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트코 대표, 폭염에 4만3000보 걸으며 일하다 사망한 노동자에 "병 숨겼지?" 막말

코스트코 대표가 지난달 코스트코 하남점에서 근무 중 온열 질환으로 숨진 30대 카트 노동자의 빈소를 찾아 “병을 숨기고 입사한 것 아니냐”며 책임을 떠넘기는 듯한 발언을 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 고인의 아버지 김길성씨

고인의 아버지 김길성씨는 “(아들이) 자기가 빠지면 나머지 동료 직원들이 너무 힘드니까 조퇴를 못 했다”면서 “(코스트코) 대표이사는 빈소에 와서 ‘병 있지, 병 있지. 병 있는데 숨기고 입사했지’라고 말하더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앞서 김씨는 폭염주의보가 내려졌던 지난달 19일 오후 7시쯤 마트 주차장에서 근무하다 의식을 잃고 쓰러졌다.

김씨는 신고를 받고 출동한 구급대에 의해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나 2시간여 뒤 사망 판정을 받았다. 병원 측에 따르면 김씨의 최종 사인은 ‘폐색전증 및 온열에 의한 과도한 탈수’였다.

김씨는 사고 발생 2주 전 정규직 계산원에서 주차장 카트 관리로 업무가 변경됐다. 그러나 얼마 지나지 않아 참변을 당했다.

특히 김씨는 카트를 관리하며 하루에 많게는 4만3000보를 걸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거리로는 약 26㎞에 달한다.

김씨는 주차장으로 배치되기 전 받은 건강검진 결과 문제가 없었으나 코스트코 측은 오히려 ‘병을 숨긴 것 아니냐’는 의심을 하며 사고 이후 공식적인 사과나 유감 표명을 하지 않고 있다.

또 산재 신청을 위해 CCTV 영상을 제공해 달라는 유가족 요청에 코스트코 측은 “영상 준비에 2~3주가 걸린다”는 답변을 내놨다.

결국 유가족은 코스트코 미국 본사에 진정서를 보낸 상태다.

김길성씨는 “누군가는 분명히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무대응이 자기들한테 최선의 방법일지 모르겠지만 저희 유가족을 두 번, 세 번 죽이는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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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