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국가유공자 처우개선, 예산 확충으로 제대로 실행해야 한다.
6월은 나라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순국선열과 호국 영령을 기리는 뜻깊은 달이다.
우리 민족은 오랜 역사를 이어 오는 동안 수많은 외침을 받았다. 이러한 국난의 위기 속에서도 오뚝이처럼 다시 일어설 수 있었던 것은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을 바친 선열들의 희생 덕분이었다.
예전에는 코로나19로 인해 현충 시설을 찾아가 나라 사랑의 의미를 되새기는게 어려웠다 해도 이제는 직접 찾아가 고귀한 넋을 위로하고 호국·보훈의 진정한 의미를 되새기는 시간을 가질 수 있게 되었으며 이는 매우 가치가 있는 일이다. 무엇보다 나라 사랑에 대한 우리의 자세와 각오를 다시 한번 가다듬을 수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유공자의 상당수가 일반인의 예상보다 더 어려운 생활을 영위하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6·25 참전용사들은 1만 5,601명이 생존해 있다. 그런데 이들 참전용사들 중 90세 이상이 97%에 이른다는 사실이다. 월남참전용사들도 75세 이상이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그렇기 때문에 사실상 직업을 갖고 경제활동을 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국가가 이들을 돌봐주어야 하는데 현실은 어떤가?
국가의 안위를 위해 희생하거나 공헌한 군인과 국민 치안질서 확립 및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희생한 경찰관이나 소방관 외에도 수십여 부류가 보훈 대상자에 포함되면서 보훈 제도의 성질이 사회보장 제도로 인식되고 정작 국가의 보호를 받아야 할 장병이나 경찰관이 소외되는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심지어 국가유공자가 기초생활수급자보다 못하다는 볼멘소리까지 나오는 현실이다.
보훈 제도에서 보호 대상이 되는 군인은 세 가지로 나뉜다. 적국의 침략전쟁으로부터 국가를 수호하기 위해 참전한 군인, 전쟁이나 군복무 과정에서 사망한 전사자와 순직자, 그 과정에서 장애를 갖게 된 전상자와 공상자로 분류할 수 있다. 즉 참전군인, 전몰·순직군인, 상이군인으로 구분된다. 이들에 대한 보훈 제도 급여는 공통적으로 보장되는 의료급여와 보상금 그리고 개별적으로 지급되는 각종 수당으로 구분된다.
의료급여는 재해나 질병을 입은 군인에게 가장 중요한 급여 중 하나이며, 전몰·순직자 유족이 대부분 고령이라는 점에서 중요한 급여에 해당한다. 보상금은 생명과 건강의 상실에 대한 보상이란 점에서 보훈 제도의 본질을 이룬다고 말할 수 있다. 수당은 부수적으로 지급되는 급여이지만 특히 참전유공자에게 있어선 사실상 유일한 보상에 해당한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보훈 제도가 국가를 위한 희생에 대한 보상과 예우를 위해 존재한다는 점에서, 사회보장제도의 급여 수준 이상으로 형성돼야 마땅하며 이것이 국민 정서에도 부합한다. 현재 보훈 대상자에 대한 의료급여는 보훈병원과 위탁병원의 진료를 통해 이뤄지고 있다.
상이자는 보훈병원과 위탁병원에서 무료 진료를 받을 수 있고, 6·25전쟁 및 월남전 참전유공자는 보훈병원에서 90% 감면을 받을 수 있으며, 75살 이상 고령인 경우 위탁병원에서 90% 감면을 받을 수 있다.
그러나 전국에 6개 있는 보훈병원과 기초자치단체별로 1개씩 지정된 위탁병원은 접근성이 떨어지고 있다는 점이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2000년대 이후 보훈학회를 중심으로 전국의 모든 병원으로 확대해야 한다는 지적이 있었다. 현재 건강보험의 전산 체계를 이용하면 전국 병·의원에서 보훈 대상자에 대한 의료급여 서비스 제공이 가능하다. 또한 군인, 경찰관, 소방관 등이 공상으로 배우자 또는 자녀를 잃은 경우 희생의 관점에서도 전몰 및 순직자의 유족에겐 감액 진료가 아니라 상이자와 동일하게 무료 진료를 하는 것이 형평성에 맞다고 생각한다.
