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밤 택시 탔더니 20만원" 분노…"더 싸게 모신다" 나선 그들


직장인 추모(38)씨는 최근 자정 무렵 끝난 회식 때문에 황당한 경험을 했다. 영하의 날씨에 한 시간을 기다려 동승자 2명과 함께 겨우 택시를 잡았는데 택시기사가 당초 합의했던 15만원보다 많은 20만원을 요구한 것이다. 이날 추씨는 서울 마포와 경기도 성남시 분당을 거쳐 자신의 집이 있는 서울 강남구에 내렸다. 그는 “택시기사가 ‘주행 거리가 40㎞를 넘는다’며 5만원을 더 요구했다”며 “중간에 내릴 수도 없어 웃돈을 줘야 했다”고 말했다.

5일 인터넷 지역 커뮤니티 등에 따르면 서울 택시 기본요금이 지난 1일 기존 3800원에서 4800원으로 1000원(26.3%) 오르면서 시민들의 불만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여기에다 버스·지하철 요금 인상 조짐, 금리 인상에 따른 신차 구매 부담 등이 이슈가 되면서 카셰어링 업계가 ‘새로운 대안’ 격으로 마케팅을 강화하고 나섰다.

서울시 택시요금 기본 거리는 지난 1일부터 2㎞에서 1.6㎞로 줄었다. 시간 요금도 ‘31초당 100원’에서 ‘30초당 100원’으로, 거리 요금은 132m당 100원에서 131m당 100원으로 올랐다. 요금 인상에 따라 심야(오후 10시~이튿날 오전 4시)에 서울 시내에서 10㎞를 이동한다고 가정할 때 택시비는 1만7700원이 나온다. 기본요금 인상 전(1만5800원)보다 12%(1900원) 올랐다. 더욱이 심야할증 확대 조치가 없던 지난해 12월 이전(1만3700원)과 비교해서는 29.2%(4000원) 인상됐다.


택시요금 부담이 늘어나자 차량을 공유·대여해 주는 카셰어링 업체가 할인 공세에 나섰다. 이참에 ‘대체 교통수단’으로 틈새를 뚫어보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쏘카는 이동 수요가 많은 출퇴근 시간대 9900원에 이용할 수 있는 ‘출퇴근 쿠폰팩’을 모든 회원에게 제공한다. 쏘카존에 위치한 차량을 9900원에 매주 평일 오후 5시부터 다음날 11시까지 최장 16시간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다. 월 단위로 이용하면 이달 한 달간 이용료를 절반으로 깎아준다.

쏘카에 따르면 현대차 아반떼를 오후 7시에서 다음날 오후 9시까지, 14시간 대여해 서울 광화문에서 분당 서현역까지 왕복하면 이용료가 주유비 포함해 4만1000원이다. 대리운전 기사를 불러 차량을 이용할 수도 있다. 추씨가 이런 조건으로 쏘카를 이용해 마포와 분당에 사는 동료를 내려주고, 집에 가면 왕복 택시비보다 저렴한 비용으로 이용할 수 있다. 김미루 쏘카 마케팅본부장은 “대중교통과 택시비 등 매년 증가하는 교통비 부담을 줄여주기 위해 할인 상품을 준비했다”고 말했다.

다른 카셰어링 업체인 피플카도 지난 1일부터 오는 19일까지 신규 가입 고객에게 추첨을 통해 이벤트 카를 빌려주고, 호텔 식사권을 제공하는 행사를 진행 중이다. 이벤트에 참여하기만 해도 이용료 50% 할인, 1시간 할인 같은 쿠폰도 지급한다. 그린카는 신규 회원에게 1000원에 3시간 이용할 수 있는 쿠폰을 제공한다.

카셰어링 업체들은 올해부터 고객이 편도로 놓고 간 지역에서 영업하거나, 공영주차장에서 전용 구획을 설치하는 등 정부 규제 완화 혜택도 받을 예정이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중고차 할부 금리도 20% 가까이 올라 젊은 층으로선 차를 살 형편이 빠듯해졌다”며 “대중교통 요금도 오른다면 10분 단위로 차를 빌릴 수 있고, 스마트폰으로 예약도 간편한 카셰어링으로 수요가 늘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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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