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우 버텼는데 대출이자 월 1000만원"…'줄도산' 공포 확산
경기 안산시에 있는 반월국가산업단지의 염색가공 업체는 최근 몇 달 새 전체의 약 10%인 일곱 곳이 공장 문을 닫았다. 이 중 두 곳은 은행 대출을 갚지 못해 부도 처리됐고 나머지는 적자와 커진 은행 이자 부담을 견디지 못해 공장을 처분했다. 1년 새 세 배 이상 껑충 뛴 생산용 가스비를 견디다 못해 백기를 든 것이다. 구홍림 반월패션칼라사업협동조합 이사장은 “기업들이 이렇게 한꺼번에 문을 닫은 건 처음”이라며 “에너지 비용이 매출 원가의 60%로 치솟은 데다 대출 이자까지 올라 막다른 골목에 몰려 있다”고 말했다.
1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소 제조업체가 극심한 경기 침체와 금리 인상, 인건비 상승, 에너지·원자재 가격 급등으로 줄도산 위기를 맞았다. 수출과 내수 부진에 시달리는 반도체, 건설산업 분야의 위기 징후가 뚜렷하다. 작년 말에는 수도권의 한 아파트 붙박이 가구 특판업체가 부도 처리됐다. 대출을 끼고 첨단설비 투자에 나섰으나 아파트 분양시장이 얼어붙으면서 밀린 공사 대금을 받지 못해 자금난에 봉착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당좌거래가 정지된 부도 법인은 지난해 11월 13곳, 12월 15곳, 올해 1월 17곳으로 매달 증가하고 있다. 중기부 관계자는 “어음을 발행하지 않는 중소기업이 대다수라는 점을 고려하면 소리 없이 사라지는 중소법인은 더 많을 것”이라고 했다.
중기 자금 사정을 보여주는 지표도 심상치 않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지난 1월 중소기업 연체율은 0.39%로 전월 대비 0.07%포인트 증가했다. 재고 물량도 늘어나는 추세다. 노민선 중소벤처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정부도 재정 투입을 늘리기 어려운 처지여서 한계 중소기업이 계속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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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