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리 급등하자..은행들도 "빚부터 갚자"

이달에만 은행채 2조 규모 순상환
정부 규제에 가계대출 수요 급감
"수신 증가로 대기성 자금 풍부"

은행들이 이달 들어서만 2조원 규모의 은행채를 순상환했다.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 자금 조달을 위한 채권 발행 필요성이 작아진 데다 시중금리가 급등하자 은행들도 빚 먼저 갚기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8일 채권시장에서 은행채는 이날 700억원이 발행됐고 1조2000억원이 상환됐다. 이날 하루에만 1조1300억원이 순상환된 것이다. 이달 들어 6영업일 동안 순상환한 규모는 1조8200억원에 달한다.
은행채 순상환 규모는 올해 들어 확대하고 있다. 올해 1분기(1~3월) 은행들은 2조6450억원의 은행채를 순상환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조3699억원 순발행한 점을 감안하면 은행채 수요가 1년새 4조149억원 순감한 셈이다. 2020년 1분기엔 9조9333억원 순발행했었다.

은행들은 대출 영업 등에 필요한 자금을 크게 수신(예금)과 채권으로 조달한다. 조달 가격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수신을 통해 자금을 우선 확보하는데, 모자란 돈은 기존 채권을 연장하고 새 채권을 발행해 조달한다.

올해 은행들이 은행채를 새로 발행하기보다 기존 채권을 더 많이 갚는 것은 수신만으로 자금 조달이 가능해졌다는 의미다. 특히 가계대출 수요가 급감하면서 채권 발행 필요성이 작아졌다.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가계대출 잔액은 올해 들어 3월 말까지 5조8000억원 넘게 줄었다. 주택담보대출 수요가 소폭 늘었으나 신용대출이 6조1600억원 감소했다. 반면 정기예금과 정기적금 등 저축성수신액은 3개월간 4조6000억원 증가했다. 소호대출을 중심으로 중소기업 대출이 증가세를 이어가고 있지만 은행채를 새로 발행할 정도는 아니라는 게 은행권 판단이다.

시중금리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은행채 금리가 급등한 점도 채권 상환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채 1년물(AAA·무보증) 금리는 지난 7일 2.356%로 2014년 9월 이후 7년7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해 4월7일(0.844%)과 비교하면 1년 만에 1.512%포인트 치솟았다. 당시 1년물을 발행하고 지난 7일 만기 연장을 위해 차환 발행을 했다면 기존보다 3배 가까이 높은 비용을 향후 내야 한다.

은행채 상환이 당장 대출 소비자에게 끼치는 영향은 미미할 전망이다. 은행채 발행이 늘어나면 향후 대출금리가 오를 수 있지만 상환은 그렇지 않다.

은행권 관계자는 “정부 규제와 시중금리 상승으로 가계대출 수요가 줄어든 데다 은행은 여유자금이 풍부해 굳이 은행채를 발행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이라며 “다만 기준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가운데 대출 수요가 다시 늘어날 기미가 보이면 선제적으로 은행채 발행에 나설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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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우성 기자 다른기사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