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방관님 상처받지 마세요”…도청에 쌓인 컵라면 박스
최근 경기도 수원시의 한 119안전센터에 일부 주민이 소방차 사이렌 소리를 줄여달라는 항의 민원을 접수한 사실이 알려지며 논란이 된 가운데, 경기도청에 소방관들을 응원한다는 메시지와 선물이 전달됐다.
기부 물품 위에는 본인을 ‘수원 광교 주민’이라고 밝힌 익명의 기부자가 남긴 편지가 올려져 있었다. 편지에는 소방관들의 활동사진도 붙어있었다.
이 시민은 “저는 희귀 난치성 환자로 119의 도움을 받은 적이 있고, 수년 전 광교산과 강원도에서 화재가 발생했을 당시에도 소방관들의 사투를 목격했다”면서 “어제 민원 제기 관련 뉴스를 봤는데 마음이 아팠고, 소방관들께 죄송한 마음뿐이었다”고 전했다.
이어 “일부 격한 행동에 상처받지 말라”면서 “다수의 시민이 소방관을 응원하며, 도움을 기다리고 있음을 기억해주셨으면 좋겠다”고 응원했다.
또한 “119안전센터는 혐오 시설이 아니고 우리에게 필요한 필수 시설”이라고 강조했다.
경기도청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오전 8시쯤 출근길에 컵라면 20박스를 발견했다”면서 “경기도청이 이의119안전센터와 가까워 기부자가 이곳에 놓고 간 것 같다”고 말했다.
앞서 광교 이의119안전센터 인근의 한 아파트단지 입주자회가 소방차 사이렌 관련 민원을 제기한 사실이 최근 알려졌다. 이들은 민원을 제기하는 과정에서 소방서가 사이렌 소리로 인해 ‘혐오시설’이 될 수도 있다며 시위 가능성도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이 같은 사실이 언론에 보도되면서 온라인상에서는 해당 아파트 입주자회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커졌다. 한 아파트 거래 앱에서는 “소방서가 아니라 아파트가 혐오시설이다”, “입주자 협의회가 일을 잘하고 있는 게 정말 맞나”, “사는 동안 119절대 부르지 마라” 등의 반응까지 터져 나왔다.
안전센터 관계자는 이날 국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근 입주자회에서 출동 사이렌 소음으로 민원을 넣은 건 맞다”면서 “다만 시위나 혐오시설과 같은 발언은 비유 차원으로 나온 것이다. 지난달 27일 간담회를 열고 소음 완화 방안을 논의했을 때 입주자회 대표도 소방서의 입장을 이해하고 갔고 입주민들에게도 잘 설명된 것으로 안다”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소방서는 사이렌을 오히려 안 켜고 가는 게 더 위험할 수 있다는 입장을 전달했다”면서 “119 신고를 받고 긴급 출동인지 아닌지 다각적으로 판단해 생활 출동 같은 경우에는 사이렌을 자제하는 방향으로 논의가 됐다“고 덧붙였다.
이의119안전센터는 지난 5월 25일 열었다. 수원 영통구 이의동, 하동 및 장안구 연무동, 상광교동, 하광교동 등의 지역을 담당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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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