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분만에 통과된 검수완박 형사소송법..박병석 "최고 수준
더불어민주당은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법안 2개 중 남은 하나인 형사소송법 개정안마저 3일 국회 본회의에서 단독 처리했다.
이로써 70년 형사사법 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입법 절차는 168석 거여의 힘에 의해 완료됐다. 106석의 국민의힘은 본회의장에서 집단 퇴장을 하는 시위 외엔 속수무책이었다. 검찰청법ㆍ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날 오후 4시 예정된 문재인 정부 마지막 국무회의에서 공포될 전망이다.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이날 오전 10시 6분 본회의 표결에 돌입, 재석 174인 중 찬성 164인ㆍ반대 3인ㆍ기권 7인으로 가결됐다. 개의(오전 10시 3분)된 지 3분 만이었다. 이날 참석한 민주당 의원 160명 전원과 민주당 출신 무소속 3명(양정숙·윤미향·민형배 의원), 그리고 권은희 국민의당 의원이 찬성표를 던진 결과다.
다만 검찰청법 개정안 처리 때 찬성했던 정의당 의원 6명 전원은 이날 기권표를 던지며 검수완박 대열에서 이탈했다. 배진교 정의당 원내대표는 전날 “형사소송법에 의장 중재안에 없는 내용이 담겼다”는 명분을 내세웠지만, “민주당 2중대 노릇을 하고 있다”(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라는 비판의 영향도 작용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30일 상정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에 필리버스터로 맞섰지만, 민주당은 당일로 회기를 끝내는 회기 변경안을 의결하는 꼼수로 방어선을 무너뜨렸다. 이른바 ‘회기 쪼개기’는 검찰청법 처리 때도 쓰였고, 국민의힘은 ‘알고도 당하는’ 꼼수를 두 번 연속 지켜봐야 했다.
통과된 형사소송법 개정안은 경찰로부터 송치받은 사건에 대해 검사의 보완수사권을 ‘동일한 범죄 사실의 범위 내’로 한정하는 게 핵심이다(196조 2항 신설). 경찰의 수사 절차에 이의 신청을 할 수 있는 주체에서 고발인을 제외한다는 내용도 담겨 논란이 커진 상태다. 법조계에선 수사지연과 공범발견 및 여죄 수사의 곤란으로 인한 피해자가 양산될 거란 우려가 쏟아지고 있다.
박병석 국회의장은 이어 사법개혁특별위(사개특위) 구성 결의안도 상정했다. 가칭 중대범죄수사청(중수청ㆍ한국형 FBI) 설치를 위해 민주당이 지난달 29일 국회 운영위에서 단독 처리한 안건이다. 검찰의 6대 범죄 직접수사권 중 4개 범죄를 폐지하는 검찰청법 개정안 통과 후 남아있는 2개 범죄(부패ㆍ경제)를 1년 6개월 내에 중수청에 이관시키려는 목적이다.
사개특위 구성안 역시 재석 177인 중 찬성 173인ㆍ반대 2인ㆍ기권 2인으로 손쉽게 가결됐다. 통과된 결의안엔 특위를 민주당 7인ㆍ국민의힘 5인ㆍ비교섭단체 1인 등 13명으로 구성하고 활동기한은 2022년 12월 31일까지라는 내용이 담겼다.
권성동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열리기 전 의원총회를 열고 “검수 완박 법안 처리 과정은 막장 드라마”라며 “죄를 지었지만, 벌은 거부하겠다는 문 대통령과 민주당의 집단적 도피의식이 그 본질”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의원들은 본회의 직전 회의장 앞에서 피켓 시위를 진행하며 민주당의 법안 강행 처리를 강하게 규탄했다.
송언석 원내수석부대표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통과 직후 의사진행발언을 신청, “민주당은 새 정부 출범 전에 검수완박 악법을 강행 처리하라는 지령이라도 수행하듯이 상상할 수도 없는 온갖 꼼수와 편법을 동원했다”며 “국무회의에서도 공포안이 의결된다면 오늘은 대한민국 헌정사에 유례없는 입법 독재의 날로 기록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문 대통령을 향해 “대통령님마저 꼼수와 탈법의 입법 폭주에 동참하느냐”며 “반드시 그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라고 날을 세웠다. 송 원내수석의 말을 끝으로 국민의힘 의원들은 전원 퇴장했다.
박병석 의장은 그러나 “오늘로써 형사사법 체계개혁이 진일보한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소회를 밝혔다. 국민의힘으로부터 “사퇴하라”는 요구를 받아왔지만, “이번 합의는 정치권이 합의할 수 있는 최고 수준의 합의“라며 “어느 일방에 의해 부정당한다면 대화와 타협의 정치는 더 이상 설 장이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민주당 의원들은 박수로 화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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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