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 나온 정유정…반성문 페이지마다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


과외 앱에서 만난 또래 여성을 살해하고 시신을 유기한 정유정(23)이 14일 공판준비기일 출참석해 모습을 드러냈다.

부산지법 형사6부(김태업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부산지법 351호 법정에서 정유정의 첫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했다. 공판준비기일은 정식 재판 전 원활한 재판 진행을 위해 검찰과 피고인 측이 미리 입장을 정하는 자리다. 피고인의 출석 의무는 없으나 정유정은 이날 변호인과 함께 법정에 출석했다.

정유정은 검찰로 송치될 당시 포토라인에서 언론에 공개됐던 것과 크게 달라지지 않은 모습으로 이날 등장했다. 단발머리에 하얀 마스크를 쓰고 동그란 테의 안경을 착용한 것이다.

이날 개인정보 등을 확인하는 판사의 질문에 힘이 빠진 목소리로 "네"라고 답하는 등 시종일관 고개를 숙였던 정유정은 검사가 공소사실을 읊을 때는 고개를 들고 검사를 계속 주시했다.

이와 관련해 정유정 측 변호인은 "세부적으로 다른 부분은 있지만 전체적으로 잘못은 인정한다"고 말했다. '변호인과 같은 입장인가' '추가로 하고 싶은 말이 없는가' 등 재판부의 질문에 정유정은 "네"라고만 짧게 답했다.

재판부는 정유정에게 본인의 출생과 성장 과정, 범행 당시 심경과 범행 계기, 할아버지와 가족 사항, 반성문에 담긴 학교생활을 하면서 느낀 점 등을 제출하라고 요구했다. 특히 재판부는 정유정이 최근 제출한 반성문과 관련해 "반성문 페이지마다 본인이 쓴 반성문을 판사가 읽어볼까 의심하며 썼던데, 반성문을 제출하면 판사가 반성문을 구체적으로 다 읽어본다"며 "본인이 써낼 게 있다면 어떤 것이든지 써내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판사가 반성문과 관련해 하고 싶은 말이 있는지 묻자 그는 "없다"고 답했다.

검찰에 따르면 정유정은 중학생 행세를 하며 지난 5월 26일 오후 5시 41분 피해자 A씨 집에 찾아가 110차례에 걸쳐 A씨에게 흉기를 휘둘러 살해한 혐의를 받는다. 또 피해자가 실종된 것처럼 보이게 하기 위해 손목을 절단하는 등 시신을 훼손한 뒤 낙동강 인근에 시신 일부를 유기한 혐의도 받고 있다. 재판부는 오는 8월 21일 한 차례 더 공판준비기일을 진행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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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