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빽다방'도 손들었다…카페 사장님 한숨, 이런 이유 있었네
서울 강서구에서 카페를 운영하는 김모 씨(34)는 한 달 전 메뉴 가격을 300원씩 인상했다. 음료 열 잔을 마시면 한 잔을 공짜로 주는 적립쿠폰 제도도 없앴다. 지난해 하반기 가격을 한 차례 올렸다가 손님이 줄어 다시 값을 낮춘 경험이 있어 인상을 망설였지만, 최근 각종 원부자재 값이 올라 더 감당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각종 식자재부터 공과금, 심지어 일회용 컵 가격까지 올랐다”며 “이대로는 가게를 유지하기 어렵다 싶어 메뉴판을 여러차례 바꾸면서 최소한으로 가격을 올렸다”고 푸념했다.
5일 업계에 따르면 대형 프랜차이즈는 물론 중저가 카페, 소규모 개인 카페까지 줄줄이 커피값을 인상하고 있다. 최근 커피 원두 수입 가격이 내려갔는데도 되레 커피 가격은 올라가는 추세다.
남양유업은 이달부터 편의점에서 판매되는 ‘RTD(Ready To Drink) 컵커피’ 8종 판매가를 10~12% 인상했다. 에스프레소 라떼 등 프렌치카페(250㎖) 4종이 2400원에서 2700원으로 12.5% 올랐고, 바닐라 라뗴 등 320㎖ 4종은 2900원에서 10.34% 인상돼 3200원이다.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를 앞세운 대용량 저가 커피브랜드도 가격 인상에 나섰다. ‘빽다방’에 이어 ‘컴포즈커피’가 오는 11일부터 카페라테와 카푸치노 등의 가격을 200~500원씩 올린다.
국내 소비자들은 커피 물가에 민감한 편이다. 커피 소비량이 많아서다. 한국 성인 1인당 연간 커피 소비량이 370잔에 육박한다. 전 세계 평균(161잔)의 두 배가 넘는 수치다. 현대경제연구원은 국내 커피 시장 규모가 2016년 5조9000억원에서 올해는 8조6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이처럼 커피 원두 가격이 내리는데도 카페 커피값이 그대로거나 오히려 오르는 건 원두가 커피 가격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작아서라는 게 업계 설명이다.
프랜차이즈 평균 기준 커피 한 잔 가격에서 원두값이 차지하는 비중은 10% 남짓으로 알려져 있다. 커피 한 잔이 5000원이라면 원두값은 500원 정도로 본다. 나머지 90%에 점포 운영을 위한 부동산 매입비 또는 임대료비, 최저임금 상승 등에 따른 인건비와 기타 원재료 비용 등이 반영된다. 특히 최근엔 우유 가격이 급격히 오르면서 라떼나 요거트(요구르트) 등 우유가 들어가는 음료 가격 인상 압박이 크다.
게다가 관세 혜택은 원두 수입업자에게만 해당된다. 스타벅스 같은 대형 프랜차이즈 업체들은 급격한 환율 변화나 원두 생산량 변화에 따른 위험을 피하기 위해 이미 장기 및 대량 구매 계약을 체결한 경우가 대다수다. 원두를 소량으로 납품받는 개인 자영업자들도 관세 혜택을 체감하기 어렵다. 수입업자들이 물류비 증가 등의 이유로 납품가를 높은 수준으로 유지하는 경우가 많다는 설명이다.
서울 영등포구의 한 카페 관계자는 “원두 가격 납품가는 지난해와 비교해 변동이 없다. 원두 관세 혜택이 전혀 체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이어 “오히려 임대료부터 세세하게는 설탕·빨대·플라스틱컵 등 대부분 자재 물가가 다 올라서 마진은 줄어드는 추세”라고 덧붙였다.
기획재정부는 지난해 6월부터 커피 원두(생두) 수입 시 부가가치세(10%)를 면제해줬다. 같은해 8월부턴 원두 수입 시할당 관세(기본 관세율보다 낮은 관세 적용) 0%를 적용해왔다. 그 결과 지난해 5월부터 ㎏당 7000원대를 유지하던 생두 수입 가격은 지난해 10월 정점(㎏당 7401원)을 찍고 올 1월에는 5613원(지난해 10월 대비 –24.2%)까지 떨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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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