가장 큰 문제점을 안고 있는 것이 보상금 제도다. 현재 상이보상금은 상이등급에 따라 1급부터 7급까지 보상금을 지급하고 있으나 그 보상급여금은 국가에 대한 공헌과 희생에 대한 예우에서 지급된다고 보기 힘들 정도로 적은 금액이다. 6·25전쟁 참전유공자에게 월 39만 원의 참전유공자 수당이 지급되고 있으나 현재 6·25전쟁 참전유공자는 대부분이 사망했고 일부 생존자는 초고령자이어서 참전수당은 보상금 성격보다는 생활보장을 위한 사회보장적 급여의 성격으로 국가 수호를 위해 참전한 유공자에게 지급하는 참전수당 또한 인상 지급해야 한다고 본다.
제일 낮은 등급인 7급의 상이보상금은 56만8천원으로 한 달 60만원이 채 안되는 금액으로 국가유공자들을 제대로 대우한다고 할 수가 없다. 실로 초라하고 부끄러운 일이다.
과연 유공자들이 이런 정도의 금전적 지원으로 최소한의 일상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지는 의문이다. 식당에서 사먹는 밥이 1만원이 된지 오래전 아닌가.
국가보훈처가 이들의 희생과 공헌에 대한 보상을 하고 있기는 하지만 크게 부족한 것이 현실이다. 그들이 살아있을 때뿐만 아니라 그들이 사망한 이후에도 유족에 대한 최소한의 생계를 국가에서 지원하는 것이 나라를 위해 헌신한 국민에 대한 도리라는 지적이고 보면 실로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국가 예산의 1%가 안 되는 보훈 관련 예산부터가 경제 대국을 자처하는 국가로서 너무 초라하다.따라서 국가 예산에서 보훈 예산부터 늘리는 일이 급선무다.
아울러 지방자치단체의 유공자에 대한 지원 기준이 제각각인 것도 문제다.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여건에 따라 지급액이 들쑥날쑥한 것이다.
따라서 지방자치단체의 차원에서가 아니라 국가유공자인 만큼 국가 차원에서의 기준이 필요하다 하겠다.
국가 예산이 어렵다는 점은 안다. 그렇다고 해도 유공자들의 희생에 비춰보면 나라의 시혜는 미미하다. 국가 유공자에 대한 처우 개선이 시급하다는 말이 괜히 나오는게 아닌다. 호국보훈의 달이란, 순국선열과 호국영령들의 숭고한 희생정신을 지키고 그 희생에 감사와 추모의 마음을 전하는 달이라는 뜻이다. 점점 희미해져가는 호국정신을 자라나는 세대에게 알리고 기억하게 하게 해야한다.
미국의 경우 국가를 위해 희생한 국가유공자에 대한 최고의 예우가 최고의 안보(安保)라는 정책 기조를 가지고 있다. 이것이 오늘의 미국을 지탱하는 밑거름이 되는 셈이다.
상대적으로 열악한 국내의 유족보상금, 참전명예수당, 무공영예수당, 고엽제 후유의증 장애수당 등이 내년부터 갈증이 어느 정도 해소되도록 원칙을 갖고 인상해야 하는 이유다. 기본수당을 책임지고 있는 국가보훈처가 적극적으로 정책 개선에 나서야 한다.
특히 내년 선거를 앞두고 굵직한 이슈에 묻혀 호국보훈의 참된 의미가 잊혀지거나 그들의 명예가 실추되지 않도록 정부가 실효성 있는 보훈정책을 펼치기 바란다. 무엇보다 6월에만 갖는 반짝 관심이 돼서는 더더욱 안 될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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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