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만취운전 사고 유족, 딸 배승아양 실명·얼굴 공개한 이유
대전 만취운전 사고 유족들은 스쿨존 사고의 공론화와 가해자에 대한 엄중한 처벌을 위해 故 배승아 양(9)의 얼굴과 실명을 언론에 공개했다.
지난 8일 대전 둔산동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인도로 돌진한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초등학생 1명(배 양)이 숨지고 3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유족에 따르면 승아양은 친구들과 생활용품점을 들린 뒤 귀가하던 중 차 사고를 당했다. 사고 나기 직전 어머니에게 전한 '친구들과 조금만 더 놀다 들어가겠다'라는 승아양의 통화는 마지막 목소리가 됐다.
어머니 A씨는 "(승아에게) 횡단보도 건널 때 초록불인지 확인하고, 손들고 주위를 잘 살피라고 수도 없이 가르쳤다. 차가 인도로 돌진해 딸아이를 칠지 어떻게 알았느냐"라며 울분을 터트렸다.
A씨는 "애답지 않게 생각이 깊고 철이 너무 일찍 든 딸이었다. 마지막까지 아파하던 모습이 잊히질 않는다"라고 호소했다.
승아양과 나이 차가 많이 나 딸처럼 키워왔다는 오빠 B씨는 매체와의 인터뷰에서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다.
그는 "(승아의) 생일이 한 달여밖에 안 남았다. 침대를 갖는 게 소원이라고 해서 돈을 모으고 있었는데"라며 눈물을 흘렸다.
B씨는 "민식이법 이후 스쿨존 사망사고는 계속돼왔다. 결국 동생이 희생됐다"라며 "제2의 승아가 발생하지 않도록, 진짜 '살인죄가 적용돼야 한다' 그런 생각이 든다"라고 전했다.
당시 좌회전하던 60대 만취 운전자 SM5 차량이 오른쪽 도로 경계석을 들이받고 중앙선을 넘어 인도로 돌진하면서 9~12세 어린이 4명을 덮쳤다. 당시 사고발생 지역은 어린이보호구역 내 좌회전 금지구역이었지만 A씨는 갑자기 좌회전한 뒤 인도를 덮쳐 사고를 냈다.
이 중 승아양은 의식이 없는 상태로 인근 병원에 이송됐다가 9일 새벽에 숨을 거뒀다. 또 다른 피해 어린이 3명 중 2명은 입원 치료를 받고 있고, 1명은 퇴원한 것으로 전해졌다.
목격자의 신고로 현장에서 검거된 운전자 방모씨(65)는 혈중알코올농도 0.108%로 면허 취소 수준에 달했다. 경찰에 따르면 그는 만취 상태로 8km 정도 도심을 누빈 것으로 파악됐다.
방씨는 "좌회전 당시 속도를 제어하지 못해 도로 경계석에 충돌한 뒤 브레이크 대신 가속페달을 밟은 것 같다"고 진술했다.
어린이보호구역에서 안전운전 위반으로 만 12세 미만 어린이를 사망하게 하면 '무기 또는 3년 이상의 징역'에 처해진다.
경찰은 방씨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어린이보호구역 치사 및 위험 운전 치사, 도로교통법 위반 혐의로 이날 구속영장을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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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