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수경보에도 제방 관리자 없어"…'오송 참사' 인재 지적

"홍수경보에도 제방 관리하는 사람, 버스를 우회시키면서도 그 차로가 어떤지 살펴보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어요. 당국의 총체적인 부실이자 '과실치사'입니다."


▲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군과 소방당국이 구조작업을 하고 있다.

16일 오후 2시30분 '오송 지하차도' 사망자의 시신이 모여드는 충북 청주시 하나병원 응급실 앞. 궁평2지하차도 침수로 장모를 잃은 박모씨는 울분을 토하며 이렇게 말했다. 그의 장모는 747번 버스를 타고 오창읍으로 가던 길에 변을 당했다고 한다.

그는 "여기 대한민국이에요. 대한민국에서 이런 일이 발생하는 게 말이 됩니까"라며 눈물을 삼켰다. 5분 후 그의 장모는 사망 확정 판정을 받고 충북대병원 장례식장으로 가는 119구급차에 태워졌다.

이날 뉴시스 취재진이 만난 '오송 지하차도 참사' 유가족들은 이번 사고는 '인재'(人災)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참사로 치과의사 아들을 잃은 김모(75)씨는 하나병원 응급실 앞에서 '물이 바닥에서 50㎝가 올라와야 차량을 통제할 수 있다'는 당국의 설명에 의문을 제기했다.

김씨는 "브리핑을 듣고는 열이 뻗쳐서 참을 수 없었다"며 "바로 옆에 하천이 있는데 물이 50㎝ 찰 때까지 기다렸어야 했다는 건가"라고 되물었다.


이날 오송읍 행정복지회관에서 만난 침수 피해 이재민들 역시 참사가 예견된 일이었다고 지적했다.

이들은 미호천교 공사 후 제방을 제대로 막지 않는 등 당국이 안전관리에 소홀한 장면을 여러 차례 목격했다고 증언했다.

침수 피해 마을 주민 진종숙(67)씨는 "제방이 터지기 전에 동네 사람들이 몇 번이고 찾아가서 위험하다고 이야기했다"며 "하지만 공사장 사람들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았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모래 포대로 하는 것도 문제이고, 그것도 작은 걸로 막았었다"며 "제대로 된 큰 포대로 막았다면 사고 정도가 이렇게 크지는 않았을 거다. 이건 천재가 아니라 인재다"라고 말했다.

오송리 이장 김병호(62)씨도 "미호천 다리 공사를 맡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계속 다리 공사를 미적미적했고, 결국 이 사달이 났다"며 "공사 기일을 제때 맞췄다면 이런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번 참사의 주원인이 됐던 미호천교 교량 수리 공사는 당초 지난해 1월 완공 예정이었으나 공사 기일이 계속 밀렸다고 한다.

행복청 관계자는 뉴시스에 "교량 신설 과정에서 더 안전한 공사 진행을 위한 작업으로 기간이 길어졌고, 지난해 자재 파동 등의 영향도 있었다"며 "지금처럼 큰 홍수가 날 걸 알았다면 임시제방도 4m보다 더 높게 쌓았어야 했다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한편, 전날 오전 8시30분께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 제2지하차도가 침수, 차량 10여대가 고립돼 현재까지 9명이 숨졌다.

행정안전부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는 현재 소방·경찰·군 부대 등 인력 858명과 보트·수중드론 등 장비 99대를 투입해 구조 작업을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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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