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부장관이 땅끝까지 쫓아가겠다는 ‘벌떼입찰’
“위반 의심업체들을 땅끝까지 쫓아가겠다.”
국토교통부는 11일(오늘) 공공택지 매각입찰에서 당첨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다수의 위장계열사들을 입찰에 참여시키는, 이른바 ‘벌떼입찰’이 의심되는 13개 업체를 적발해 경찰에 수사를 의뢰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발표했다.
이 자료 말미에 원 장관은 “불공정 입찰 관행을 바로잡아 자격 있고 건실한 건설업체들에 공공택지를 공급하겠다”며 이같이 말했다.
원 장관이 이처럼 강경하게 발언한 배경에는 최근 3년 간 LH에서 공공택지를 사들인 101개 업체, 133개 필지 가운데 81개 업체, 111개 필지에서 의심 정황이 확인됐을 정도로 주택건설업계에 벌떼입찰이 만연해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위장계열사 의심업체에 대한 현장점검 과정에서 드러난 의심 정황 업체들의 행태는 도적적 해이(모럴해저드)가 심각한 수준에 이르렀음을 보여줘 충격을 준다.
국토부는 경찰 수사를 통해 위법 사실이 확인되면 택지매매계약을 해지하고, 택지를 환수할 계획이다. 또 공공택지 청약 제한 등과 같은 처벌도 내릴 방침이어서 업계에 미칠 영향도 적잖을 것으로 예상된다.
국토부가 이번에 경찰 수사를 의뢰한 13개 업체는 최근 3년간 진행된 공공택지 입찰에서 벌떼입찰이 의심되는 71개 업체들에 대해 지난해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실시한 2차 현장점검을 통해 위반사항이 적발된 곳들이다.
나머지 10개 업체는 지난해 9월에 진행된 1차 현장점검을 통해 위반사항이 적발돼 현재 경찰 수사를 받고 있다. 이 가운데 중흥산업개발, 명일건설, 심우건설 등 3개 업체에 대해서는 이미 5개월 영업정지 처분이 내려졌다.
또 1개 업체는 검찰에 송치됐다. 경찰이 수사를 통해 위법을 인정할만한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고 검찰에 관련 기록들을 보낸 것이어서 처벌받을 가능성이 높다.
이번 2차 점검에서 적발된 업체들은 정부가 지난해 9월 발표한 ‘벌떼입찰 근절을 위한 종합대책’(이하 ‘벌떼입찰 종합대책’)에도 불구하고 등록기준을 지키지 않고, 서류상으로만 사무실을 운영하는 등 관련 법규를 위반하고 있었다.
A사의 경우 서류상으로만 사무실을 두고 있었고, 실제로는 모(母)기업 사무실을 이용하고 있었다. 또 대표이사는 모기업의 부장이 겸임하고 있었고, 회사 소속 기술인 가운데 1명은 다른 계열사 대표이사로 재직 중이었다. 결국 회사는 서류상으로만 존재할 뿐, 실체는 없는 셈이었다.
B사도 마찬가지다. 서류상 사무실에서 주택건설이 아닌 레저업무를 처리하고 있었고, 모기업에 대한 점검에 대비해 사무공간을 급조하다 적발되기도 했다. 또 이 회사 소속 기술인이 모기업과 계열사 업무를 동시에 맡고 있었고, 청약이나 각종 지출 등 택지 관련 업무도 모기업 직원이 처리했다.
C사는 아예 대놓고 법규를 위반했다. 사무실을 창고로 운영하면서 사무실에 근무하는 직원은 아예 없었다. 또 대표전화는 다른 곳에 위치한 사무실로 연결됐다.
● 5년 이하 징역형까지 처벌 가능
정부는 그동안 공공택지 매각입찰에서 벌떼입찰을 막기 위해 꾸준하게 대책을 마련해왔다. 2020년 7월 계열사 간 택지 전매금지 조치를 시작으로, 이듬해 4월 택지공급 방식 개선, 같은 해 10월 실적 중심의 입찰참가자격 강화 등과 같은 조치를 취했다.
또 지난해 9월에는 ‘벌떼입찰 종합대책’을 통해 ▲‘1사 1필지 제도’ ▲주택건설사업자 등록증 대여에 따른 제재 대상 확대 ▲택지 관련 업무 직접 수행 원칙 등을 제시했다. 이를 어길 시에는 토지매매계약 해제 및 환수, 3년 간 1순위 청약 참여 제한 등과 같은 행정처분을 내리기로 했다.
여기에 형법상 업무방해죄에 해당하는 경우에는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500만 원 이하의 벌금, 건설업 등록증 대여 금지 위반에 해당하면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각각 처하기로 했다.
이같은 정부의 강경 대책에도 업계에 벌떼입찰이 끊이질 않는 이유는 공공택지를 낙찰받을 경우 필지 당 수백억 원대의 수익을 기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최근 급성장해 주목받고 있는 일부 건설사들은 벌떼입찰을 통해 공공택지를 대거 분양받은 것으로 드러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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