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서 정당현수막 전국 첫 강제철거…"속 시원"
"정치인들 서로 싸움하고 본인 잘했다고 생색내는 거 보기 싫었는데 속이 시원하네요."
12일 오전 인천시 연수구 동춘동 소금밭사거리.
인천시와 연수구 공무원 10여명이 신호등 기둥과 폐쇄회로(CC)TV 지지대에 매달린 정당현수막 철거를 시작하자 시민들은 대체로 환영의 목소리를 냈다.
개정 조례는 지정 게시대에 설치할 수 있는 정당현수막 개수를 국회의원 선거구별 4개 이하로 제한했고, 혐오·비방 내용도 금지했다.
담당자가 칼날이 달린 긴 막대를 이용해 현수막 줄을 끊어내자, 유권자를 향한 정치 구호와 치적 문구로 가득 채워졌던 현수막들이 힘없이 땅으로 내려앉았다.
횡단보도 주변 신호등 기둥, CCTV 지지대 등 지정 게시대가 아닌 곳에 어지럽게 게시됐던 현수막들도 하나둘 철거됐다.
인천시와 연수구는 이날 오후까지 연수지역 20여곳에 걸려 있는 40여개 현수막을 철거할 계획이다.
일부 정당 관계자는 인천시의 강제 철거 계획을 접하고 전날 밤 현수막을 직접 철거한 것으로 전해졌다.
연수구 주민 최복순(67·여)씨는 "정치인들이 서로 비난하고 본인이 하지도 않은 일을 했다고 과대광고를 하는 게 보기 싫었는데 철거한다니 환영"이라며 "앞으로 현수막 공해가 사라져서 품격 있는 정치를 하는 계기가 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정당현수막 강제 철거가 위법성 논란을 해소하지 못한 만큼, 법령 정비가 우선이라는 목소리를 냈다.
행정안전부는 인천시 조례를 두고 "상위법에 위임 조항이 없어 지방자치법에 위배된다"며 대법원에 제소한 상태다.
일부 정치인은 최근 연수구에 전화를 걸어 "정당현수막을 철거하면 담당자를 고소·고발하겠다"고 예고했다.
인천 기초자치단체의 한 공무원은 "법령이 완전히 정비되지 않은 상황에서 강제 철거를 하다가 담당자만 곤혹스러운 상황이 될 수도 있다"며 "법령을 먼저 정비한 뒤 철거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그러나 인천시는 대법원의 최종 판결 전까지는 현재 공포된 시 조례가 유효하다고 보고 조례 효력이 정지되기 전까지는 계속 강제 철거를 추진할 방침이다.
유정복 인천시장은 "평등권·행복추구권 등 헌법이 보장한 시민의 기본권을 해치는 정당 현수막에 대한 규제는 도리어 상위법을 지키는 정상적인 자치활동"이라며 "위반 현수막 정비를 계속 추진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정당현수막은 지난해 12월 옥외광고물법이 개정되면서 난립하기 시작했다. 이 법은 '통상적인 정당 활동 범위'의 정당 정책이나 정치적 현안에 대해 별도 신고·허가 등을 받지 않고 제한 없이 현수막을 설치할 수 있도록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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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