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궂은일 하던 분, 승객 위해 우회한 걸 탓하나" 747 동료들 분노
“첫차 운전이 오전 5시 50분부터인데 아픈 나를 10분 정도 안마해주고 새벽 3시에 출근하곤 했다. 사고 당일에만 바쁘다고 해주지 못했는데...”
17일 청주시 서원구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서 만나 747번 버스 기사 이모(58)씨의 아내 박모(60)씨는 남편의 마지막 모습을 떠올리다 말문이 막혔다. 박씨는 “남편이 입은 옷에 모범운전자 마크가 있어 신원 파악이 빨랐다. 그 정도로 모범, 안전의 대명사였다. 성실하고 사랑스러운 남편 힘내라고 매일 3찬 도시락을 싸줬는데 이제는 할 수 없게 됐다”며 눈물을 훔쳤다. 그의 마지막 운전은 15일 청주공항을 출발해 오송역으로 가던 중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끝났다.
동료 A(58)씨는 이씨에 대해 “평소 진짜 모범적인 사람이라 도지사상(賞)·시장상도 받았다”며 “항상 남들보다 1시간 정도 빨리 오고 늦게 가며 조합사무실을 청소하는 등 궂은일을 도맡아 했다”고 기억했다. A씨는 이어 “사고 당일 아침 조합 사무실에서 ‘오늘도 안전운전’이라고 인사를 한 게 마지막이다. 아직도 밝게 웃으면서 안전운전하던 동료의 모습이 눈에 선하다”며 “10월에 둘째 아들이 결혼한다고 했는데, (가족들이) 얼마나 마음이 아프겠냐”고 침통해 했다.
이씨의 빈소에는 유족들이 도착하기 전부터 사단법인 전국모범운전자협회 조기가 걸려 있었다. 가족의 생계를 위해 일을 하는 이씨였지만, 그는 이 협회 청주흥덕지회에서 꾸준히 봉사활동도 해왔다고 한다. 이씨의 다른 동료 B(58)씨는 “아침 새벽부터 어린이보호구역에서 교통 통제 활동도 하고, 모범운전자상을 받아 딴 개인택시 면허로 1년에 한 번씩 노인네들 태워서 전국으로 여행도 다녔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747번 버스는 최고의 노선으로 회사의 얼굴”이라며 “가장 성실하고 모범적인 이씨가 그래서 747번 버스에 배정됐다”고 덧붙였다.
이씨의 동료들은 사고 당일 버스가 원래 노선이 아닌 우회로로 주행한 걸 두고 인명피해가 커진 이유 중 하나로 꼽는 시선에 대해 불편한 감정을 드러냈다. B씨는 “노선을 왜 바꿨냐며 버스기사를 탓하는데 그건 잘못된 것”이라며 “승객을 목적지까지 안전하게 모셔야 하는 버스기사 입장에선 이미 길이 통제된 노선대로 가는 게 더 무책임한 일 아니냐”고 말했다. 이씨를 포함해 이번 사고 희생자 중 747번 버스에 탑승했던 이들은 최소 6명이다.
이씨는 17일 오전 1시 25분 사고 현장에서 숨진 채 발견돼 청주의료원 장례식장에 안치됐다. 이날 오전 2시 45분엔 허모(56)씨, 오전 3시 58분엔 김모(48)씨, 오전 6시 20분엔 최모(23)씨가 수색 끝에 발견돼 각각 수원빈센트병원, 세종은하수공원, 청주효성병원 장례식장으로 이송·안치되면서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희생자는 13명으로 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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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