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스뱅크, 나홀로 가계부채 관리계획 없이 출범 논란
당국 주문 뭉개고 파격 조건 내세워
토뱅으로 '풍선효과' 불가피할 듯
정부 '가계부채와의 전쟁' 중인데
신생銀 이점 악용 '고객몰이' 혈안
국내 3호 인터넷전문은행 토스뱅크가 가계부채 관리 계획조차 세우지 않은 채 5일 출범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가계부채와의 전쟁'에 나선 정부 기조에 맞춰 대출 한도를 대폭 축소한 주요 은행들과 달리, 토스뱅크는 파격적인 조건을 내세워 고객몰이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토스뱅크는 당국이 신생 은행엔 일정 기간 공격적인 영업을 눈감아주는 '이점'을 악용, 고객 유치에만 공들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금융당국과 금융권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8월 중순 토스혁신준비법인(토스뱅크) 측에 자체적인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세우라고 요구했지만, 토스뱅크는 이달 1일까지 금감원에 아무런 계획을 제출하지 않았다. 금감원은 토스뱅크가 보고한 계획을 놓고 가계대출 총량 및 연간 증가율 등을 상호 협의할 계획이었다.
토스뱅크는 출범 직전까지 가계부채 관리 계획을 세우지 않음으로써 타행의 한도 축소 등을 고객 유치 기회로 삼는 모양새다. 토스뱅크가 내세운 신용대출 한도는 2억7000만원, 한도대출(마이너스통장)은 1억5000만원이다. 주요 은행의 경우 신용대출 한도는 차주의 연소득, 한도대출은 5000만원으로, 토스뱅크 한도는 업계 최고 수준이다. 최근까지 신용대출을 2억5000만원까지 내주던 케이뱅크도 이달 2일부터 최고 한도를 1억5000만원으로 축소했으며, 조만간 '차주의 연소득 이내'로 더 줄일 계획이다.
이로써 나홀로 파격적인 조건을 내건 토스뱅크로의 '풍선효과'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취임 전부터 이러한 풍선효과를 우려하며 제2금융권에 대해서도 추가 규제를 예고해왔다. 그런데 정작 1금융 회사인 토스뱅크가 '신생 은행'이라는 명목 하에 정부 기조와 다른 행보를 출범 전부터 보이고 있는 셈이다.
금감원이 토스뱅크에 관련 계획을 요구한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였다. 당국은 통상 신생 은행이 안착할 때까지는 출범 초기의 공격적인 영업을 묵인해준다. 신생 은행은 일정 수준의 자산 규모를 갖추지 못하면 손실이 불가피해서다. 손실이 누적되면 자본 축소로 이어지는 등 악순환에 빠지게 된다. 앞서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도 고객 유치를 위해 출범 직후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였다. 하지만 가계부채가 한국 경제의 주요 리스크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만큼, 신생 은행임에도 최소한의 관리 계획이 필요하다는 게 당국 판단이다.
토스뱅크 측은 중금리대출을 통해 총량규제에 나서겠다는 입장이다. 토스뱅크는 중·저신용자 비중을 올해 말 34.9%에서 내년 말 42%, 2023년 말 44%로 확대할 계획이라고 지난 5월 당국에 보고했다. 같은 인터넷은행인 카카오뱅크(2023년 말까지 30%)와 케이뱅크(32%) 계획보다 중금리대출에 더 신경을 쓰는 만큼 총량규제 시 인센티브를 부여해 달라는 것이다.
앞서 당국은 지난 4월과 5월 가계부채 증가율 목표 관리 시 중·저신용자 공급액은 일부 예외 적용을 검토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하지만 예외 적용에 나서더라도 내년부터 시행할 계획이었던 점, 또 특정 은행에만 인센티브를 적용할 수는 없다는 점, 가계부채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악화해 해당 검토가 무산될 수 있다는 점 등에 따라 토스뱅크 입장은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저작권자 ⓒ 뉴스젠,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박민주 기자 다른기사보기