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는 쌀 사주자면서… ‘쌀 아닌 작물 심으면 지원금 주자’는 野


더불어민주당이 밀어붙인 양곡관리법 개정안에는 남는 쌀을 의무적으로 사주는 것과 함께 ‘논 타작물 재배 지원 사업’을 재개하자는 내용이 담겼다. 이 사업은 2018~2020년 문재인 정부가 시행했던 정책이다. 당시 논에 벼 대신 다른 작물을 심으면 정부가 1헥타르(ha)당 300만원 정도 보조금을 줬다. 벼가 아닌 다른 작물을 심도록 유도해 쌀 공급량을 줄이되, 초과 물량이 발생하면 정부가 의무적으로 사들여 농가의 소득을 보장한다는 것이 법안의 핵심이다.

민주당은 2018~2020년에 쌀 공급 과잉이 발생하지 않았다는 점을 근거로 지원 사업을 재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당시 정부 지원으로 벼 재배 면적이 줄어든 효과보다 기상 악화로 생산량이 준 영향이 컸다고 농림축산식품부는 밝혔다. 2020년에는 흉작으로 1000㎡당 쌀 생산량이 483㎏으로 평년(530㎏)보다 9% 줄었다. 사업 자체도 사실상 실패했다는 판정을 받았다. 정부는 벼 재배 면적을 5만ha 줄이려고 했지만, 신청한 면적이 2만5000ha에 불과했기 때문이다.

이때 들어간 비용이 한 해 약 1500억원이었다. 더불어민주당은 “초과 생산된 쌀을 의무적으로 사주는 데 1조원이 든다는 것은 정부와 여당의 왜곡”이라며 “연간 1500억원이면 쌀이 초과 생산되지 않도록 조정 가능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결국 야당이 주장하는 1500억원에는 남는 쌀을 사는 데 들어가는 비용은 포함되지 않은 것이다.

농림축산식품부는 “정부가 남는 쌀을 사주고 단기적으로 쌀값도 보장해 주겠다고 선언하면서 농민들에게 다른 작물로 전환하라는 것은 말이 안 된다”고 했다. 농촌진흥청에 따르면, 논농사는 99%가 기계화됐지만, 밭농사 기계화율은 62% 수준이다. 농민 대부분이 농사짓기 쉬운 논농사를 선호하는 상황에서 남는 쌀까지 정부가 사줄 경우 야당 주장대로 쌀 생산이 줄어들 가능성은 크지 않다.

정부와 여당은 쌀을 의무적으로 사주면 공급 과잉이 심해져 2030년까지 세금이 연평균 1조원 들어가고, 2030년에는 1조4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본다. 한국농촌경제연구원(KREI) 추산에 따르면, 1인당 쌀 소비량은 작년 56.7㎏에서 2030년 45.4㎏으로 10㎏ 넘게 줄어들 전망이다. 하지만 벼 재배 면적은 작년 70만3000ha에서 2030년 69만6000ha로 큰 변화가 없다. 그 결과 쌀 초과 공급량은 올해 23만t에서 2030년에는 63만t으로 급증한다. 그만큼 의무 매입 비용이 늘어나는 것이다.

정황근 농식품부 장관은 “현재도 남는 쌀이 매년 (생산량의) 5.6% 수준인데, 강제 매입을 하면 최소 6%에서 최고 16%까지 늘어난다”며 “법 시행으로 장기적으로 쌀값은 떨어지고 쌀 재배 농가 소득도 감소하는 부작용이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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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