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심하면 자금 빠진다"…美 긴축 쉼표 찍었지만 고심하는 한은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연준)가 14일(현지시간) 시장 예상대로 정책금리를 동결하면서 최근 3차례 연속 금리동결을 해온 한국은행도 한숨을 돌리게 됐다.
하지만 연준이 최종금리 예상치를 5.1%에서 5.6%로 0.5%p(포인트) 높인 만큼 한은의 고민은 '현재진행형'이란 분석이다. 연준이 점도표대로 다시 금리 인상 페달을 밟을 경우 이미 역대 최대폭(1.75%p)으로 벌어진 한미금리차가 2%p대로 확대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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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리는 동결했지만…예상보다 더 '매파적'이었던 연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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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3월 이후 10차례 연속 금리인상을 이어온 연준이 이날 금리를 동결한 것은 미국 소비자물가지수가 2년2개월만에 최소폭인 전년 동기 대비 4% 오르는 등 인플레이션 둔화가 확인되고 있기 때문이다. 고용시장 과열 분위기도 서서히 가라앉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줬다.
한은 통화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연준이 금리 동결을 택하면서 오는 7월13일 열릴 금융통화위원회에선 한은이 4차례 연속 금리 동결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우리나라 물가상승률 역시 3%대에 안착하는 모습이고 원/달러 환율도 1300원대 아래로 내려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연준이 이날 금리를 동결하면서도 '매파적(통화 긴축 선호)' 입장을 드러냈다는 점이 향후 변수로 꼽힌다.
연준은 이날 금리동결을 하면서도 금리 인상이 끝난 것이 아니라 잠시 쉬어가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실제 이날 공개된 FOMC 위원들의 점도표에 따르면 최종금리는 지난 3월(5.1%)보다 0.5%p 오른 5.6%로 제시됐다. 향후 2차례 추가 금리 인상이 가능하다는 신호로 읽힌다.
제롬 파월 연준 의장은 기자회견에서 "인플레이션 압력이 계속 높은 상태"라며 "거의 모든 (FOMC) 위원들이 올해 말까지 추가 금리 인상이 적절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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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금리차 2%p대로 벌어지나…고민 깊어진 한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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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은이 다음달 금리 동결에 나섰는데 연준이 이후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면 현재 1.75%p인 한미 금리차는 2%p 이상으로 확대될 수 있다.
이렇게 되면 원/달러 환율 상승과 외국인 자금 유출 압력이 사상 유례 없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 기축통화가 아닌 원화의 특성상 한국 기준금리가 미국보다 크게 낮아지면 더 높은 수익률을 좆아 외국인 투자자금이 빠져나갈 위험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한은이 6월 FOMC의 금리 동결을 예상했다면서도 추가 긴축 경계감을 늦추지 않고 있는 이유다.
한은은 FOMC 직후인 15일 이승헌 부총재 주재로 '시장상황 점검회의'를 열었다. 이 부총재는 "연준이 이번 FOMC에서 정책금리를 동결했지만 연말 정책금리 전망 점도표 상향, 파월 의장의 기자회견 발언 등을 통해 추가 금리인상 가능성을 시사하고 연내 인하 가능성을 부인한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특히 각국 중앙은행이 금리를 높이거나 추가 인상을 시사하고 있는 것과 시장 반응 간 간극이 있는 데 대해서도 경계했다.
이 부총재는 "최근 호주, 캐나다 등이 금리 인상을 재개하는 등 주요국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스탠스가 강화되는 상황"이라며 "시장의 반응은 이런 스탠스와 다소 간극이 있는데 향후 발표되는 주요 경제지표 등에 따라 통화정책에 대한 기대가 변화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만큼 관련 시장 상황을 면밀히 모니터링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앞서 이창용 한은 총재도 지난달 금통위 직후 기자회견에서 "호주도 (금리 인상을) 포즈(pause·정지)하고 지켜보겠다고 해서 (시장에선 금리를 추가로) 안 올릴 것으로 알았는데 4월 (금리를) 올렸다"며 "한국도 (추가로) 기준금리 인상을 절대로 못 할 것이라고 생각하진 말라"고 시장에 긴장감을 남긴 바 있다.
다만 경기 둔화와 금융 불안 등을 생각하면 한은이 추가 금리 인상에 나서기 쉽지 않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리나라의 1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0.3%로 민간소비 덕에 간신히 2개 분기 연속 역성장을 피한 상황이다. 통관기준 무역수지도 지난해 3월 이후 지난달(-21억달러)까지 15개월째 적자 늪을 헤매고 있다.
앞서 한은도 지난달 중국의 리오프닝(경제활동 재개) 효과가 예상보다 작고 반도체 경기 회복도 예상보다 더디다며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1.6%에서 1.4%로 0.2%p 낮춘 만큼 경기 둔화를 부추길 수 있는 추가 금리 인상에 신중할 수밖에 없을 것으로 보인다.
하건형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미 한미 금리 역전폭은 175bp(1bp=0.01p)에 달하지만 최근의 원/달러 환율 하락을 보면 지금은 내외 금리차와 환율 연관성이 낮아진 모습"이라며 "한은의 금리 인상 여부는 국내 성장과 물가 경로에 달렸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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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