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돈으로 사무실 보증금 내는 민주노총...고용부 “일부 규정 위반”

민주노총이 국고 보조금 약 30억원을 사무실 임차 보증금으로 쓰는 과정에서 규정 위반이 있었다며 고용노동부가 민노총에 이를 바로잡으라고 요구했다.


고용부는 지난 27일 이런 내용이 담긴 공문을 민주노총에 전달했다. 고용부는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정동 민노총 사무실에서 현장 조사를 벌이는 등 민노총에 지급된 국고 보조금이 제대로 쓰이고 있는지를 조사해 왔다. 조사 과정에서 일부 위반 사항이 확인됐다며 시정을 요구한 것이다.


국고보조금 지급 실태 확인을 위해 지난달 30일 서울 중구 민주노총 사무실을 찾은 고용노동부 관계자들이 민주노총 관계자와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민노총은 2001~2005년 정부로부터 약 30억원의 국고 보조금을 받아 민노총 본부와 일부 산별 노조들이 사무실 임차 보조금으로 쓰고 있다. 경향신문사 건물 본관에 입주해 있는 민노총 본부는 보증금 19억1160만원 중 97%인 18억5000만원, 경향신문사 별관의 금속노조·사무금융노조는 보증금 11억5000만원 중 63%인 7억2424만원이 국고 보조금이다.

정부는 민노총에 보조금을 줄 때 빌린 사무실에 근저당권을 설정하라는 조건을 달았다. 만에 하나 빌린 사무실이 경매에 부쳐졌을 때 등의 상황에서 돈을 돌려받아야 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민노총은 국고 보조금으로 빌린 사무실 모두에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았다. 민노총 본부와 금속노조·사무금융노조은 물론, 별도 건물에 사무실을 빌린 보건의료노조, 화학섬유노조, 서비스연맹도 근저당권을 설정하지 않았다.

보고 의무 역시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현행 규정상 사무실 임차 계약 기간이 끝나 다시 계약하거나, 계약 내용이 바뀌면 15일 이내에 계약서 사본과 등기부등본 등을 정부에 제출해야하지만, 민노총은 제출하지 않았다. 현행법에 따르면, 정부에서 국고 보조금을 지원받으면 매년 2월까지 직전 연도의 재정수지 현황, 임차공간 활용 현황 등을 정부에 보고해야 한다. 그러나 민노총은 거의 매년 이런 내용을 정부에 보고하지 않았다.

고용부는 “민주노총이 국고 보조금으로 빌린 사무실 5곳의 토지와 건물에 대해 근저당권을 설정하라고 명령한 상태”라며 “정당한 사유 없이 따르지 않으면 국고보조금을 주기로 했던 결정을 취소할 수도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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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