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태양광 비리' 민낯 …尹, 의사결정 라인 전반 살핀다
윤석열 대통령이 감사원 감사로 드러난 '태양광 비리'에 대해 당시 태양광 사업 의사결정 라인 전반을 철저히 조사하라고 14일 지시했다.
감사원이 지난해 10월부터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벌인 결과 복수의 산업통상자원부 전직 과장, 군산시장, 국립대 교수 등 전·현직 공직자들이 수사 대상에 올랐다.
윤 대통령은 이에 따라 사업 당시 의사결정 라인 전반에 대한 조사를 공직기강비서관실에 지시했다. 대통령실 핵심관계자는 '공직기강비서관실에서 전임 정부를 들여다보는 게 가능한가'에 대해 "감사원에서 감사를 했지만 미처 하지 못했던 부분, 공직 감찰 차원에서 이루어진다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의사 결정은 해당 부처에서 할 수도 있고 부처를 감독하는 곳에서 할 수도 있다. 의사결정을 했던 이들이 부처에 남아있을 수도 있고 공직과 관련된 기관에 있을 수도 있는 만큼 그 라인을 전반적으로 다 보겠다는 것"이라고 했다.
감사원은 정부 지원정책에 편승한 도덕적 해이 사례를 엄단할 목적으로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신재생에너지 사업 추진실태' 감사를 벌였다.
그 결과 사업과 밀접한 기관의 공직자, 자치단체장 등이 민간업체와 공모해 특혜를 제공한 사례와 함께, 허위 서류로 사업권을 편법으로 취득하거나 국고보조금을 부당 교부받은 사례가 다수 드러나 38명을 수사 의뢰했다. 이 중 13명은 직권남용, 사기, 보조금법 위반 등 혐의로 검찰에 수사 요청한 상태다.
감사원에 따르면, 충남에서 민간 주도로는 국내 최대 규모의 태양광 사업을 추진한 한 a업체는 담당 태안군의 반대로 사업 부지인 초지(목장용지) 전용에 어려움을 겪자 2018년 12월 에너지 정책 소관 중앙부처인 산업부 과장 A의 소개로 담당과장 B(A와 행시 동기)를 만나 추진 중인 태양광 시설에 대해 초지전용이 가능한 것으로 판단해 달라고 청탁했다.
이후 담당과장 B는 부하직원 C와 함께 중요 산업시설로 유권해석 해 주기로 하고, 이미 중요 산업시설에서 태양광을 제외하는 것으로 산지관리법이 개정됐음에도 권한에도 없는 유권해석 공문을 시행한 걸로 나타났다.
나아가 담당과장 B를 연결해 줬던 산업부 A과장은 퇴직 후 해당 업체의 대표이사로 재취업했고, 이후에도 비리가 이어졌다.
2021년 9월에는 충남 도시계획위원회로부터 태양광 사업이 종료된 후 원상복구 계획을 요구받고 '지목변경 없이 원상복구하기로 관련 부서와 협의완료'라는 내용의 거짓된 원상복구계획을 그대로 심의자료로 제출하기도 했다. 같은 해 10월 최종 개발행위허가 공문에는 원상복구 조건을 제외한 채 허가됐다. 이로써 a사는 지목변경(초지→잡종지)에 따른 특혜와 원상복구 의무가 면제되는 혜택을 받았다.
◆'동문 특혜' 군산시장, '허위 서류' 전북대 교수
감사원은 강임준 군산시장의 경우 군산시가 2020년 10월 99㎿ 규모 태양광 사업의 건설 우선협상대상자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고교 동문회장단을 지낸 지인이 대표이사로 있는 b업체에 특혜를 제공했다고 지적했다.
b사가 연대보증 조건을 충족하지 못했음에도 강 시장이 계약 체결을 지시해 결국 군산시는 애초 대출금리(3.2%)보다 최소 1.8%p 이상 높은 조건으로 다른 금융사와 자금 조달약정을 체결했다. 감사원은 이에 따라 대출금리와 연동된 군산시 수익금이 향후 15년간 110억원 이상 줄어든 것으로 보고 있다.
새만금 풍력사업 발전권 비리 혐의의 전북대 E 교수 사례도 공개했다. E 교수는 2015년 6월부터 가족 명의 c업체를 사실상 직접 경영하면서 풍력 분야의 모 권위자가 업체를 소유한 것으로 주주명부를 조작하고, 허위 투자계획을 근거로 사업권을 따냈다.
c사가 84% 지분을 보유한 사업시행사(SPC)를 설립한 후 SPC가 E 교수 회사의 발전사업을 넘겨받는 인가를 신청하면서 개발비와 자금 조달 계약도 부풀렸다. 감사원은 E 교수가 줄곧 사업권을 매각할 의도만 가지고 있다가 실제 투자금액(1억원)보다 약 600배 많은 5천만 달러에 사업권을 해외 법인에 매각 계약을 체결했다고 지적했다.
2020년과 2021년 3차례에 걸쳐 계량기 보급 관련 국가보조사업에 참여한 d업체도 있었다. 감사원은 이 업체가 허위 기술감정서를 작성해 국고보조금 500억원을 부당하게 받았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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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