휘발유 2000원 돌파…소비자 '한숨', 정유업계 '미소'
정유사들의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두 자릿수대로 올라섰다. 올 하반기에도 정제마진 강세가 이어질 조짐이어서 정유업계 실적 회복 기대감도 커지고 있다. 다만 기름값 상승 우려로 소비자들 부담은 한결 가중될 전망이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이달 첫째주 싱가포르 복합 정제마진은 11.5달러를 기록했다. 이는 지난주 8.9달러와 비교하면 2.6달러(29.2%) 급등한 것이다. 정제마진이 두 자릿수대를 회복한 것은 지난 1월 넷째 주 이후 7개월 만이다.
정제마진은 휘발유나 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과 수송·운영비 등 각종 비용을 뺀 금액이다. 업계에서는 정유사의 수익을 가늠하는 지표로 통한다. 통상 정제마진 4~5달러를 손익분기점으로 본다.
정제마진의 상승은 사우디아라비아와 러시아의 자발적 감산 연장으로 국제 유가가 오른 것이 주 원인이다. 국내 정유사들의 수입 원유 가격 기준인 두바이유는 이달 1~3일 배럴당 평균 85.4달러를 기록하며 6월(평균 75달러)과 비교해 약 10달러 올랐다. 지난달 비산유국 협의체인 OPEC+ 회의에서 사우디가 유가 부양에 대한 의지를 밝힌 만큼, 하반기에도 유가가 70달러 아래로 내려오지 않을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전유진·이주완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글로벌 등·경유 재고가 점점 타이트해지고 있다"며 "미국·유럽 폭염, 인도 홍수 등으로 가동 차질도 발생하고 있어 정제마진 상승세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정제마진이 급등하자 정유사들은 모처럼 함박웃음을 짓고 있다.
올 상반기 정제마진이 손익분기점 아래로 떨어지면서 정유사들은 일제히 영업이익이 감소했다. 20달러가 넘는 정제마진에 힘입어 사상 최대 매출을 갈아치우던 실적 잔치가 1년 만에 끝난 것이다.
지난해 2분기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거뒀던 SK이노베이션은 올 2분기 1068억원의 영업손실을 내며 적자전환했다. 에쓰오일도 정유 사업 부문에서 2921억원의 적자를 내며 올해 2분기 영업이익이 전년 동기(1조7220억원) 대비 98% 감소한 364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HD현대오일뱅크는 영업이익이 1조3703억원에서 361억원으로 대폭 축소됐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정제마진이 저점을 반등하고 조금씩 상승하는 흐름을 보여주고 있다"면서 "정제마진 상승세가 하반기에도 유지된다면 정유 부문 사업 실적이 의미 있게 개선될 것"이라고 밝혔다.
정유업계와 달리 기름값 상승으로 소비자들은 부담이 커지고 있다.
한국석유공사 오피넷에 따르면 7일 기준 전국 평균 휘발유 값은 ℓ(리터)당 1687.85원으로 지난달 9일 기록한 1570원 대비 약 110원 올랐다. 같은 기간 경유는 1380원에서 1512.49원으로 올라 상승 폭이 더 컸다. 경유 가격이 1500원대를 기록한 것은 지난 5월 10일 이후 3개월 만이다.
한편 이달 말 기획재정부 등은 유류세 인하 연장 여부를 검토한다.
정부는 당초 세수 부족으로 인해 이달을 마지막으로 유류세 인하가 종료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국제 유가 상승세가 가파른 만큼 정부가 한 번에 인하 종료 조치를 내리진 못할 것이란 주장이 나온다. 일각에서는 내년 4월 총선 이후로 인하 종료를 미루거나, 인하율을 축소하는 방안도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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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