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근측 “800만원 루이뷔통백, 큰 거 아니라 생각해 받아”
사업 청탁 대가 등으로 10억원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는 이정근(60·구속기소·사진) 전 더불어민주당 사무부총장이 자신에게 제기된 공소사실 중 일부를 인정했다. 이 전 부총장 측은 21일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7부(부장 김옥곤) 심리로 열린 2차 공판준비기일에서 일부 혐의를 인정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제출했다고 밝혔다.
이 전 부총장은 사업가 박 모씨로부터 각종 이권·인사 관련 청탁·알선의 대가로 2019년 12월부터 지난 1월까지 수십회에 걸쳐 9억4000만원을, 2020년 2~4월 21대 총선을 앞두고 불법 정치자금 3억3000만원(일부 중복으로 총 10억원)을 받은 혐의(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알선수재, 변호사법·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 전 부총장이 공소사실을 인정한 건 10억원 중 약 4000여만원으로 전체 혐의액의 약 4%에 해당한다는 게 이 전 부총장 측 변호인의 설명이다.
이 전 부총장의 변호인은 이날 재판이 끝나고 취재진에 “공소사실을 인정하는 건 3000만~4000만원으로 극히 일부에 불과하고, 실제로는 어떤 청탁이나 요구는 없었다고 한다”며 “그러나 판례상 엄격하게 청탁과 알선의 의미를 적용하면 쉽게 혐의가 인정되기 때문에 굳이 다투지 않겠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 전 부총장 측은 수수 사실을 인정한 금품에 대해 “대부분 인간관계상 사교적으로 몇백만원씩을 받은 것으로, 선거사무소 개소 때 봉투에 넣어 전달한 부조금이나 생일 선물로 받은 명품 가방 등”이라고 설명했다. 이 전 부총장 측 변호인은 “이 전 부총장은 박씨가 자신을 8000억원대 부자라고 소개한 걸 믿었기 때문에 700만~800만원짜리 루이뷔통 가방을 받으면서도 아주 큰 걸 받았다고 생각하지 않았다고 한다. 박씨에게 수백만원은 수만원 정도의 의미일 수도 있겠다고 생각했다고 한다”며 “지금은 많이 후회한다는 입장”이라고 전했다.
이날 재판에서는 검찰이 증거로 제출한 방대한 분량의 통화·대화 녹음 파일과 문자메시지 등을 증거로 인정할지를 두고 입씨름이 벌어졌다. 이 전 부총장 측은 “공소사실 관련성이 이해가 안 되는 게 많다”고 주장했다. 이에 검찰 측은 “다 제출하면 너무 많다고 하고, 일부만 제출하면 조작·발췌라고 한다”며 “피고인에 유리한 증거까지 다 제출했다. 이 모든 게 공소사실과 관련 있는 증거들”이라고 맞섰다.
결국 중재에 나선 재판부가 “검찰 측이 공소사실별로 관련된 녹음 파일이나 문자메시지, 진술자와 수수금액 관련 검증 자료를 분류해서 의견서를 내면, 피고인 측은 이를 확인한 뒤에 문제가 없는 건 가급적 동의해 재판 절차가 신속히 진행되도록 해달라”고 당부하는 것으로 일단락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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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