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누가 주호민의 아들을 돌볼 것인가
'주호민 아들' 낙인…학교‧교사 기피현상 우려
특수교사 위축시켜 다른 특수아동들 미래까지 악영향
고소 취하 없이 "기다려 달라"…패소하면 매장, 승소해도 역풍
웹툰 작가, 유튜버 커리어 '와르르'…역고소 당할 수도
유명 웹툰 작가 주호민이 자폐증이 있는 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알려지며 사태가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웹툰 작가이자 유튜버로서의 자신의 커리어는 물론, 아들을 비롯한 다른 특수아동들에게까지 악영향을 미치는 경솔한 행동이었다는 비난이 인다.
주호민이 유명인이 아닌 일반인이었다면, 혹은 서울 서초구 서이초등학교에서 교사가 극단적 선택을 한 사건이 발생하지 않았다면 조용히 묻힐 수도 있는 일이었겠지만, 결국 두 가지 요인이 겹치며 주호민은 ‘악성 민원 학부모’를 상징하는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그의 아들 역시 학교나 교사, 다른 학생‧학부모들로부터 기피 대상이 돼 어려움을 겪을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주호민 아들 전학 온다" 소문에 학부모들 부글부글
지난 28일 한 부동산 전문 카페에는 ‘서울 A초 비상!’이라는 제목의 글이 올라왔다.
글쓴이는 “주호민 가족이 서울로 이사 갔나 보다. 경기도 성남시 분당 B초등학교를 쑥대밭으로 만들어 놓고 여름방학 몇 달 전 최근 서울 A초등학교로 전학했다더라”라고 적었다. 원문에는 초등학교 이름이 모두 공개됐다.
글쓴이는 “주호민이 입장문을 교묘하게 장난질해서 실제 아이는 지난해 4학년(유급 2년으로 통합학급 2학년 재학), 11살이다. 피해 여아는 지난해 9살이었다”고 설명했다. “사춘기 시작되고 본능에 충실해서 저지른 일. 빨리 고치지 않으면 큰일 나는데 특수 교사가 지도했다가 고소당했다”고 지적했다.
여름 방학 기간인 만큼 주 씨 부부가 해당 학교로 아들을 전학시켰는지 여부는 확인되지 않고 있다.
다만 이런 소문이 확산되고 해당 지역 학부모들 사이에서 공포감이 조성되고 있다는 건 앞으로 주 씨 아들을 흔쾌히 맡아 가르치겠다는 학교나 교사가 나오기 힘들 것임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실제 주호민 관련 기사에는 “저 아이를 가르치고 싶겠나. 부모가 녹음하고 고소하고 저렇게 난린데”, “주호민은 자식의 인생을 망쳐 버렸네...주호민의 아이로 낙인을 찍어 버렸네”라는 글이 올라오고 있다.
주 씨의 아들은 이미 대중에 얼굴이 공개된 상태다. 주 씨가 예전부터 SNS에 사진을 올린 이후 여러 곳에 퍼지면서 유포를 막기도 쉽지 않은 일이다.
◆"다른 특수아동들 미래에도 악영향"
더 큰 문제는 이 사태가 미치는 영향이 단지 주호민 가족 선에서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이다.
노환규 전 대한의사협회장은 지난 28일 페이스북에 “부모 된 마음으로 주호민 씨 행동이 이해되는 부분이 있다”면서도 “결과적으로 다른 특수아동들 미래에 악영향을 준 것임은 틀림없어 보인다”고 밝혔다.
주호민 부부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어 등교시킨 데 대해 노 전 회장은 “앞으로 주 씨의 아들을 담당할 모든 교사들은 항상 주 씨의 아들이 녹음기를 소지하고 있을 것이라 생각하고 행동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그러면서 “면담을 건너뛴 고소로 인해 특수아동을 담당하는 교사들은 이번에 피소된 교사에 대해 동질감을 느끼고 나의 일로 생각하게 될 것”이라며 “교사도 전문직이지만 특수교사는 그중에서도 더 깊은 전문성을 가진 직업인이다. 전문성이 위축될 때 전문가는 자신의 역량을 발휘할 수 없다. 안타까운 일”이라고 덧붙였다.
◆재판 결과 기다려 달라?…승소하면 역풍 더 커질 듯
이번 사건은 주호민 부부가 아들의 가방에 녹음기를 넣고 등교시켰고, 특수교사가 아들에게 부적절한 발언을 한 정황이 포착됐다며 그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하면서 벌어졌다.
