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계조작' 휘말린 文정부 집값 대책 보고서도 묵살


문재인 정부의 집값 통계 조작 논란이 확산되는 가운데, 당시 집값 안정 대책을 마련하기 위해 서울대 교수진에 연구용역을 맡기고도 그 결과를 묵살한 것으로 나타났다.

연구 보고서가 제시한 해결 방안이 당시 정권의 정책 방향과 맞지 않았기 때문으로 추정된다. 문재인 정부가 통계 조작 의혹과 함께 정부가 발주한 용역 결과물조차 외면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집값 안정 의지에 대한 진정성마저 의심받게 됐다.

19일 매일경제가 입수한 '부동산 안정화 정책 실효성 제고 이론 및 실증분석' 보고서에는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실패 원인과 관련한 분석이 담겼다. 지난해 초 대통령 직속 자문기구인 정책기획위원회가 약 5000만원을 들여 용역을 발주하고 정혁 서울대 국제대학원 교수 등 5명의 연구진이 6개월 이상 연구를 진행해 만들어낸 결과물이다.

연구진은 보고서에서 집값 안정을 위해 다주택자의 양도소득세 중과를 완화해 거래 숨통을 틔워줘야 한다고 제안했다. 연구진은 "고소득 20·30대의 주택 매수는 증가하는데, 다주택자들은 양도세 부담으로 매매 거래는 회피하고 증여가 크게 증가하고 있다"며 "부동산 자산 쏠림 현상으로 인한 양극화를 해소하기 위해 양도세를 적정 수준으로 낮춰 다주택자의 거래 출구를 열어줄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보고서의 제안은 문재인 정부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연구진은 보고서 내용을 외부에 공개하지 못했다. '발표하지 말아달라'는 요청을 받았기 때문이다.

연구를 진행한 정 교수는 매일경제와 통화에서 "새로운 시각에서 부동산 시장을 분석해 의미 있는 결과물이 도출됐는데 정책에 하나도 반영되지 않았다"며 "이를 공개할지에 대해서도 정부가 한참 망설여 아쉬웠다"고 말했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