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평검사들 "검수완박은 범죄방치법"..밤샘 회의 끝 문제점 조목조목 비판

11시간 마라톤 회의 끝낸 평검사들
"검수완박 법안, 검사 손발 묶는다"
인권보호기능·비리사건 수사력 약화
총 4개 실무상 문제들로 비판 의견
207명이 모두 보면서 표현 다듬어

1시간 밤샘 회의를 끝낸 평검사들이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두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 범죄를 만연하게 한다"고 비판하며 법안 제정으로 생길 수 있는 실무상 문제점을 크게 4가지로 나눠 조목조목 비판했다.

20일 법조계에 따르면 전날(19일) 오후 7시께 시작한 '전국평검사대표회의'는 이날 오전 5시께 끝났다. '실무 최전선'에서 활동한다고 자평하는 평검사들은 회의를 통해 검수완박 법안으로 발생할 수 있는 실무상 문제점 지적에 주력했다.

이들은 ▲검사의 수사권 박탈에 따른 문제점 ▲인권보호기능 박탈에 따른 문제점 ▲구속 등 강제수사에서의 문제점 ▲부정부패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력 약화 등을 검수완박 법안의 주요 부작용으로 거론했다.

평검사들은 먼저, 수사가 제한됨에 따라 경찰이 고소장을 반려하거나 접수를 거부하면 피해를 구제받을 수 없다고 했다. 억울한 사람의 입장을 검사가 들을 수 없게 된다면서 "개정안이 시행된다면 범죄자가 만세를 부를 것"이라고 비판했다.

검수완박 법안으로 경찰 수사 방식에서 생길 수 있는 인권침해, 수사권 남용에 대한 검사의 인권보호 기능에도 빈틈이 생긴다고 주장했다. 수사를 받는 피해자가 억울함을 호소해도, 검사는 경찰관에게 말을 전달하는 것 이외에는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것이다. 고소인이 수사에 이의를 제기해도 검사는 경찰에게 사건을 돌려보내야 하는 등 '불복절차'가 제대로 이뤄질 수 없다는 지적도 나왔다.


불법구금 등 강제수사의 법률적 판단을 최종적으로 경찰에게 맡겨 둔 개정안 일부 규정에 대해서도 평검사들은 "불합리하다"고 평가했다. '경찰에게 영장청구권이 있다'로 해석돼 위헌 논란이 있는 형사소송법 개정안 217조 2항에 대해서는 "입법자가 형소법에서 '검사'를 삭제하는 방식으로 작업을 한 것 같다"고 했다.

마지막으로 부정부패 비리 사건에 대한 수사력 약화에 관련해서는 "대형 부정부패, 공직부패범죄, 금융 기업범죄에 특화하여 전문화된 검찰 수사를 대안 없이 사장시킨다"는 표현으로 우려를 전했다. 현재 진행 중인 대형 비리 사건 등이 3개월 뒤 경찰에 이관됨에 따라 '수사 적기를 놓칠 수도 있다'는 문제 제기도 이뤄졌다.

실무상 문제점을 조목조목 비판한 평검사들은 "검수완박 법안은 검사의 두 눈을 가리고 손발을 묶어 '범죄는 만연하되, 범죄자는 없는 나라'를 만든다"며 "힘없는 국민에게는 스스로 권익을 구제할 방법을 막아 결국 범죄자들에게는 면죄부를, 피해자에게는 고통만을 가중시키는 범죄방치법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입장을 냈다.

회의에 참여한 한 검사에 따르면 이날 회의는 정해진 안건 없이 난상 토론 방식으로 진행됐다. 회의 시간이 길어진 데에는 입장문에 담길 표현에 대한 의견들을 모으는 과정이 있었기 때문으로 전해졌다. 실제로 회의장에서는 입장문을 단상 앞에 펼쳐 놓고, 회의에 참석한 207명의 검사들이 모두 보면서 표현 등을 수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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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