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 손석희의 '검수완박 부작용' 3회 질문 회피.."의견을 말하지 않겠다"
문재인 대통령이 손석희 JTBC 전 앵커와의 대담에서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검찰 수사권 완전 박탈) 강행 입법과 관련해 3차례 질문을 받았지만, 모두 직접적인 답변을 회피했다. 문 대통령은 '검수완박'의 방향성에 대해선 맞다고 하면서도 비판 의견에 대해선 자신의 의견을 내놓지 않았다. 대통령이 입법기관인 국회의 현안에 개입하는 듯한 발언을 하는 건 부적절하다는 취지로 해석됐다.
26일 정치권에 따르면, 문재인 대통령은 전날 오후 JTBC에서 방영된 손석희 전 앵커와의 특별대담(대담 문재인의 5년)에서 '검수완박의 여러 문제점에 대한 통제나 잠금 장치를 마련하면서 하는 게 나은데 왜 갑자기 강한 드라이브를 거느냐는 지적이 있다'는 질문을 받자, "그것에 대해서는 제 의견을 말하지 않겠다"고 즉답을 피했다. 이날 방송분은 지난 14일 촬영된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손 전 앵커가 "그래도 다시 한 번 여쭌다"고 재차 질문하자, 문 대통령은 "마찬가지다. 그건 지금 국회의 현안에 개입해서 발언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자 손 전 앵커는 "가장 큰 쟁점거리이기 때문에 질문을 드렸다"면서 "그 문제로 첨예하게 붙어 있기 때문에, 민주당 내부에서도 그런 의견들이 있으니 더 말씀하기가 꺼려지느냐"고 질문을 이어갔다.
이에 문 대통령은 "가야 될 과제인 것은 틀림없다"며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를 골자로 하는 더불어민주당의 검수완박 취지 자체에는 동의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그러나 또 그로 인한 부작용이랄까, 우리 국가 수사 역량이 훼손된다거나 하는 일을 막아야 하는 건 다 함께 해야 할 과정"이라며 "입법화 과정에서 국회가 충분히 지혜를 모아주기 바라는 마음"이라고 했다.
손 전 앵커는 다시 "달리 해석하자면 여러 가지 문제점이 있을 수 있으나 지금 하지 않으면 사실 언제할지 모르기 때문에 최대한 부작용의 시간은 줄이되 완수할 것은 완수하자는 말씀인가"라고 되물었다.
문 대통령은 "그렇게 해석하지 말라"고 선을 그었다. 이어 "지금 국회에서 여야가 팽팽하게 대치하고 있는 상황에서 물러날 대통령이 차기 정부의 의지나 성향까지 감안해서 답해야 하는 이런 부분은 피하고 싶다"면서 다시 말을 아끼는 듯한 제스처를 취했다.
문 대통령은 '국회에서 검수완박 법안이 올라오면 거부권 행사는 하지 않는 것이냐'는 취지의 질문에도 "질문 자체가 여러 가지 가정적인 상황을 담고 있다"며 직접적인 언급을 피했다.
손 전 앵커는 "5월 3일 마지막 국무회의가 열리는데, 국회에서 어떻게든 통과시켜 국무회의에 올라오면 반대할 이유는 당연히 없을 것 같다"고 질문했다. 문 대통령이 검찰의 기소권과 수사권 분리에 대해 "그 부분은 그렇게 가야 될 방향"이라고 전제한 데 따른 언급이었다.
문 대통령은 "똑 부러지게 답하기 쉽지 않은 그런 질문"이라고 답했다. 그러면서 "국회 논의가 어떻게 될지도 모르고 그 다음 절차에서 크게 무리 없이 될 것인지 여부도 봐야 한다"고 자신의 생각을 밝혔다.
이후 손 전 앵커가 "무리 없다는 건 어떤 기준에서 말씀하는 건가"고 파고들자 문 대통령은 "그냥 그런 정도로만 들어 달라"며 말을 아꼈다.
한편, 문 대통령은 "경찰의 잘못에 대해서는 검찰의 보완수사를 통해 바로잡을 기회가 있었는데, 검찰은 때때로 무소불위 아니었나"라고 검찰 조직을 겨냥한 발엉을 했다. 이어 "검찰의 정치화가 문제"라며 "검찰을 정치적으로 간섭하지 않는다고 해서 검찰이 탈(脫)정치화 되지 않다는 걸 역사에서 봐 왔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은 또 "검찰이 잘못할 경우 검찰에 대해 책임을 물을 수 있어야 한다"면서 "검찰이 정치적으로 독립할수록 무소불위의 권력이 되기 쉬운데 민주적 통제 방안을 고민하는 것은 당연하다"고 했다.
'검수완박'에 대해 강한 반대의 뜻을 밝힌 한동훈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 대해선 부정적 입장을 내비쳤다. 한 후보자는 4월 13일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지명이 발표된 날 검수완박에 관해 "반드시 저지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문 대통령은 "위험한 발언"이라며 "충분한 과정을 거쳐야 한다고 말씀할 수 있는데 '반드시 저지하겠다'는 식의 표현을 쓰는 건 부적절하다"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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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