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만배도 입 열었다 "박영수, 200억 상당 대장동 부동산 요구"
박영수 전 특별검사의 '50억 클럽 의혹'을 수사 중인 검찰이 화천대유 대주주 김만배씨로부터 "박 전 특검이 청탁을 들어주는 대가로 200억 원 상당의 부동산을 요구했다"는 취지의 진술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50억 클럽 의혹에 침묵을 지켜왔던 김씨가 입을 열기 시작하면서 검찰 수사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검찰은 그간 김씨와 박 전 특검의 친분이 두터웠다는 점에서, 박 전 특검이 대장동 사업에 깊이 관여한 것으로 의심했다. 김씨 역시 검찰에 "곽상도보다는 박영수와 더 가깝다. 형님이라고 부른다"고 진술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대장동 사업 초기 박 전 특검이 김씨에게 자본금 1,000만 원을 빌려줬으며 대장동 일당이 사업자로 선정된 2015년 4월 3일에는 박 전 특검 계좌에서 김씨 계좌로 5억 원이 입금된 사실도 확인했다. 입금된 돈은 화천대유가 참여한 '성남의뜰 컨소시엄'이 대장동 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된 뒤 사업 협약 체결 보증금으로 사용됐다.
박 전 특검은 그러나 사업 관여 의혹을 부인하고 있다. 5억 원 입금 사실에 대해선 "김씨가 (박 전 특검의) 인척이자 분양대행업자인 이모씨로부터 빌린 화천대유 초기 운영자금이며, 김씨 부탁으로 계좌만 빌려줬다"고 해명했다. 김씨는 그동안 박 전 특검의 이 같은 주장과 관련해 검찰에서 침묵을 지켰다.
검찰은 그러나 입금된 5억 원을 '50억 약정'의 담보로 의심하고 있다. 당초 박 전 특검이 우리은행 컨소시엄 참여를 대가로 토지와 상가 건물 등 200억 원 상당을 받기로 약정받았지만, 2015년 3월 우리은행 참여가 불발되면서 1,500억 원 규모의 대출의향서를 발급받을 수 있도록 영향력을 행사했다는 것이다. 다만 김씨로부터 받기로 한 금품도 50억 원 수준으로 줄어들었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김만배씨의 진술을 근거로 이르면 이번 주 박 전 특검을 불러 조사할 방침이다. 검찰은 지난 3월 30일 박 전 특검 주거지 등을 압수수색하며 본격 수사에 착수한 뒤, 최근 이순우 전 우리은행장과 김종원 전 부행장 등 우리은행 전직 임원을 잇따라 불러 혐의를 다져왔다. 이 과정에서 대출의향서 발급과 관련해 박 전 특검의 개입이 있었다는 진술을 다수 확보했고, 이를 뒷받침하는 우리은행 내부 의사결정 과정이 담긴 회의자료도 확보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 전 특검은 여전히 혐의를 부인하고 있다. 박 전 특검 측은 지난달 31일 "대출의향서 발급과 관련해 어떠한 청탁을 한 사실도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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