주호민 아들은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해 학교폭력 사안으로 접수, 통합학급(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받는 학급)에서 특수학급으로 분리됐었다.
주호민은 이 사태를 ‘재판을 통해 옳고 그름이 갈릴 사안’으로 판단하는 듯하다. 그는 지난 26일 “현재 관련 사안은 재판이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니만큼 교사의 행위가 정당한 훈육이었는지, 발달장애 아동에 대한 학대였는지 여부는 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기다려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여론은 재판 결과를 떠나 주 씨가 해당 교사를 아동학대로 고소한 것 자체에 집중돼 있다. 특히 피소당한 특수교사가 주 씨의 아들과 피해 학생의 원만한 합의를 돕기 위해 노력했던 사실이 알려지며 주 씨를 향한 여론은 더욱 악화되고 있다.
최근 벌어진 서이초 사건에서도 해당 교사의 극단적 선택 배경에 학부모의 악성 민원이 있었다는 정황이 나오고 있고, 교사단체들도 교권을 침해하는 가장 큰 악습으로 ‘아동학대 고소’를 지목하고 있다.
지난 29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인근에서 교육권 보장과 공교육 정상화를 요구하며 집회를 벌인 교사들은 “현재 아동학대처벌법으로는 교사들에게 소명할 기회를 제공하지도 않고 진상조사도 없이 단순 신고만으로 교사를 직위해제하고 있다”며 “아동학대 처벌을 무서워하게 되면서 교사의 생활지도 범위는 점점 좁아지고 생활지도권과 교육권이 제대로 보장받지 못하고 일이 계속되고 있다”고 호소했다.
정부와 여야 의원들도 교사들이 부당하게 신고당하는 일이 없도록 아동학대처벌법 개선이 시급하다는 데 의견을 모으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특수교사를 향해 이뤄진 아동학대 고소 재판에서 주 씨가 승소할 가능성은 높지 않아 보인다. 설령, 주 씨가 승소한다고 해도 여론이 뒤바뀔 여지는 없다.
다른 학부모들이 “수많은 특수교사를 만났지만 그런 교사는 없었다”, “그렇게 기다렸던 설리번 선생님을 드디어 만난 건데 한순간에 뺏겼다”는 내용의 탄원서를 낸 사실과 “주호민 측 때문에 힘들어한 교사들이 많았다”는 학교 측의 발언까지 전해진 상태에서, 피소된 교사가 영구적으로 교단을 떠날 경우 여론의 역풍은 더욱 심해질 가능성이 크다.
통상 유명인들의 경우 이런 일이 벌어질 때 사과와 함께 고소를 취하해온 것과 달리 주 씨는 결과가 어떻게 되건 자신이 더 큰 피해를 입는 싸움을 고수하고 있는 형국이다.
◆주호민, 통신비밀보호법으로 역고소 당할 수도
주 씨 본인이 감당해야 할 몫도 작지 않다. 우선 또 다른 법적 공방에 휘말릴 여지가 있다.
현행법상 통신비밀보호법은 공개되지 아니한 타인 간의 대화를 녹음 또는 청취한 자, 이에 따라 알게 된 통신 또는 대화 내용을 공개한 자에 대해 1년 이상 10년 이하의 징역으로 처벌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법안은 대화에 원래부터 참여하지 않은 제3자가 대화를 하는 타인 간의 발언을 녹음하거나 청취해서는 안 된다는 것을 골자로 한다.
주 씨가 교사의 발언을 녹음한 것은 법률상 위반행위에 해당해 법적 처벌을 받을 수 있다. 교사 측이 원한다면 통신비밀보호법 위반으로 주호민을 ‘역고소’할 법적 근거가 있는 것이다.
다만 ‘형사적 증거’로서의 효력은 가지는 것으로 전해졌다. 해당 교사가 주 씨를 역고소할지 여부도 알려지지 않았다.
법적 공방보다 더 큰 문제는 대중의 인기로 먹고 사는 유명인으로서의 주 씨의 미래다. 그는 현재 웹툰 작가보다 유튜버나 방송인으로서의 활동에 집중하고 있는데, 이번 사태 이후 활동을 멈춘 상태다. 웹툰 연재를 재개할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이미지 훼손을 감수하면서까지 그의 작품을 받아줄 플랫폼이 있을지는 불투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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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