서 싸우는 데 함께하겠다”고 했다.
북·러의 공개적인 군사 협력은 1991년 구소련 붕괴 이후 30여 년 만이다. 2019년 하노이 미북 정상회담 결렬 이후 경제난과 국제적 고립에 빠진 북한과, 2년째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우군이 필요한 러시아의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면서 양측이 급속도로 밀착하는 모양새다. 최근 한·미·일 공조 체계가 강화되는 가운데 냉전 때와 같은 ‘서방 자유 진영 대 권위주의 진영’의 구도가 재현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날 푸틴 대통령과 우주기지를 둘러보며 우주발사체 엔진 부분 등을 살펴봤다. 푸틴 대통령은 현지 매체에서 ‘북한의 인공위성 개발을 도울 것이냐’고 질문하자 “그래서 우리가 이곳에 온 것”이라며 “김정은은 로켓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고 했다. 북한이 대륙간탄도미사일(ICBM)과 사실상 동일한 기술인 인공위성을 쏘는 것은 유엔 안보리 결의 위반이다. 안보리 상임이사국으로 대북 제재에 찬성했던 러시아가 대북 지원 의사를 공개적으로 밝히며 안보리 체제를 스스로 무너뜨리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은 이날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 “러시아가 악에 맞서 승리할 것을 확신한다”며 “우리는 앞으로도 반제국주의 자주 전선에서 러시아와 함께 있을 것”이라고 했다. 러시아가 필요한 무기를 지원할 수 있음을 시사한 것으로 해석된다. 김정은은 그러면서 “지금도 우리나라의 최우선 순위는 러시아와의 관계”라고도 했다. 푸틴 대통령은 “(김정은이) 북한을 세운 뛰어난 정치인들이 제시한 길을 단호하고 자신 있게 따르고 있다”고 했다. 김정은이 김일성·김정일 등 선대들처럼 북·러의 긴밀한 관계를 구축하고 있다는 얘기다.
김정은과 푸틴 대통령은 양측 대표단이 배석한 확대 회담을 약 1시간 30분 진행한 뒤, 일대일 단독 회담을 30분가량 이어갔다. 양측은 이날 회담 관련 구체적 내용을 공개하지는 않았다. 대신 크렘린궁은 “양측은 ‘공개하면 안 되는 민감한 영역’에서 협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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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